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물 1위' 하나금투, 왜 美 거래소 제재받았나

CME "스푸핑·돈세탁 조사 방해받았다" 명시
불투명한 거래로 초유의 거래정지 이어 과태료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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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해외 선물시장 점유율 1위인 하나금융투자가 미국의 거래소에서 제재를 받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거래소 규정 위반뿐만 아니라 조사 방해 처분까지 받았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제재기구인 영업행위 감시위원회(Business Conduct Committee)는 지난 7일(현지 시간) 하나금융투자에 42만5000달러(약 4억8000만원)의 과태료 제재를 확정했다.

이번 제재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실시된 하나금융투자의 고객 매매행태에 대한 조사의 결과다. CME는 대여계좌 의혹 확인 차원에서 하나금융투자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조사 과정에서 규정 위반이 드러난 하나금융투자에 대해 거래정지와 과태료 징계를 내렸다.

◇ 초유의 '거래정지' 이어 '벌금 확정'

지난 7일 제재 공지문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BCC 등에 대한 구두 진술 내지 서면 진술에서 허위 내용을 보고했다. CME의 관련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거짓 진술을 한 부분도 문제가 됐다.

CME가 앞서 5월 공개한 '중간조사'에서 하나금융투자의 구체적인 위반 정황이 확인된다. 하나금투는 작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계좌의 소유권, 계좌의 인증된 권한을 가진 자 등에 대한 자료를 허위로 제출했다.

특히 CME는 하나금융투자가 고객의 포지션을 부정확하게 상계하고, 청산 회원사에도 부정확한 포지션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옴니버스 계좌(1개 계좌로 다수 거래 가능 계좌)의 총매수와 매도 포지션을 기록해야 하는 규정 960조를 위반했다. CME는 이 상황이 미결제약정(선물 옵션 투자자 보유 물량) 보고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당시 CME는 "하나금융투자가 사업을 계속 운영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겠다"며 '60일 선물·옵션 거래중단' 조치를 했다. 국내 증권사가 CME로부터 이 제재를 받기는 처음이다. 당시 확정하지 못한 과태료 제재가 이달 결정됐다.

◇ "거래소 위신 훼손하고 직원 관리 책임도"

CME는 하나금융투자에 대한 제재를 내리면서 거래소의 위신과 회원사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평가까지 내렸다.

BCC는 하나금융투자가 '거래소의 이익이나 복지, 존엄성, 명예를 해치는 행동을 취하면 안 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또 하나금융투자가 관련 행위를 담당하는 직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했다.

이처럼 CME가 하나금융투자에 강력한 경고장을 보낸 배경에는 조사 방해란 초유의 일이 있다.

CME가 1년간 벌인 조사는 불법 행위를 찾아내는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CME는 허위 주문을 내는 스푸핑을 비롯해 시장질서 교란 행위(주가조작 등), 돈세탁 조사와 관련해서 하나금융투자로부터 협조를 받지 못했다. CME는 이달 공지문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하나금융투자 고객의 거래 활동에 대한 조사를 방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다시 강조했다.

하나금융투자와 같은 회원사가 거래소 조사를 방해하는 일은 흔치 않다. 더욱이 하나금융투자는 선물거래를 CME와 약 90%를 할 정도로 CME 의존도가 높다. 업계에선 '하나금융투자가 왜 고객정보를 감췄는가'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CME가 하나금융투자의 '대여 계좌'를 문제 삼고 조사를 벌였다는 소문이 이 중 하나다. 대여 계좌는 선물·옵션 거래 자격이 없는 투자자에게 계좌를 빌려주는 행위로 불법이다. 해외선물 1위를 할 만큼 하나금융투자의 거래량이 많아 문제 계좌가 발견될 가능성도 타사에 비해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투자가 CME 제재의 초기 대응 과정에서부터 이런 의심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제재가 알려진 직후 'CME에 개인정보 보호법상 고객 자료를 제출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CME는 이례적으로 '정보 제출은 정보보호법과 무관하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하면서 양측의 갈등까지 분출됐다.

하나금융투 관계자는 "CME 조사와 관련한 고객의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 CME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과태료를 내면 CME의 추가적인 제재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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