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그때 삼성전자 주식에 5천만원 묻었다면 지금 약 20억
1988년 은행금리 15%, 은마아파트 5000만원, 삼성전자 3만2600원
은마아파트 지금 10~11억원...삼성전자 주식투자가 더 나은 결과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상금 어따 쓸겨?"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천재 바둑소년 김택이 받은 대회 상금 5000만원을 두고 한 얘기다. 택이 아빠의 '5000만원 재테크'를 두고 이웃들은 은행 적금과 부동산 투자를 추천했다.
당시 극중 은행금리는 15%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5000만원이다. "금리가 쪼까 떨어져가꼬 15% 밖에 안한다"는 덕선 아버지 말에, 강남 은마아파트가 5000만원이라는 선우 어머니 말이 놀랍다.
하지만 택이 아버지의 가장 현명한 판단은 부동산도 은행도 아닌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것이다. 1988년 택이의 우승상금 5000만원을 은행 정기예금에 계속 묻어뒀다면 지금은 2억5500만원, 은마아파트(101~115㎡)를 샀다면 10~11억원수준이 된다. 반면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면 현재가치는 19억9500원 수준으로 불어나 은마아파트 매입보다 나은 투자가 된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88년 주식시장 종가는 907.20다. 현재 코스피 지수가 2000선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차이는 고작 1100포인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종목을 들여다보면 내용이 달라진다.
당시 시가총액 1위는 국민주 보급 정책에 따라 그해 상장한 포항제철(포스텍)이다. 포항제철은 1987년 대선 공약의 하나인 공기업 민영화에 발맞춰 1988년 4월 국민주 1호로 상장했다. 국민주 2호는 1989년 8월 상장한 한국전력이다. 1988년 포항제철의 시총은 3조4666억원으로 압도적 1위이며, 평균 주가는 3만361원이다.
1988년 시총 2위부터 6위는 모두 은행이 차지했다. 덕선이 아버지가 다니는 한일은행이 2위에 올랐다. 한일은행은 1998년 금융위기 때 한국상업은행과 합병해 한빛은행이 됐고, 2001년 평화은행까지 흡수합병하면서 지금의 우리은행이 됐다. 시총은 1조6310억원이다.
이어 제일은행(1조5970억원)과 서울신탁은행(1조5684억원), 한국상업은행(1조549억원), 조흥은행(1조549억원) 순이다.
제일은행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미국계 투자회사인 뉴브리지 캐피탈에 넘어갔다 2005년 영국SC은행에 인수 돼 지금의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됐다. 서울신탁은행도 2002년 하나은행과 합병되면서 현재는 KEB하나은행으로 상호가 변경됐다. 조흥은행은 외환위기 때에도 충북은행과 강원은행을 합병하면서 몸집을 키웠지만, 2006년 신한은행에 통합됐다.
7위는 1998년 금융위기 때 무너진 대우다. 1977년 상장한 대우는 당시 시총이 1조3285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대우는 1999년 8월 '대우사태'로 기업개선작업을 진행했고, 2001년 5월 상장폐지됐다.
8위는 현대건설(1조2879억원)이고, 9위는 대우증권(1조2335억원)이다. 10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1조2060억원)고 11위는 SK그룹이 사들인 유공(1조1186억원)이다.
삼성전자는 12위였다. 1988년 평균 주가가 3만2631원이며, 그해 최고가는 3만8600원이었다. 최저가는 2만8300원이다. 시총은 1조1061억원이다.
24일 기준 삼성전자 종가가 129만9000원, 시총이 191조3418억원 점을 감안하면 당시 택이 아버지는 아파트 보다 삼성전자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재테크다. 삼성전자는 이날 종가는 그해 평균 종가의 39.9배다. 5000만원을 투자했다면 19억9500만원이다.
반면 한 대형 시중은행에 의뢰해 은행 정기예금에 예치해 매년 1년 단위로 원금과 이자를 합쳐 재예치한다고 가정할 시 지금 쥘수 있는 목돈이 2억55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에 있었던 은행 예금금리 변동을 다 고려한 것이다.
한편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 2위 현대자동차는 1988년 당시 시가총액 13위였다. 이어 대신증권 14위, 럭키증권 15위, 럭키 16위, 동서증권 17위, 쌍용투자증권 18위, 기아산업 19위, 대우전자 20위다.
1988년은 저유가, 저금리, 저원화가치라는 소위 3저호황의 붐을 타고 한국경제가 급성장한 시기다. 코스피가 사상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돌파하는 기염속에 증권주가 다시 못올 호황을 누렸었다.
시가총액 30위 내에는 고려증권과 대한항공, 현대증권, 대우중공업, 삼미종합특수강, 경기은행, 쌍용양회, 대구은행, 한신증권, 장기신용은행이 포함됐다.
다만 택이 아버지가 삼성전자가 아닌 다른 종목을 샀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총 30위 안에서 지금까지 상장된 종목은 절반 수준이다. 만약 지금은 사라진 은행에 투자하거나, 대우그룹주에 투자했다면 손실이 불가피하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증권가 관계자는 "1988년은 성장이 이뤄지던 시기"라며 "종목만 잘 골랐다면 가장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그는 "어떤 종목을 사느냐가 관건"이라며 "그 때와 비교하면 IMF를 겪으면서 사라진 종목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1988년 주식시장의 매매일수는 293일이며, 일평균 거래대금은 1983억원이다. 주가가 가장 비쌌던 종목은 안국화재로 평균 주가가 5만8800원에 달했다. 동양화재와 국제화재도 5만원이 넘어 비싼 축에 속했다.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주식은 상업은행으로 거래대금이 2조3259억원에 달했다. 대우와 조흥은행도 거래량이 각각 1조9544억원, 1조9138억원으로 회전이 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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