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국내 최초 '코인 공시' 쟁글…왜 '블록체인 데이터'로 눈 돌릴까
김준우·이현우 크로스앵글 공동대표 인터뷰
공시·평가, 민간기업이 하기엔 한계…온체인 데이터 기반 솔루션에 집중
- 박현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가상자산공개(ICO) 열풍으로 '신생 코인'이 난립하던 지난 2018년, 쟁글은 국내 최초로 '가상자산 공시 플랫폼'을 표방하며 등장했다. 당시 쟁글의 출현은 새로웠다. 주식 시장에선 공시가 당연한 일이지만 '규제 사각지대' 가상자산 시장에선 불가능한 것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정보 비대칭성이 극심한 가상자산 시장에서 쟁글의 공시는 투자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됐다.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공시 플랫폼임에도 수많은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이 스스로 '쟁글에 공시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빗썸, 코인원, 코빗 등 대형 거래소에도 쟁글의 공시가 올라왔다. 이에 쟁글은 평가 영역으로도 사업을 확장,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기술성을 평가하고 등급을 매기는 서비스도 제공했다.
그러나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플랫폼인 만큼 한계가 따랐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서비스를 운영하면서도 매출을 발생시켜야 했기 때문에 이해상충에 관한 오해가 늘 존재했다. 이해상충을 고려하다 보니 사업을 확장하는 데도 제약이 컸다.
결국 쟁글은 '간판 서비스'였던 공시·평가 서비스를 중단하고, 온체인(블록체인 상) 데이터 중심의 리서치·솔루션 제공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민간기업으로서의 한계, 사업 확장의 제약 등을 고려하면 공시를 중단할 수밖에 없지만 가상자산 시장에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설립 목적은 가져간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쟁글은 가상자산 시장에도 정식 공시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공시·평가, 감독기관이 해야…코인원 관련 논란은 오해"
지난달 26일 <뉴스1>과 만난 김준우, 이현우 크로스앵글(쟁글 운영사) 대표는 간판 서비스였던 공시·평가를 중단하는 이유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김 대표는 "공시 및 평가를 시작한 이유는 정보 비대칭이 심한 가상자산 시장에서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를 하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뜻대로 쟁글은 국내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이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컸다. 공시·평가가 부당한 목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인 만큼 부당한 목적의 공시를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김 대표는 "이 시장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다같이 노력을 해나가지 않는 이상 쟁글만으로는 투자자 보호 목적을 이루기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며 "다행히 국회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안 마련)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우 대표도 "공시는 공권력이 뒷받침되는 기관에서 공개하는 게 맞는 것이고, 쟁글은 규제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서비스를 출시했던 것"이라며 "이제는 규제당국도 관심이 생겼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공시도 증권시장처럼 정부의 몫이라는 것이다. 단, 어떤 조직이 공시를 제공할 것인지, 이해상충 문제는 어떻게 고민할 것인지에 대해 정부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상자산 시장은 증권시장의 금융감독원처럼 확실한 관리·감독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두 대표는 최근 있었던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해당 논란 역시 두 대표가 언급한 공시·평가의 부작용이다.
지난 4월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에서 상장 뒷돈, 일명 '상장피'를 받고 코인을 상장해준 혐의로 전(前) 상장팀장 및 브로커가 구속됐다. '상장 뒷돈'이 존재하던 당시 코인원은 상장을 위한 가상자산 평가 업체를 직접 지정했는데, 그 중 하나가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쟁글이었다. 이에 거래소와 평가기관(쟁글) 간 어떤 사전 계약이 있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코인원이 평가 업체에 쟁글을 넣은 이유는 당시 평가사가 쟁글이 유일했기 때문"이라며 "가상자산 업계 자체가 신생이다 보니 여러 업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논란이 일었던 '퓨리에버'도 평가 의뢰를 받았지만 반려했었다"며 거래소와 어떤 관계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퓨리에버는 최근 강남 살인 사건에 연계된 코인으로, 코인원에 장기간 단독상장돼 있었다.
또 김 대표는 "잠재적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소개받았을 경우, 연락처를 전달해준 수고료 정도의 금액만 지급했다"며 상장팀장이나 브로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온체인 데이터 기반 솔루션에 집중…한국-글로벌 간극 줄일 것"
그렇다면 쟁글은 이제 어떤 서비스에 집중할까.
현재도 쟁글은 블록체인 상(온체인) 데이터에 기반한 리서치와 '라이브워치' 등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라이브워치는 온체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토큰의 유통량을 분석해주는 모니터링 솔루션이다. 쟁글은 이 같은 솔루션 개발 및 리서치 영역에 더 집중할 예정이다.
이런 사업 형태가 가능해진 이유는 쟁글이 설립된 이래 지난 5년 간 가상자산 시장도 크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플랫폼들이 유의미한 거래량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시작하면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도 많이 쌓인 것이다. 그렇게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시장과 국내 시장 간 간극을 줄이는 게 쟁글의 목표다.
김 대표는 "5년 전에는 공시·평가 영역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블록체인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하면서 유의미한 데이터가 많이 나왔고,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국과 글로벌 시장 간 간극을 줄이려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쟁글이 만들어진 2018년에는 모든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다 출발 선상에 있었지만, 지금은 이더리움이라는 '베스트 사례'도 나왔다. 해외에서는 레이어2 블록체인 분야에서 '롤업' 같은 기술적인 단계도 다 밟아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해외에서는 블록체인 업계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프로젝트들이 주목받고 있는데, 국내는 여전히 이유없이 코인 거래량만 폭증하곤 한다"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밝혔다.
공시·평가 서비스는 중단했지만 수익은 지속적으로 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이 대표는 "평가 서비스로 인한 매출은 전체 매출의 20% 정도였다"며 매출 중 상당 부분은 라이브워치 같은 솔루션을 통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메이저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의 펀더멘털 지표를 분석해주는 서비스도 있고, 라이브워치를 비롯해 솔루션 형태로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들도 있다. 블록체인 플랫폼 별로 데이터 대시보드도 제공한다"며 "온체인 데이터 기반의 솔루션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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