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대응 vs 모럴 해저드"…홈플러스 이례적 결정에 금융권 '술렁'
"연체도 없는데, 일반적이지 않은 결정"…부담은 금융권 몫?
법원은 '인정'…"재무구조 개선 없으면 5월경 자금부족사태 예상"
- 김근욱 기자, 김재현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김재현 기자 =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을 두고 신용평가사와 금융권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기업회생은 연체 발생 등 경영 악화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홈플러스는 현재 지급불능 상태는 아니지만 '선제적 대응'을 이유로 회생절차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이자 부담 경감'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반면 법원이 회생 절차 개시를 승인한 만큼, 홈플러스의 결정이 불가피했다는 반박도 있다. 법원은 홈플러스의 금융채무에 대한 재무구조개선이 없으면 오는 5월경 자금부족사태가 예상됐다고 보고 '선제적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손을 들어줬다.
4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에 대해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일반적인 사례는 아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기업회생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부도 위기에 처한 기업이 법원의 보호 아래 채무를 조정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법원은 회생 절차를 통해 채무 일부를 탕감하거나 상환 기간을 조정하는데, 문제는 홈플러스가 실제로 '부도 위기'에 처해 있었느냐는 점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회생절차는 원리금 연체나 차입금 미상환 등의 사례가 발생할 때 신청한다"며 "홈플러스는 정상적으로 채권·채무를 상환하고 있었고 영업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 역시 "홈플러스가 제출한 입장문을 보면 사업 환경이 어렵고 영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향후 금리 부담이 커 회생을 신청했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마치 '선제적 계엄'이라는 표현처럼, 기업이 선제적으로 회생을 신청하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해 단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단기 자금 상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이다"고 밝혔다.
홈플러스가 실질적인 경영 악화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회생을 신청한 만큼, 금융권에서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기업은 △채무 상환 유예 △이자 부담 경감 △세금 감면 및 납부 유예 등의 혜택을 받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을 덜 수 있지만, 반대로 채권자들은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금융 부채는 운영자금 차입을 포함해 총 2조 원 규모로, 이 중 메리츠금융그룹(화재·증권·캐피탈)이 담보 채권(신탁) 약 1조 200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매입채무 유동화 3500억 원 △기업어음(CP) 2500억 원 △은행권 1100억 원 순이다. 주요 은행에서는 KB국민은행의 547억 원을 비롯해 △신한은행(288억 원) △우리은행(270억 원) 등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자체적인 경영 정상화 노력을 기울인 후 '최후의 수단'으로 회생을 선택한 것이 맞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작년 부도 위기에 빠졌던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통해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한 사례를 보고, 홈플러스가 이를 따라 하려는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실제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홈플러스가 은행 등 채권단과 사전 조율 없이 회생 절차를 신청한 점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신청을 예상하지 못했고, 신문 기사를 통해 알았다"고 말했다.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승인한 만큼, 홈플러스의 결정이 불가피했다는 반박도 나온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홈플러스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회생 신청 후 11시간 만에 회생절차 개시 및 사업 계속을 위한 포괄허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결국 기업회생절차 개시 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며 "법원이 홈플러스의 신청을 받아들인 이상 필요성이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법원에 제출한 입장에서 "현재 기준 지급불능 상태는 아니지만,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수개월 내에 지급불능 및 자금 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어음 및 단기사채 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인해 5월경 자금 부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회생을 신청한 점은 이례적이지만, 법원이 이를 승인한 만큼 기업 측의 재무적 어려움이 일정 부분 인정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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