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취업난, 면접 경험이라도"…올해도 붐빈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현장 면접 기회에 취준생 '집결'…"작년보다 더 취업 힘들다"
'역대 최다' 80개사 참여…국회·정부도 취업지원 강화 약속

2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5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구직자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5.8.2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은행·카드·보험·금융공기업 등 80개 사가 참여하는 금융권 최대 규모 채용의 장인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금공채)가 9번째 막을 올렸다.

20일 오전 10시쯤 채용 박람회가 열리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1관 아트홀은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거나 알아보기 위한 취업준비생과 청년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서울은 기온 32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여름 날씨를 기록했지만 구직자들은 흰색 셔츠에 검은색 정장 차림, 구두를 갖춰 신고 박람회장을 찾았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 은행권 취업을 원하는 교복 차림의 10대 청소년들과 전역 후 진로를 모색하기 위한 군인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역대 최대 규모' 80개 금융사·기관 참여

이번 채용 박람회에는 △은행 14개사 △금융투자 6개사 △생명보험 9개사 △손해보험 10개사 △여신금융 9개사 △금융공기업 18개사 △금융협회 6개사 △핀테크·IT 기업 4개사 △외국계 은행 4개사 등 총 80개 금융기관이 참여했다. 참여 기관 수로는 역대 가장 큰 규모다.

개막식 참석차 박람회장을 찾은 은행장과 기업 대표들은 행사가 끝난 뒤 자사 부스를 찾아 채용 담당자들과 취업준비생들에게 응원의 말을 건넸다.

황병우 iM뱅크 은행장은 자사 부스에서 취재진과 만나 "은행권이 디지털화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IT에 특기가 있으면서도 인재상에 맞는 직원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에게 열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대구·경북 지역을 항상 생각하는 분들이 좋지 않을까 행장으로서 생각한다"고 했다.

박람회 현장에서는 사전에 서류를 접수한 뒤 심사를 통과한 청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은행권 현장 면접이 진행됐다. 이날 우수면접자로 선발되는 경우 향후 해당 은행 채용지원 시 서류전형을 면제받을 수 있는 혜택 1회가 주어진다.

12개 은행 중 8개 은행(IBK기업·IM·KB국민·NH농협·Sh수협·신한·우리·하나)은 양일간 현장 면접을, 그 외 4개 은행(BNK부산·BNK경남·광주·전북)은 각 1일씩 현장 면접과 상담을 진행한다.

2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5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구직자들이 채용 면접을 보고 있다. 2025.8.2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좁아진 취업 시장…"작년보다 빠르게 접수 마감돼"

각 은행 부스 앞에서 면접 차례를 기다리는 구직자들은 저마다 준비해 온 면접 자료를 외우며 긴장한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면접이 끝난 구직자들은 지인들과 모여 면접 후기를 공유하기도 했다.

이들이 유독 긴장한 배경엔 최근 금융권을 비롯해 전반적인 취업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박람회에 참가한 백시은 씨는 "작년에는 1차 신청 때부터 금공채 현장 면접 접수가 마감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올해는 1차 때 시중은행 모두 마감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보다 지원자 수가 많이 늘었고 확실히 취업이 어려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윤주 씨는 "서류 붙기가 너무 힘드니까 경험을 쌓으려고 신청한 것도 있다"며 "모두 비슷한 상황이겠지만 면접이라도 보고 싶어서 오게 됐다"고 했다.

대학에 재학 중인 20대 여성 배별하 씨는 금융권에서 진행한 부트캠프에 참여한 뒤 적성에 맞는다고 느껴 금융권 취업에 뛰어들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배 씨는 최근 취업 시장이 "아주 많이 힘든 것 같다"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많이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지니 거기에서 오는 무력감이 매우 크다"고 하소연했다.

"금융권, 청년 능력 발휘할 일자리 창출…금융지원 통해 일자리 양산도"

금융권과 정치권은 청년들의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해 지원을 늘리고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이날 개막식에 참석해 "금융권은 디지털 전환 가속화, 직무 다변화 등을 통해 청년들의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혁신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통해 일자리를 양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은 축사에서 "금융권의 청년 일자리 확대에 역점을 두고 청년의 취업 고민 해소를 위해 앞장서 주기를 당부한다"며 "국회에서도 청년들에게 폭넓은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신뢰받는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생산적 분야로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의 중개 기능과 더불어 금융산업이 하나의 산업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하여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러한 부분에 정부도 법적·제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최한 2025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8.2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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