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되는 원화절상, 외인 '바이코리아' 제동걸리나

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저점을 기록한 24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에서 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달러당 1.50원 내린 1054.30원에 기록하며 일시적으로 연저점을 밑돌았다. 2013.10.2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고유선 기자 = 원달러 환율이 24일 장중 한때 연저점까지 내려가면서 '환차익에 유인을 느낀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매수강도가 떨어질 지언정 매수추세 자체가 매도세로 역전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환율이 지금 수준에서 추가로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낮은데다 외국인들이 느끼는 실질적인 환차익 레벨이 지금보다는 더 밑에 자리잡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2시 20분께 1054.3원을 기록하며 연중 최저점을 경신했다. 마감 환율은 당국의 구두개입 영향으로 전날대비 5.2원 오른 106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주식을 살때 원화가 싸고(절하) 팔때 비싼 것(절상)이 좋다. 지금의 환율 수준은 과거 경험상 외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매도세를 보였던 1050원~1060원선으로 내려와 있다. 역설적이게도 외국인들이 24일까지 40거래일 연속 매수세를 보인 것이 원화절상 이유다.

손위창 현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외국인들의 적극적인 환차익 실현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외국인의 국내 증시에 대한 매매 방향성은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손 연구원은 "우리나라 원화는 아시아 국가 내에서 지난 8월 아세안 위기 당시 외환시장 혼란으로 급락했던 인도와 인도네시아 통화의 반등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절상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이는 과거 1050원~1070원 수준에서 보였던 외국인 차익실현 패턴과는 달리 외국인 매수 자금 성격이 환차익에 집중하기 보다는 한국 경제에 배팅하는 장기 투자성 자금이라는 유추를 가능케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외 경제 여건을 비롯해 원화실질실효환율(주요 교역상대국과의 상대물가를 감안한 환율)을 살펴봤을 때 현 시점은 과거의 외인 자금이탈 국면과는 차별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원달러 명목 환율과 원화실질실효환율과의 괴리차를 고려하면 외국인이 실제적으로 느끼는 적정 이익실현 원화 수준은 1050원보다는 더 아래에 위치할 여지가 높다"고 부연했다.

조성준 NH농협증권 연구원 역시 "전세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여전하고 최근 1주간 글로벌 주식형펀드로 4주 만에 처음 자금이 순유입되는 등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외인들의 급격한 이탈은 일어나지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환율 효과에 따른 내수 업종의 강세를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내수보다는 수출 중심의 한국경제의 구조적 특징을 고려하면 소재·산업재 업황의 정상괘도 진입에 따른 경기민감주들에 대한 관심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환율이 1050원선이 강한 저항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일단 연말까지는 1050원선이 지지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추세 자체를 상승으로 바꾸긴 어렵겠지만 외환당국이 지금처럼 개입을 강하게 해준다면 1050원대는 지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k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