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신용점수 급변동? 이유 있었네…산출방식 이렇게 바뀐다

긍정영역↑·부정영역↓…나이스·KCB, 산출방법 변경
통신요금·건강보험 성실납부 반영…취준생 등 신파일러 혜택

ⓒ News1 DB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 A씨는 최근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앱)을 업데이트한 뒤 깜짝 놀랐다. 900점 초반대이던 신용점수가 700점대 초반대로 무려 200점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과거 급전이 필요해 잠깐 초고금리 대출을 받은 이력이 문제가 됐다.

# 사회초년생 B씨는 카카오뱅크 앱 업데이트 뒤 오히려 신용점수가 135점 올랐다. 독립을 위해 마련한 원룸의 전세자금대출 이자를 연체 없이 꾸준히 상환하고 있고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을 받은 이력이 없는 점이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터넷 카페, 커뮤니티, SNS 등에 카카오뱅크, 토스 앱을 업데이트한 뒤부터 신용점수가 200점가량 바뀌었다는 사례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같은 급등락 배경은 내년부터 현행 등급제인 개인신용평가 체계가 '신용점수제'로 바뀜에 따라 개인 신용평가회사들이 '개인신용평가 산출방법'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토스 등은 개인 신평사 코리아크레디뷰로(KCB·올크레딧)와 제휴를 맺고 신용점수 조회 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앱 업데이트에 맞춰 신평사들이 바꾼 산출방법을 선적용한데 따른 것이다.

산출방법 변경에 따라 통신요금, 건강보험 등을 성실 납부하면 신용점수가 올라가는 '비금융' 항목이 신설되고 '현재 연체 및 과거 채무 상환 이력'을 반영하는 비중은 줄어든다. 또 연체 없이 신용카드를 장기간 사용하면 점수를 올려주는 등 신용점수체계가 비교적 많이 바뀐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개인 신용평가회사 나이스평가정보, 코리아크레딧뷰로(KCB·올크레딧)는 최근 개인신용등급 점수제 전환에 따라 개인신용평가 산출방법을 변경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개인신용평가 점수제 전환을 위해 은행법 시행령 등 관련 업권 법령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현행 1~10등급으로 나뉜 신용등급제를 1~1000점의 신용점수제로 변경한다. 예컨대 신용등급제에서 7등급 상위자는 6등급 하위자와 신용도가 거의 유사하지만 대출 심사를 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 같은 문턱 효과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또 4등급 이하는 개인신용평점 하위 50%, 6등급 이하는 '하위 20%', 6등급 이상은 '개인신용평점 상위 93% 또는 장기연체가능성 0.65% 이하', 7등급 이하는 개인신용평점 하위 10%로 변경된다. 신용점수제 전환일은 내년 1월1일부터지만 신평사들은 오는 29일부터 전 금융권에 도입하기로 했다.

개인 신평사 올크레딧은 통신요금, 건강보험 등을 성실 납부하면 신용점수를 올려주는 '비금융' 항목을 신설해 반영한다. 비중은 전체의 8%다. 주부, 취업준비생 등 금융이력이 부족한 사람(신파일러·thin filer)도 납부만 잘하면 신용점수가 올라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게 된다.

또 24% 비중을 차지하는 상환이력은 점수제 전환에 따라 21%로 줄어들고 부채수준(28%→24%), 신용거래기간(15%→9%) 등도 각각 조정된다. 반면 신용거래형태(33%→38%)는 비중이 늘었다. 신용·체크카드를 적정 수준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더 보겠다는 것이다.

대출상품 특성도 평가에 활용한다. 이를테면 현재는 업권(은행, 캐피탈 등), 종류(신용대출, 신차할부 등), 금액(3000만원) 정보만 반영됐다면 앞으로는 대출 업권·종류·금액뿐만 아니라 대출상환 비중, 대출금리 구간 등도 반영된다.

나이스평가정보는 부정정보영역(63.3%→57.0%)의 비중을 줄이고 긍정정보영역(36.7%→43.0%) 비중을 늘렸다.

일례로 부정영역에 해당되는 '현재 연체 및 과거 채무 상환이력'은 현행 40.3%에서 30.6%로 10%p 가까이 대폭 줄었다. 과거보다 개인신용 연체율이 감소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다만 '채무 부담정보'는 23.0%에서 26.4%로 소폭 비중을 늘렸다.

긍정영역의 '신용 거래 기간', '신용형태'는 현행 10.9%, 25.8%에서 13.3%, 29.7%로 각각 비중을 늘렸다. 연체 없이 꾸준히 사용 중인 신용카드 실적이 더 반영되며 체크카드 사용실적과 신용카드 사용실적이 동일하게 평가된다. 현금서비스 사용실적은 상환잔액 수준에 따라 차등화돼 평가한다. 또 올크레딧과 마찬가지로 대출종류뿐만 아니라 금리수준, 대출규모 등 더욱 세부적인 관점에서 신용을 평가한다.

신용점수제는 국내 주요 은행은 이미 지난해 1월부터 시범 적용 중이다. 다음달부터는 보험, 금융투자, 여신전문회사 등도 포함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점수제 전환으로 금융소비자 약 250만명이 연 1%p 수준의 금리 절감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d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