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 주가에도 호재? "단기 효과, 내수업종 부정적"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생산량 감산 합의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2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리터당 1987원에 판매되고 있다. 2016.1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생산량 감산 합의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2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리터당 1987원에 판매되고 있다. 2016.1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류보람 기자 =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8년 만에 감산에 합의하면서 국제유가가 급격히 오르고 있다. 유가 상승은 글로벌 경기에 호재이자 국내에는 정유와 조선업종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강(强)달러 추세와 겹쳐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만 오르는 현상)을 일으키는 등 내수 침체를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OPEC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9시간여에 걸친 회의 끝에 산유량 감산에 합의했다. 회담 결과 회원국들은 하루 최대 생산량 3250만 배럴로 12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했고, 러시아 등 비회원국도 30만 배럴씩 생산을 줄이는 데 동참하기로 했다. 이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29일 45.23달러에서 1일 51.06달러까지 치솟았다.

우리 증시에서는 수출 중심의 석유화학·정유 등 업종의 실적이 개선되고 당분간 주가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유가 상승 전에 들여온 원유를 정제해 시장에 판매할 경우 마진율이 높아지기 때운이다. 자동차의 경우 내수는 위축 우려가 있지만 산유국 경기가 회복되면서 수출이 늘 수 있다. 한국전력과 항공업 등은 연료비가 올라 실적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일 것이라고 말한다. 산유국들이 감산에는 합의했지만 합의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삼성선물은 2일 "OPEC국가들이 여태껏 생산량 상한선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남미 등에서 먼저 상한선을 풀면 중동 국가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각국의 산유량을 감시하기 쉽지 않고 제재 수단도 마땅치 않다는 점도 맹점이다. 러시아 등 비회원국이 감산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도 한계다.

소득원은 늘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유류, 난방비 부담만 늘어 내수업종에는 오히려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가 상승과 강(强)달러 현상이 겹쳐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만 상승하는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들이 누적된 경험에 의해 관성적으로 OPEC 회원국 회동에 집중하고 있지만 현재의 시장 구조에서는 OPEC의 결정이 중장기적으로 원유시장에 의미 있는 변수로 작용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pade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