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테이퍼링 빨라야 내년 1분기"
"셧다운 여파 등으로 경기회복세 빠르지 않아"
"유동성 공급 지속으로 우리 증시에는 긍정적"
- 고유선 기자
(서울=뉴스1) 고유선 기자 = 미국 중앙은행의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 축소)이 빨라야 내년 1월이나 3월에나 실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14년 초에야 미국 경기가 매월 850억 달러의 자산매입 규모를 줄여도 회복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한 까닭이다. 부채증액과 예산안 협상 등의 정치적인 불확실성도 양적완화 이연을 예상하는 이유다.
내년 초 양적완화 축소 프로그램이 시작된다는 것은 그만큼 지속적인 유동성이 공급되는 기간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 증시에는 긍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12월께 테이퍼링 실시될 것" 전망이 우세했던 시장
시장은 당초 지난 9월 美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테이퍼링 시작 시기와 규모를 결정) 회의 후 테이퍼링 시작 시기를 12월께로 보고 있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 연내 테이퍼링 실시를 시사해왔고, 미 경기 또한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의 부채증액·예산안 협상이 제때 합의되지 않으면서 셧다운(정부폐쇄)이 일시적으로 발생했고 경기회복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은 내년 초로 테이퍼링 예상 시기를 늦췄다.
이 때문에 당장 30일부터 이틀 간 열리는 10월 FOMC회의에 대한 긴장감은 옅어졌다. 12월 회의 역시 당장에 경기가 회복된 모습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버리는 카드'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빨라야 내년 1월 시작될 것"
김유겸 LIG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9월 고용지표는 테이퍼링이 연말을 넘어 2014년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심어줬다"며 "테이퍼링은 빨라야 내년 1월에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9월 비농업부문 취업자는 시장 기대치 18만명에 못 미치는 14만8000명에 그쳤다. 9월 실업률이 7.2%까지 떨어지면서 한때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는 구직활동이 감소한 데 기인한 것이라 QE축소를 결정하는 데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게 됐다.
3분기 경제성장률 컨센서스(시장 합의치)가 연중 2%대를 유지하다 9월 이후 급격히 하락해 10월 1.9%까지 낮아진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주택판매가격도 테이퍼링 이슈가 부각된 5월, 6월 이후 박스권에서 오르내리며 주춤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부채한도 증액과 내년도 예산안 합의가 불완전 한 것도 테이퍼링 시작 시기를 내년 이후로 보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국은 내년 1월15일까지 일단 잠정예산을 연장시켜 정부 기능을 유지시켜 놨다. 만약 이 때까지 예산안과 부채한도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다면 미국은 또다시 셧다운에 돌입하게 된다. 미국은 빠른 처리를 위해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12월13일까지를 1차 협상시한으로 정해놨지만 이때까지 협상이 이뤄지긴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12월 FOMC회의(17일~18일) 이전에 합의가 이뤄져 재정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합의에 실패하거나 합의가 지연될 경우 테이퍼링은 3월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 역시 같은 이유로 "테이퍼링 실시 시기를 기존 12월 FOMC에서 2013년 1/4분기로 수정한다"며 "1월과 3월 FOMC에서 테이퍼링을 실시할 확률은 각각 49%, 63%로 본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증권가만 이러한 분석을 내놓는 게 아니다. 미국 증권가는 1월 말은 버냉키 의장이 물러나는 시점이기 때문에 연준이 중요한 정책을 변경시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월 FOMC는 28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바클레이스의 미국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 딘 마키는 9월의 완만한 고용 상황을 근거로 양적완화 첫 축소 시점을 올 12월에서 내년 3월로 늦췄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연준이 양적완화를 연내 시작해 2014년 6월에 중단할 것으로 봤지만 현재는 내년 9월에 완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기준금리 첫 인상 시기는 2015년 6월로 전망을 바꾸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테이퍼링 지연…"시장에는 긍정적"
전문가들은 미국의 테이퍼링 시작 시기가 미뤄지는 것은 우리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테이퍼링 지연은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순매수를 유지시켜 줄 것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테이퍼링 지연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점은 국내 펀더멘탈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이를 일방적인 호재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며 "신흥국 자본유출 우려는 완화되겠지만 미국 펀더멘탈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실적 장세로 전환되는 시기가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 경제에 대한 실질적인 우려와 실적 보다는 미국 유동성에 따라 우리 시장이 휘둘리는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k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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