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대 대출사기피해 은행 "KT ENS 배상책임..소송한다"

하나·농협·일부 저축은행, KT ENS 상대 소송 준비중
은행, 여신관리에는 문제없다...KT, 인감관리 소홀 책임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여신관리 소홀 지적에 대해 은행들은 내용증명 발송, 매출채권 확인서 요구 등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법인인감을 소홀히 관리한 KT ENS 측에 배상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19일 서울지방경찰청의 수사결과에 따르면 이번 대출사기 사건으로 피해를 본 금융회사는 총 16곳이다. 하나·농협·은행 등 시중은행 3곳과 BS저축은행 등 저축은행 13곳이다.

지난 2009년부터 올 1월까지 이들 금융회사가 내 준 대출 총액은 1조8225억원이며, 이중 2894억원이 미상환액으로 남았다.

피해 은행들 중에는 하나은행의 피해가 가장 컸다. 하나은행은 지난 4년여 동안 총 1조930여억원의 대출을 승인해 줬으며, 이중 1571억원을 회수하지 못했다. 농협과 국민은행은 각각 300억원의 대출금이 남았고, 저축은행 중에는 BS저축은행이 234억원의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해 가장 큰 피해를 봤다. 또 100억원 이상의 대출사기 피해를 당한 금융회사만 6곳에 달했다.

◇KT ENS는 '나 몰라라' 벌러덩...난감한 금융회사들 소송 준비 중

대출사기 피해액이 예상 외로 큰 가운데 피해 금융회사들은 대출금 회수를 위해 KT ENS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은행들과 대출금 상환을 놓고 책임공방을 벌여온 KT ENS가 지난 12일 기업어음 491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본격적인 법적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금융회사들로서는 이번 사건의 배상책임이 명백히 KT ENS 측에 있기 때문에 소송으로 갈 경우 대출금 회수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하나은행은 이미 소송을 준비 중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1~2개월내로 관련 절차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소송 외에는 피해금액을 회수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신디케이트론 방식으로 KT ENS에 대출을 승인해 준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의 방법으로 대출금 회수에 나설 방침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대출은 NH농협은행에서 구조화하고 추진한 대출에 단순히 참여한 것으로, 대출 책임 등은 농협은행에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원금 보장의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는 농협은행은 국민은행과 별개로 법적절차를 검토 중에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KT ENS를 상대로 소송을 통해 대출금도 회수해야 되고, 국민은행이 법정 문제를 지적해 오면 그쪽도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농협이 원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국민은행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은행 못지 않게 피해가 큰 저축은행들도 공동 또는 독자 노선을 통해 대출금 회수에 나설 계획이다.

150억원의 미상환대출금이 남아 있는 OSB저축은행은 타 저축은행들과 공동대응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OSB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소송을 진행 중에 있으며, 다른 저축은행들과도 논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허술한 인감 관리 책임은 KT ENS에 있다" vs "은행도 여신관리 소홀 책임 있다"

이번 대출사기 사건의 피해금액은 단일 대출사기 사건으로는 최대규모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KT ENS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 대출금 배상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KT가 꼬리자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들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초 이번 사건은 KT ENS 협력업체들이 KT ENS가 발행한 것처럼 꾸민 허위 매출채권을 통해 거액의 대출사기를 벌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KT ENS 직원이 법인 인감 등을 도용하는 방법으로 가담했다.

때문에 피해 은행들은 KT ENS에 배상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KT ENS는 위조된 매출채권으로 대출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책임을 질 수 없다고 맞섰다.

한편 경찰은 매출채권만 믿고 대출을 승인해 준 은행들의 여신관리 소홀을 지적했다. 금융회사들이 대기업 KT의 자회사인 KT ENS가 매출채권을 양도한다는 내용의 승낙서만 믿고 거액의 대출을 승인해 주고 허위 세금계산서 등을 확인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대출 당시 관련 서류를 확인하고 절차에 따라 제대로 대출을 승인했기 때문에 여신관리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협력업체들이 제출한 세금계산서는 수기로 작성된 것으로 당시에 즉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여신관리 소홀 지적에 대해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매출채권을 통한 대출 실행 후 KT ENS에 내용증명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알렸기 때문에 KT ENS 측에서 이를 몰랐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KT ENS에 대출 사실을 알리는 등 대출 절차에 있어서도 관리 소홀 문제는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법인인감을 아르바이트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방치한 KT ENS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농협은행 관계자 역시 "대출 당시 매출채권 확인서를 KT ENS의 김부장을 통해 확인을 다 거쳤다"며 "김부장이 협력업체들과 짜고 계획적으로 대출사기를 벌인 상황에 은행들로서는 손 쓸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