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사심 사라진 여의도 "삭막하다"
실적난 몰린 증권가 노사갈등 고조
"4만명 시대 마감 3만명 시대 올 것"
- 강현창 기자
(서울=뉴스1) 강현창 기자 = 투심악화와 거래감소 등으로 수년째 불황에 시달리는 증권가가 이제는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지점축소와 인원감축 등으로 조직을 개선하려는 회사와 일터를 지키기 위한 사원들 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10일 금융투자회사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체 증권사 임직원은 4만243명이다. 2012년 말 4만2802명보다 2633명(5.97%) 줄었다. 지난 2011년 4만4055명과 비교하면 8.65% 감소했다.
회사 별로는 한화투자증권이 404명, 삼성증권 330명, 동양증권 271명, 대신증권 221명, KTB투자증권 163명, SK증권 155명 등의 순이다.
외국계 증권사도 인원 감축을 하는 추세다. 맥쿼리증권이 24명을 줄였으며, JP모건은 16명,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11명, 모건스탠리증권은 8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지점 수는 직원 수보다 더 줄었다. 증권사들의 국내 지점 수는 2011년 1856곳에서 지난해 1534곳으로 17.35% 줄었다.
공채도 줄었다. 지난해 국내 10개 주요증권사의 대졸공채 규모는 273명으로 전년보다 28.5% 줄었다.
증권사들이 규모를 줄이는 이유는 실적에서 찾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지난해 109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증권사들의 순이익은 지난 2011년 2조2655억원, 2012년 1조2408억원으로 매년 줄어들다가 지난해부터 업계 전반적인 적자경영이 시작된 것이다.
각 회사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지만 내부 불만은 이제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지난 4일 교보증권은 6개 지역점포의 통폐합을 이사회에서 다룰 예정이었지만 노동조합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날 교보증권 노조는 본사 1층 로비에서 천막농성을 전개하려다가 사측이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을 올리지 않자 계획을 철회했다.
대신증권의 경우 증권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창립 이후 53년 동안 '무노조 전통'을 지켜오다가 올해 들어 노조가 2개나 생기면서 증권가 유일의 복수노조 회사가 됐다.
대신증권의 일부 직원들은 지난 1월25일 노조설립총회를 열고 사무금융노조 대신증권지부를 결성했다. 이들은 "설립 성명서에서 "상당수 선의의 영업직원들이 사실상 강제해고 당하고 있다"며 노조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일주일 만에 또 다른 노조가 설립됐다. 먼저 생긴 노조가 후발 노조에 대해 어용노조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단일화 협상도 무산됐다.
회사와 노조 측 모두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하는 모습이지만, 지나친 갈등은 결국 서로의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또 다른 고민이다. 특히 불황 탓에 M&A(인수·합병) 시장에 증권사 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노사갈등의 격화가 발목을 잡는다.
최근 우리투자증권의 인수전에서도 노조가 결의대회가지 열며 반말하기도 했으며 강경노조로 불리는 현대증권 노조는 "외국계 기업보다는 국내 튼실한 기업에 인수되는 편이 낫다"는 입장을 이미 밝히면서 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을 좁혔다.
한 증권사 임원은 "올해 안에 이제 증권가 4만명 시대가 마감되고 3만명 시대가 올 것"이라며 "문제는 이 상황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실적을 위해 직원을 마음대로 자르는 회사나, 성과도 없이 회사에 목을 매는 직원이나 모두 문제가 있다"며 "'회사 필요 없다. 큰 거 하나 하고 나간다'고 하는 직원들을 자주 보게 된 것도 최근 애사심이 사라진 증권가의 어두운 분위기를 말해준다"고 말했다.
khc@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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