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우려차주 세부 기준, 고심 끝 공개 안하기로 한 이유는?
금융당국, 새출발기금 부실우려차주 신용점수 등 세부 기준·거절 요건 비공개 방침
금융권 반발에 모럴해저드 가능성 차단 나선 금융위…일각선 '깜깜이 논란' 우려도
- 서상혁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금융당국이 새출발기금을 통해 향후 부실 가능성이 농후한 '부실 우려 자영업자'에게 이자를 감면해줄 계획이지만, 일부 세부적인 판단 기준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신용점수 등 구체적인 기준을 공개하면 일부 차주들이 고의로 자격 요건을 맞출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같은 이유로 채무조정 거절 요건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로 풀이된다.
당국의 이런 방침을 두고 일각에선 새출발기금이 시행 초기 '깜깜이 심사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요건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신청자들 사이에서 채무조정 대상자의 적격성을 두고 불만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28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자영업자·소상공인 채무조정 프로그램 새출발기금 운영방안'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부실 우려 차주의 세부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다.
'부실우려차주'란 아직 부실(연체 90일 이상)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영업난 등으로 향후 장기간 연체할 가능성이 농후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말한다. 금융당국은 새출발기금을 통해 부실우려차주의 신용·보증부·담보대출 이자를 감면해줄 계획이다. 연체 30일 이전 차주의 경우 약정금리를 유지하되, 연 9% 초과한 대출의 경우 9%로 조정된다. 연체 30일부터 90일 미만인 차주는 한 자릿수의 단일 금리로 조정된다.
부실우려차주의 기본적인 조건은 △폐업자·6개월 이상 휴업자 △만기연장·상환유예 이용차주 중 금융회사 추가 만기연장이 거절됐거나 이자 상환유예를 적용받고 있는 차주 △국세 등 체납으로 신용정보 관리 대상에 등재된 차주다. 어느 한 가지라도 충족하면 신청할 수 있다.
여기에 신용평점 하위차주, 고의성 없이 상당 기간 연체가 발생한 차주 등의 조건도 부실우려차주 자격 요건으로 제시됐다.
다만 구체적인 신용평점 수준 등 세부적인 판단 기준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게 금융당국의 방침이다. 지원 대상이 아닌 차주가 고의로 본인의 신용점수를 하락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스스로 요건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권대영 금융정책국장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여러가지 세부기준이 있지만 신용평점 하위 기준을 '몇 퍼센티지'다는 식으로 공개하면 본인의 점수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으니 공개하지 않는다"며 "대상이 아닌 사람이 들어오는 등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논리로 금융당국은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거절 요건도 공개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고의로 연체하거나 무리한 대출을 받은 이들이 새출발기금 채무조정을 받는 경우를 차단하기 위해 '합리적 채무조정 거절 요건'을 마련한다. 현재 자산 대비 부채비율을 반영해 '부자 자영업자'를 지원 대상서 최대한 배제하는 방안 정도까지만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새출발기금 온라인 플랫폼'에 부실우려차주의 세부 판단 기준이나 '채무조정 거절 요건' 등을 녹여낸 알고리즘을 탑재할 예정이다. 채무조정 희망자는 플랫폼 본인의 주민등록번호나 사업자등록번호를 입력하면 지원 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금융권은 당국의 이 같은 방침을 반기는 분위기다. 은행 관계자는 "고의로 신용도를 떨어뜨릴 수 있으니, 아무래도 금융회사 입장에선 세부적인 조건이 공개되지 않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2금융권 관계자도 "제도가 적극적으로 홍보되면서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세부 조건이 비공개되면서 모럴해저드 우려가 일부 해소됐다"고 밝혔다.
다만 당국의 이같은 방침을 두고 일각에선 '깜깜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부적인 자격 요건이나 거절 조건이 제시되지 않는 만큼, 새출발기금 시행 초기 신청자들 사이에서 '누군 되고 누군 안된다더라' 등의 불만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고의적 연체자'의 고의성을 판단할 기준도 마땅치 않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누군 되고 누군 안된다'는 불만이 나오게 되면 논란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새출발기금 같은 공적 기금은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새출발기금은 소상공인의 고통을 정부와 금융권이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만들어졌는데, 모럴해저드 문제가 부각되는 건 금융권의 주장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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