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1년' 지정대리인, 위탁계약은 3곳뿐…하반기 속도내나

핀테크 기업이 금융사 업무 수행…1차 지정 9곳중 2곳만 서비스
우리은행, 하반기 지정대리인 2개사 계약 체결 전망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 박주평 기자 = 핀테크 기업이 금융회사로부터 업무를 위탁받는 '지정대리인 제도'가 다음 달이면 시행 1년을 맞는다. 하지만 1차로 지정된 9개 핀테크 기업 중 금융회사와 실제 위탁계약을 체결한 곳은 3개사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하반기 계약 체결을 앞둔 기업도 있지만 해당 사업을 잠정 중단한 사례도 있다.

22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KEB하나은행과 '빅밸류'는 지난 21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이용해 빌라 등 비정형부동산에 대해 시세·담보가치를 산정하는 업무의 위탁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해 9월 1차 지정대리인으로 지정된 9개 기업 중에서는 고령 반려견 펫 보험에 대해 한화손해보험의 인수심사를 위탁받은 스몰티켓, 빅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아파트 담보대출을 심사하는 집펀드에 이어 세 번째다. 금융위는 지난 3월에는 5건, 7월에는 6건을 지정대리인으로 추가 지정했다.

빅밸류는 하나은행의 비정형 부동산 담보가치 산정 업무를 위탁받아 시행한다. 김진경 빅밸류 대표는 "은행 직원이 빅밸류의 웹페이지에 접속해 주소를 입력하면 시세 등 데이터를 제공한다"며 "은행은 이를 여신 상담·심사에 활용할 수 있고, 향후 전산시스템 연결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빅밸류는 2차와 3차에서도 지정대리인으로 지정돼 신한·대구은행, 웰컴·SBI저축은행과도 관련 서비스를 협의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짝을 지은 에이젠글로벌, 피노텍 두 곳은 하반기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이젠글로벌은 AI 예측모형을 기반으로 개인신용대출 신청 건에 대해 대출금리를 산정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실제 취급된 대출 건을 활용한 시뮬레이션을 마쳤고 에이젠글로벌 모형의 효용성이 있다고 판단해 계약 체결을 위해 협의 중이다. 금융기관의 대환대출플랫폼을 운영하는 피노텍과도 전산 개발을 진행 중이며 하반기 중에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어음중개(삼성카드) △아이패스(BC카드) △핀다(SBI저축은행) △핀테크(KEB하나은행) 등 나머지 4건의 경우 계약 진척이 더디거나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한국어음중개는 삼성카드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중소기업이 보유한 매출채권(전자어음)에 대한 할인 신청을 접수·심사하는 서비스를 계획했으나 지금은 사업을 보류 중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지정대리인 제도를 통한 스타트업과 금융사의 협업 취지는 공감하지만, 최근 대내·외 환경변화로 수익성과 실물경기가 나빠지고 있어 업무를 보류 중"이라며 "향후 상황에 따라 재개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패스의 바이오인증을 활용한 카드결제 서비스를 추진하던 BC카드도 마찬가지다. 가맹점수수료 인하 등으로 비용 절감에 주력하는 카드사가 바이오인증 전용 단말기 설치 등에 투자할 여력이 많지 않은 탓이다.

SBI저축은행과 협의를 진행 중인 핀다의 경우도 별다른 진척이 없다. 핀다는 지정대리인 지정 당시 대출자가 원하는 거래조건을 제시하면 금융회사(SBI저축은행)가 거래여부를 결정하는 '대출 역제안' 방식의 플랫폼을 기획했다. 그런데 핀다가 지난 5월 대출모집인 일사전속주의 규제 특례를 적용받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서 SBI저축은행는 여기에 참여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정대리인으로 지정된 기업이 실제 사업화 과정에서 금융사와 의도가 맞지 않거나 내부 사정이 생겨 안 되는 경우가 있다"며 "계약을 강제할 수는 없는 만큼 금감원, 금융사와 자주 소통하며 계약 체결률을 높이려고 한다. 하반기에는 계약이 더 많이 이뤄지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2차 지정대리인 중에서도 크레파스솔루션(신한카드) 등이 하반기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혁신금융서비스·지정대리인 등 테스트베드 참여 핀테크 기업에 테스트비용 40억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기업(78개사)당 지원규모는 지난달 말 기준 평균 5100만원에 그친다. 다만 추가경정예산안에 핀테크 지원 예산 22억3500만원이 반영돼 테스트비용 평균 지원 금액을 6700만원으로 높일 예정이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