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격랑'에 금융지주 대응 강화…피해기업 금융지원 추진
직접적 피해 없지만 금융시장 예의주시…그룹사 모니터링
맞춤형 금융지원 시나리오 마련…하나은행 11.3조 긴급지원
- 김재현 기자,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김근욱 기자 = 미국의 이란 공격 등 중동 정세 악화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금융지주도 본격적인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그룹 차원의 위기관리협의회와 임원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 방향을 모색하고 피해 기업을 돕기 위한 금융지원도 검토하기로 했다.
KB금융지주는 23일 오전 양종희 회장 주재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을 위한 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와 중동 리스크 확대 시 KB금융그룹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이에 따른 대응 계획을 수립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충돌에 이은 미국의 이란 공격 등으로 국제 유가 움직임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이란 의회가 전 세계 원유의 20%가 유통되는 인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하면서 유가 상승 우려가 커졌다. 중동 주변국으로 확전할 경우 중동지역 주요 산유국 유가 변동 리스크도 존재한다.
KB금융은 현재까지 그룹 전반에 직접적인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부문을 포함한 전반적인 금융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고 자본시장 손익도 일별로 점검 중이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에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주 전 임원과 계열사 주요 임원이 참여하는 비상 대응 체계를 상시 운영하기로 했다. 주요 리스크 요인을 사전에 식별하고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등 선제적 조처를 할 수 있도록 내부 의사결정 체계를 고도화하기 위한 취지다. 국제 유가 급등 땐 기업 피해 예상 중소기업 지원방안도 검토 중이다.
신한금융그룹도 이날 오전 진옥동 회장 주재 그룹위기관리협의회를 진행했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리스크 등급 '주의' 단계를 유지하고 주 1회 정례회의 체계를 가동하기로 결정했다. '경계' 단계로 격상되면 그룹 CEO 주재 그룹 위기관리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신한금융도 현재까지 그룹 전반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중동 지역 인프라 사업 관련 그룹사와 유가 인버스 상품 보유 고객 손실 리스크는 모니터링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그룹 차원의 글로벌 정기점검 체계 관리와 위기 상황별 맞춤형 금융지원 시나리오도 선제적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진옥동 회장은 "지속적인 리스크 모니터링을 통해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소상공인 밎 중소기업 등을 위한 다양한 금융지원 방안을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실질적 대응 역량을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전날 임종룡 회장 주재로 '중동 상황 관련 긴급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임 회장은 회의에서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원·달러 환율 상승, 주가지수 하락 등 국내 금융 및 외환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며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차분하게 담당업무에 전념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그룹의 유동성·자산건전성·자본비율 등을 수시 점검할 것을 요청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선제적으로 긴급 금융지원에 나섰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지난 22일 오후 긴급 점검 회의를 열고 중동 사태에 따른 급격한 시장 변동으로 어려움을 겪을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금융지원 규모는 총 11조3000억 원이다. 우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총 2조 원 규모의 '유동성 신속지원 특별프로그램'을 신규 시행하고 기존 '주거래 우대 장기대출' 등 특판 대출의 한도를 8조 원 추가 증액해 신속한 자금 공급에도 나설 방침이다. 또 소상공인 자금 수요 대응을 위해 최대 2%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행복플러스 소호대출' 등 특판 대출의 한도도 1조3000억 원 늘린다.
이호성 은행장은 "중동 사태로 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 속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kjh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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