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후 500조" 판 커진 '치매머니'…공공·민간 신탁 '투트랙' 드라이브

치매 환자 늘어나는데 '재산 관리' 구멍…신탁 활성화 필요
은행 '유언대용신탁' 시장 확대…취약계층 '공공신탁'

경기 수원시 팔달구 지동교 인근 다리 그늘에서 한 어르신이 더위를 피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5.7.11/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65세 이상 치매 환자의 보유 자산인 '치매 머니'가 2050년엔 5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가 이를 관리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민간 신탁 시장 활성화와 정부 주도의 공공 신탁 등 '투트랙'으로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24일 금융권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위원회는 치매머니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 공약 사업인 공공신탁 제도 도입을 비롯해 민간신탁 제도 개선과 활성화 방안, 치매 공공 후견 확대 방안 등을 아우르는 종합 대책을 연내 마련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최근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의견을 청취했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 신탁 활성화 측면에서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현재 신탁 시장 상황은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 의견을 취합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령 치매환자 자산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24만 명의 고령 치매환자가 보유한 자산은 154조 5416억 원에 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를 겪고 있는 한국은 향후 치매환자가 2030년 178만 7000명, 2040년 285만 1000명, 2050년에는 396만 7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 치매인구 증가로 치매머니도 급속히 늘어 2050년에는 지금보다 3배 이상 늘어나 488조 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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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로 인지 능력 저하되면 재산 방치…'신탁' 중요성 커져

치매 등 질환으로 인지 능력이 떨어지면 의사 표현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신탁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은 '유언대용신탁'의 가입 문턱을 크게 낮추며 대중화 경쟁에 돌입했다.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유언대용신탁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저변을 넓히겠다는 시도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올해 6월 말 기준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3조 7623억 원으로 4조 원에 육박했다. 2022년 말 2조 원대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아직까지 유언대용신탁은 유산 상속에 대비하는 금융상품이라는 인식이 크지만, 치매가 발병할 경우 환자 본인의 의료·생활비로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치매머니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신탁업무 위탁 범위를 확대하고, 신탁에 가입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민간 신탁업 활성화를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1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으로, 현재 7종(금전·증권·금전채권·동산·부동산·부동산 관련 권리·무체재산권)으로 한정된 신탁가능재산 범위를 확대하고 신탁업자가 아닌 분야별 전문기관에 신탁 관련 업무를 위탁할 수 있는 특례규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금융위 관계자는 "민간 신탁 활성화가 공약 사업은 아니지만, 고령화 시대에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지속적으로 관련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가가 무료로 관리하는 공공신탁 제도를 도입할 경우 민간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와 관련, 정부에서는 공공신탁의 경우 민간신탁을 이용하기 어려운 의사 표현이 어려운 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최근 발표한 공공신탁 관련 용역 보고서를 보면 "공공신탁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민간신탁시장에서 유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을 때 공공신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공공신탁이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민간 신탁업자와의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2050년에는 치매환자가 400만 명에 육박할 전망인데, 이들이 모두 공공신탁으로 몰리면 사후 처리 등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공공뿐만 아니라 은행 등 금융기관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junoo568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