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 배드뱅크 분담비율 윤곽…은행 3500억 부담할듯

은행권이 대부분 분담…각 금융업권 분담비율 놓고 '진통'

금융위원회 ⓒ News1

(서울=뉴스1) 김도엽 정지윤 기자 = 113만여 명의 '빚 탕감' 프로그램 배드뱅크(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재원 마련에 4000억 원을 투입해야 하는 금융권의 분담비율이 구체화되고 있다. 은행권에서 약 3500억 원을 투입하고, 타업권에서 500억 원을 투입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업권 내 자산규모 격차가 큰 저축은행, 대부업 등에서 분담비율을 두고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고, 일부 업권은 분담금 지급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 협의가 난항을 보이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배드뱅크 분담비율을 두고 업권 간 회의가 수시로 열리고 있다. 지난 11일 금융위원회가 전 금융권을 소집해 킥오프 회의를 진행한 데 이어 15일엔 금융협회간 회의를 진행했고, 배드뱅크 운영 주체인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도 지난 17일 은행권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각 회의에선 배드뱅크 관련 정책 설명이 이뤄졌으며, 배드뱅크 설립을 위한 재원 부담 문제도 일부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장기연체채권 매입에 4000억 원을 투입하고, 남은 4000억 원은 민간 금융사의 지원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은행권이 4000억 원을 모두 부담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됐으나 은행권의 반발에 보험·저축은행·카드·금융투자·대부업권 등 전 업권이 함께 분담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정확한 금액은 아직 논의 중이나 은행권이 약 3500억 원, 비은행권이 500억 원을 일정 비율대로 분담하는 형태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업권 간 협의는 난항이 예상된다. 저축은행의 경우 79개 사에 달하는 등 업체 수가 많고, 채권 보유 현황, 경영 여건 등을 감안하면 분담금을 낼 여력이 많지 않은 업체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업권은 분담금 지급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배드뱅크가 매입할 대상 채권(7년 이상, 5000만 원 이하) 규모는 캠코, 서민금융진흥원이 절반을 넘고 △대부업체(2조 236억 원) △카드사(1조 6842억 원) △은행(1조 864억 원) △상호금융(5400억 원) △저축은행(4654억 원) △캐피탈(2764억 원) △보험(7648억 원) △금융투자(17억 원) 등이다.

업계에선 연체 채권 규모가 많은 순으로 분담비율이 정해질 것으로 예측하나 이 또한 어려운 상황이다. 채권 규모 순으로 하면 대부업체가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내야 하지만 타 업권과의 자산 규모 격차를 감안하면 분담금 납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반기에만 수조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측되는 은행권이 모두 분담해 줄 것을 내심 바라는 분위기다. 반면 은행권은 채권 보유 비율이 적음에도 대부분의 비용을 떠안는 셈이라 반발하는 분위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2금융권 전체가 분담할 비용 자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업권 내 분담비율을 두고도 진통을 겪을 것이 뻔한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금융위는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 세부 방안을 3분기 중 발표할 예정이다. 캠코도 다음 달 채무 조정 기구 설립 후, 업권별 연체채권 매입 협약 체결 개시, 10월 연체채권 매입 개시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유흥업 등 부도덕한 부채 탕감 가능성, 외국인에 대한 과도한 지원 등 이번 채무조정 프로그램과 관련해 제기된 우려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실무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