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아파트 통매입 사모펀드 청산한다…"리모델링사업 철회"(종합)

"자금대출 절차상 문제 없었다고 할지라도…심려 끼쳐 사과"
"빠른 시일내 이익없이 아파트 매각해 오해 논란 불식시킬 것"

삼성월드타워.(네이버 거리뷰 캡처)ⓒ 뉴스1

(서울=뉴스1) 박응진 이동희 기자 = 강남 한복판의 나홀로 아파트를 통째로 사들여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사모펀드가 각종 논란이 제기되자 끝내 아파트를 팔고 펀드를 청산하기로 했다. 아파트는 빠른 시일 내에 이익 없이 매각하고 투자금과 대출금은 각각 수익자와 대출기관에 돌려줄 예정이다. 지난달 말 아파트 매입 이후 불과 한달여 만에 매각이 결정된 것이다. 이 사모펀드를 운용한 이지스자산운용은 각종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지스운용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부동산 펀드를 통해 매입한 삼성월드타워 리모델링 사업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지스운용은 이날 펀드청산심의회를 거쳐 이처럼 결정했다. 최근 주택시장 가격이 불안정한 가운데 정부의 정책 기조, 아파트 투기로 인한 과도한 시세차익을 경계하는 현재의 분위기 등이 영향을 줬다. 이지스운용은 매입한 건물을 빠른 시일 내에 이익 없이 매각해 여러 오해와 논란을 불식시키고,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지스운용 관계자는 "비록 당사의 자금대출은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할지라도, 국민들의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우려가 많은 가운데 이번 사태로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면서 "조속히 펀드를 청산하고 투자금 및 대출금은 수익자와 대주에게 돌려주는 한편, 해당 아파트는 이익 없이 시장에 내놓아 정상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11층 규모의 삼성월드타워는 지하철 7호선·분당선인 강남구청역과 가까운 곳에 있다. 58.8m², 84.7m² 등 면적의 46가구로 구성돼 있다. 1997년 입주가 시작돼 20년이 넘은 만큼 리모델링 뒤 분양하는 방식으로 차익을 남기려는 게 이지스운용의 계획이었다. 아파트 매입에는 총 410억여원이 들었다.

이지스운용 관계자는 "오피스, 리테일, 호텔 등 다양한 상업용 부동산에서 공간 가치를 향상해 왔으며, 이와 같은 전략에 따라 아파트, 빌라와 같은 주거용 부동산에도 접목시켜 재건축, 리모델링함으로써 주택 공급에 기여할 계획이었다"면서 "서울 내에서 신규 공급할 주택부지가 부족한 가운데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를 통해 노후화된 건물을 매입 및 리모델링해 신규로 추가 공급하는 것은 시장의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사모펀드의 아파트 매입 소식이 전해지자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논란이 증폭됐다.

우선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고, 이 대책이 시행되는 7월1일 사이에 실거래가 이뤄진 점 등에 비춰 다주택자 규제를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지스운용 관계자는 "다주택자로서 취득세, 보유세 및 양도차익에 대해서 이 부동산 펀드도 일반 법인과 동일하게 적용받고 있으므로 투자 규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없다"고 해명했다. 또 "시기적으로 볼 때도 본 사업은 올해 초부터 매입을 검토해 당초 4월 말까지 거래가 완료되는 것이 목표였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하게 거래가 연기됐기 때문에 6·17 대책을 회피하고자 사모펀드를 만든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주택자 규제 회피 논란이 잠잠해지기도 전에, 대출규제 위반 의혹도 제기됐다. 사모펀드가 아파트 매입을 위해 새마을금고로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서 LTV(담보인정비율)에 따른 한도보다 100억원가량 많은 270억여원을 빌렸다는 것이다.

이지스운용은 리모델링 등을 위한 시설자금대출이었기 때문에 LTV 규제를 위반한 게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새마을금고는 이 대출이 사실상 주택보유 목적의 대출이었다고 보고 100억여원에 대한 회수에 나섰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대출금 회수와 동시에 대출 과정에서 금고와 이지스운용 간 짬짜미가 있었는지도 확인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원은 대출규제를 우회하려는 시도가 있었는지를, 국토부 한국감정원은 과세회피를 위한 저가거래가 이뤄졌는지 여부를 살피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모펀드의 아파트 매입을 직접 거론하면서 "강남 한복판에서 금융과 부동산의 로맨스가 일어나고야 말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금부(금융과 부동산) 분리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한 방송에서 "뉴스를 보고 놀라웠다"며 "(사모펀드를 통한) 가장 확실한 투자수단이 돼버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모펀드의 아파트 매입을 놓고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이지스운용은 결국 펀드 청산을 결정했다. 아파트는 딜 클로징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지스운용 측이 매도인에게 위약금을 내는 등의 후속조치가 뒤따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지스운용 부문대표들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회사는 이후 남아있는 논란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풀어가도록 노력하겠으며, 임직원 여러분이 함께 일궈온 이지스운용이 흔들림 없이 발전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