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감사가 금감원에 특검 전격 요청..KB금융에 무슨일이
국민은행장·감사..이사회의 시스템 교체 결정에 정면 문제제기
내부문제 금감원 검사요청..임영록 회장 리더십에 상처
- 이현아 기자
(서울=뉴스1) 이현아 기자 = 내부문제가 안에서 소화가 안돼 금감원에 특별검사까지 요청한 터여서 집안싸움 이미지와 함께 임영록 KB금융 회장의 리더십에도 상처로 남게 됐다.
이번 국민은행 이사회 갈등 사태는 주전산시스템 교체 결정에서 시작됐다. 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는 그간 IBM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쓰다 지난 2012년부터 교체를 검토해 왔다.
국민은행은 IBM메인프레임 시스템을 유닉스 시스템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고 작년 10월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이후 같은해 11월에는 은행 경영협의회, 올해 4월 은행·카드 이사회 결의를 거쳐 시스템 교체를 확정했다.
국민은행이 주 전산시스템을 교체키로 한 것은 기존 사용 중이던 IBM 메인프레임의 폐쇄성 때문이다. IBM 메인프레임 시스템은 안전성과 보안성 측면에서는 뛰어나지만 시스템 개방성이 떨어져 개발 및 시스템 간 연계가 어렵다. IBM 컴퓨터에 맞는 소프트웨어만 써야해 업그레드 비용, 시스템 유지·보수 비용도 상대적으로 많이 든다.
반면 유닉스는 연계성과 개방성이 뛰어난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다. 기종을 가리지 않아 IBM과 비교해 업그레이드 비용, 유지·보수 비용도 적게 들어간다. 또 유닉스 시스템의 약점이던 안정성과 보안성도 보완이 됐다는 평가다. 이같은 경제적 매력때문에 현재 금융권에서 대표적인 시스템으로 자리잡았다.
김재열 KB금융 최고정보책임자(CIO·전무)는 "유닉스 시스템으로 주 전산시스템을 교체키로 한 것은 독점업체 IBM 메인프레임에 대한 IT운영의 효율화 차원에서 한 전략적 경영판단"이라며 "현재 우리나라 주요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을 제외하고 대부분 유닉스 시스템을 사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 관계자는 "IBM메인프레임 시스템이 과거 주 전산시스템으로 명맥을 유지해 왔으나 최근 트렌드가 유닉스 시스템으로 옮겨지고 있다"며 "유닉스 시스템으로 교체하는 것이 가격도 저렴하고 IT흐름에 맞는다는 판단 하에 전산시스템 교체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은 정병기 감사위원이 시스템 교체를 위한 의사결정이 석연치 않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부터다. 정 감사위원은 지난 4월 시스템 교체 결정 후 한국IBM 대표로부터 사적인 이메일을 받은 후 전산시스템 교체 재검토를 요구했다.
정 감사위원은 먼저 이달 16일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이어 지난 19일 열린 이사회에서 재심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 감사는 의견서에서 유닉스로 꼭 바꿔야하는지 분명한 이유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닉스가 효율적이라고 해도 시스템을 교체하는데 거액의 돈이 들어가는데 그것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충분한 사전검토와 소명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업체선정도 공개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진행해 모종의 업체를 밀어주려 하는 듯한 의혹도 있다고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유닉스 시스템으로 바꿀 경우 보안성 등 다른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사외이사들이 주축이 된 국민은행 이사들은 재검토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자 정감사는 금융감독원에 검사를 요청하는 강수를 뒀다. 그리고 정 감사의 결정에 이건호 행장도 뜻을 같이 했다. 국민은행 측은 "감사가 감사과정에서 밝힌 문제를 이사회에서 제대로 검토조차 안되자 사안을 감독당국에 보고하고 사실확인을 요청하겠다는 감사의 의견이 합당하다고 판단해 은행장이 승인했다"고 밝혔다.
행장과 감사가 뜻을 같이해 내부문제 진상조사를 감독당국에 맡긴 것은 임영록 KB금융회장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감은 없다 해도 이 행장과 감사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임 회장의 그룹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 됐다.
이번 시스템 교체는 그룹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주도한 정황이 많다. 국민은행 외에 국민카드사도 함께 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KB금융 김 CIO가 원색적으로 은행 처신을 비난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김 전무는 "상임감사위원은 은행 경영협의회를 거쳐 은행·카드 이사회 결의된 사항에 대하여 자의적인 감사권을 남용하여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를 무력화 시키려 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은행, 카드 시스템 교체 결정은 업체 선정이 아니라 시스템 변경"이라며 "수의계약은 사실 무근이며 현재 업체선정은 공개 경쟁입찰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진행중인 유닉스 시스템 공개 입찰에는 IBM 뿐만 아니라 HP, 오라클 등 IT업체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어 특혜 시비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제 진실규명은 금감원 손으로 넘어갔다. 금감원은 검사역을 증파해 사안을 정밀하게 들여다 볼 계획이다. 국민카드사는 시스템 교체를 수용한 상태다. 금감원 검사 결과를 통해 시스템교체가 바람직한지 아닌지 어느 쪽으로 결론나더라도 한쪽은 책임져야하는 상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과정에서도 인사태풍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 사안은 이사회가 이미 내려버린 결정에 대한 때늦은 문제제기다. 재심 요구에 대해 국민은행 이사회로서도 처음부터 높은 수용성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총 9명으로 김중웅 의장을 비롯, 5명의 사외이사가 주축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 은행 경영협의회, 올해 4월 이사회에서 전산시스템 변경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이 행장이 의견을 내놓은 적이 있는지, 내놓았다면 어떤 것인지도 주목거리다. 결정은 작년 7월 이 행장이 취임한 후에 일어난 일이다.
hyun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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