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벤처 M&A 귀재' 신화 마침표 찍은 권성문 회장
90년대부터 벤처 붐 타고 큰돈 번 벤처캐피털 대부
KTB 황제경영 논란 속 검찰 수사 등 악재로 퇴장
- 김태헌 기자
(서울=뉴스1) 김태헌 기자 =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이 이병철 부회장에게 보유 지분 전부를 넘기고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난다. 회장직도 내려놓는다. 지난 1999년 이후 약 19년 동안 이어온 KTB 오너·경영자 생활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됐다.
권성문 회장은 '벤처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인물이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으로 큰돈을 벌었다. 권 회장은 인터넷 경매업체 '옥션'과 취업포털 '잡코리아'를 매각하며 1000억원대의 차익을 남겼다. 1996년엔 봉제회사 군자산업을 인수해 미래와사람으로 사명을 바꿨다. 미래와사람은 KTB PE의 전신이다.
현 KTB투자증권의 모태는 벤처캐피털 한국종합기술금융(KTB)이다. 권 회장은 1999년 이 회사의 정부 지분을 98억여원에 인수한 후 투자전문회사로 개편하고 사명도 KTB네트워크로 바꿨다. 이 회사는 2008년 금융위원회로부터 증권업 신규 허가를 받아 KTB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바꾸고 증권업을 시작했다. 2009년엔 금융투자업 인가도 받았다. 지금은 업계 25위권 중소형 증권사다.
권 회장과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됐다. 권 회장은 당시 부동산 투자회사 다올인베스트먼트 사장이던 이 부회장을 영입했다. 실적 부진을 해결할 '구원 투수'로 부동산 투자 전문가인 이 부회장을 영입했다. 이 부회장 영입 후 회사 실적도 개선됐다. 2016년 대체투자 부문에서 호조를 보여 영업이익이 전년(2015년) 대비 2배 가까이 올랐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권 회장 자신의 발등을 찍은 셈이 됐다.
◇2016년 말부터 '권 vs 이' 지분율 경쟁…검찰 수사가 결정타
공동 경영체제에 잡음이 생긴 건 두 사람 사이의 지분 보유 경쟁이 시작되면서다. 이 부회장은 2016년 하반기부터 공격적으로 KTB증권 주식 매입에 나섰다. 5.81%이던 이 부회장의 지분율은 지난해 4월 13.60%까지 뛰었다.
지난해 8월 권 회장이 직원을 발로 차는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갈등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권 회장은 이어 금융감독원이 포착한 횡령·배임 등 혐의로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집무실, 자택 압수수색 등으로 수사가 이뤄지자 권 회장은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권 회장은 지난해 12월 초부터 6년 만에 KTB증권 지분을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한 달에만 124억원을 들여 287만주(지분율 5.52%)를 샀다. 앞서 지난달 4일엔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긴급 경영현황 점검'이 표면적 목적이었지만 증권업계에선 권 회장과 이 부회장 사이의 경영권 분쟁이 이사회 개최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권 회장이 보유 지분 매각을 추진한 건 지난달 19일이다. 매각 결정의 가장 큰 이유는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부담으로 해석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권 회장은 회사 출장비 사용이 문제가 됐다. 미술품 구매 등 개인 목적 출장에 가족을 동반하고, 회사 자금을 사용한 혐의다. 권 회장이 사용한 회삿돈은 수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떠날 때까지 투자의 귀재?…12월 매수한 주식 차익만 '20억'
권 회장은 떠나는 순간까지 '투자의 귀재'였다. 권 회장은 12월 한 달간 10차례에 걸쳐 KTB증권 주식을 287만주(지분율 5.52%) 사들였다.
이 주식을 사는 데 권 회장이 쓴 돈은 총 124억3117만원이다. 이 부회장은 이 주식을 주당 5000원+∝(이자 보상)에 매수한다. 최소 143억5000만원(주당 5000원)에 사는 셈인데 권 부회장은 19억원이 넘는 차익을 손에 쥔다.
그러나 이 19여억원은 상장사 임직원의 자사주 매매 관련 규정에 따라 차익을 모두 회사에 반납하게 됐다. 현재 단기매매차익 거래 규정은 실질 매매 전 계약 시점으로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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