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신규상장 '해외 코인' 일색…韓 코인 씨말랐다[위기의 김치코인]②

테라 사태·위믹스 사태 거치며 국내 거래소 '김치코인 기피' 현상 가속화
빈 자리는 해외 유명 코인들이 대체…국내 코인 시총·인지도 하락

편집자주 ...국내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일컫는 이른바 '김치코인'이 위기다. 2년 전엔 글로벌 시가총액 규모 10위권에 김치코인 프로젝트가 두 개나 자리했지만, 현재는 모두 100위권으로 밀려난 상태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프로젝트가 해외에서 성공하는 사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뉴스1>은 두 차례에 걸쳐 김치코인 프로젝트들이 위기에 처하게 된 원인을 진단하고, 이후 전망을 짚어본다.

9월12일 서울 강남구 빗썸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가 나오고 있다. 2023.9.1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지난해 5월, 국내 가상자산 업계는 이른바 '테라·루나 사태'로 더욱 침체되기 시작했다. 테라·루나는 국내 창업자의 가상자산 프로젝트임에도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톱10'이 되면서 이른바 '김치코인'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았던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시장이 침체되면서 타격을 입은 건 가상자산 프로젝트만이 아니었다. '테라·루나 사태' 책임에 대한 당국의 화살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향했다. 리스크가 큰 코인이었던 루나(LUNA)를 상장한데다, 사태 이후 거래소들의 상장 폐지 시점이 각각 달랐던 탓에 투자자 피해가 커졌다고 본 것이다.

거래소들의 책임 논란이 불거진 데는 루나가 사실상 '국내 코인'인 영향이 컸다. 국내 코인인 만큼 규제당국은 물론 국회의 관심도 컸고, 유일하게 법 테두리 안에 들어와있는 '거래소'들에게 책임을 물었다. 이후 국내 업계에서는 주요 거래소들이 김치코인 상장을 기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가 위메이드의 코인 위믹스(WEMIX)를 상장 폐지시킨 '위믹스 사태'를 거치며 이 같은 전망은 기정사실화됐다. 이는 위믹스 측이 거래소에 제출한 유통량 계획과 실제 유통량이 달라서 벌어진 일이었다. 국내 거래소에 유통량 계획을 제출하지 않는 해외 가상자산 프로젝트에겐 일어나지 않을 일이기도 했다.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김치코인의 미래가 더욱 어두워졌다고 입을 모은다. 테라 사태, 위믹스 사태 등을 거치며 국내 주요 거래소들이 김치코인 신규 상장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김치코인의 자리는 해외 유명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이 채우고 있다. 앱토스, 수이, 폴리곤 등 해외 유명 코인들이 국내 거래소 내 거래량 상위권을 기록하면서 국내 시장에 진출하려는 해외 프로젝트들도 늘고 있다. 김치코인 프로젝트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는 모습이다.

◇주요 거래소 김치코인 '기피'…신규상장 전부 '해외 코인'

현재 거래소들의 '김치코인' 상장 기피 현상은 데이터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업비트가 원화(KRW) 마켓에 신규 상장한 코인은 9개로, 9개 모두 해외 코인이다. 업비트는 올해 들어 가상자산 하락장을 극복하고자 신규 상장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원화마켓에 상장한 코인은 5개에 그쳤지만, 올해는 이미 9개 코인을 상장한 상태다. 신규 상장을 늘렸음에도 '김치코인 상장'은 없었다.

최근 신규 상장에 공격적인 코인원도 상황은 같다. 코인원은 9월 한 달 동안에만 무려 12개 코인을 신규 상장했으나 12개 모두 해외 코인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국내 주요 거래소들이 김치코인 상장을 기피하는 것이 김치코인 프로젝트들의 시가총액 순위 및 시장 인지도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거래소들이 명확한 상장 기준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김치코인 프로젝트에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는 것은 업계 내 불문율"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김치코인의 경우, 트래블룰(가상자산사업자 간 송·수신인 정보를 제공하는 룰)을 준수하고 있는 다른 거래소에 상장된 경우에만 국내 주요 거래소 상장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사실상 국내 거래소에 '최초 상장'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는 것이다.

위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 초기엔 김치코인들이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량이 잘 나왔고, 한국 내 거래량을 발판삼아 해외로 진출하곤 했다"며 "현재는 이런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으니 김치코인 프로젝트들의 시총이나 인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치코인 자리 대신한 해외 코인들…국내 진출 가속화

이처럼 국내 거래소에서 김치코인들이 설 자리를 잃으면서 그 자리는 해외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이 대신하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주요 거래소들이 신규 상장한 코인들은 대부분 해외 코인이다. 예를 들어 지난 5월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는 같은 날 해외 코인 수이(SUI)를 상장했다. 한 코인을 5대 가상자산 거래소가 모두 상장한 것은 이례적이다. 수이가 해외에서 메타(구 페이스북) 출신 개발자들의 가상자산 프로젝트로 화제가 되자, 수이의 국내 거래량을 차지하기 위해 앞다퉈 상장에 나선 것이다.

이는 거래량 증가로 이어졌다. 수이를 비롯해 앱토스, 솔라나 등 해외 코인들은 현재 업비트 및 빗썸에서 유의미한 거래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이들 해외 프로젝트들은 한국 담당자를 채용하며 국내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수이, 앱토스, 니어프로토콜, 폴리곤 등 여러 해외 프로젝트들이 한국 팀을 꾸리거나 한국 담당자를 채용했다.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시장이 김치코인보다 해외 코인 위주로 재편성될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된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거래소들이 김치코인에 더 엄격하고, 해외 코인은 적극 받아들이려는 현상이 강해졌다"면서 "국내에서 인지도 높은 해외 코인들도 많아지고 있어 예전만큼 김치코인 프로젝트들이 국내에서 힘을 쓸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