달러 강세·서학개미 열풍에…은행권 "외화통장 시장 잡아라"
상반기 4대은행 외화예수금 2~7% 증가…외화 상품 수요↑
조달 비용 줄이고 수수료 수익 늘리고…"고객 유치 집중"
-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달러화 강세에 해외 주식 투자 열풍으로 외화 수요가 늘어나자 은행권이 외화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강화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고객들의 자발적인 외화 예치로 조달 비용을 낮추고 수수료 수익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이용 고객 확보까지 노린다는 전략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외화예수금 잔액은 지난해 말 대비 일제히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상반기 외화예수금 잔액은 26조 9268억 원으로 전년 말 25조 674억원 대비 약 7.4% 늘었다. 우리은행의 상반기 외화예수금 잔액은 35조 1317억 원으로 지난해 말(32조7289억 원)보다 약 7.3%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43조 4966억 원으로 약 6%, 국민은행은 26조 4351억 원으로 약 2.2% 늘었다.
이러한 추세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되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서학개미'로 불리는 해외 주식 개인 투자자들의 열기가 식지 않은 점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22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6원 오른 1400원에 출발했다. 환율이 1400원대로 출발한 건 지난 5월 15일(1410.9원) 이후 3개월여 만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위원들은 오는 9월 기준금리 인하에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달러 강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해외 주식과 ETF에 직접 투자하는 '서학개미'들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미국 주식과 채권을 중심으로 한 증권투자는 전년 대비 1217억 달러(약 165조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은행권은 다양한 외화 상품과 관련 서비스를 선보이며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5월 '해외 주식 전용 외화통장'을 출시했다. 외화를 증권계좌로 이체할 필요 없이 통장에 있는 외화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해외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신한은행도 신한투자증권 연계로 해외주식투자가 가능한 '밸류업 글로벌주식 외화예금'을 운영 중이다. 오는 10월까지 이 계좌를 통해 달러 입·출금 거래 시 100% 환율 우대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키움증권과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맺고 키움증권 위탁 외화계좌를 가진 고객이면 전국 KB국민은행 영업점에서 외화를 인출할 수 있도록 하는 '달러 찾기' 서비스를 출시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토스뱅크는 이달 초 '이자 달러로 모으기' 서비스를 내놨다. 원화 예금을 통해 이자가 발생하면 이를 달러로 전환해 자동 환전해 적립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출시한 외화 서비스인 '달러박스'가 출시 1년 만에 이용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인터넷은행 특유의 간편한 가입 절차와 환전 기능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들은 이러한 상품 및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의 자발적인 외화 예치를 끌어내 적은 비용으로 외화를 조달할 수 있다.
이외에도 수수료 등을 포함한 비이자 수익 확대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환전, 해외 송금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로도 연계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화예수금 규모가 늘어나면 안정적으로 유동성 확보 및 관리가 가능하고 부수적으로는 환전 수수료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이익 추구가 궁극적인 목적이긴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고객 수를 늘릴 수 있어 이 부분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stop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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