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가 돌아온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두산로보틱스 IPO 행렬

증시 회복되며 공모주 투자 심리 회복
케이뱅크 등 상장 철회한 대어들도 '재도전' 관심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상장 후 시가총액이 '조단위'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어'들이 줄줄이 기업공개(IPO)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대어'로 꼽히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450080)가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로봇대장주로 주목받는 두산로보틱스 등도 상장예심 신청을 하며 IPO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1월, 무려 100조원대 덩치를 과시하며 '단군이래 최대 규모'로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373220) 이후 대어급 IPO가 맥을 추지 못했는데, 에코프로머티리얼즈를 시작으로 그간 얼어붙었던 IPO 시장이 하반기에 본격 '해빙기'를 맞을지 주목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최대어로 꼽히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이르면 오는 8월~9월 무렵엔 상장 절차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 회사는 지난 4월27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심을 신청했는데, 통상 45거래일 동안 심사가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난히 심사를 통과할 경우 7월쯤 예심 결과가 나온다.

이후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2주가량 검토기간을 거쳐 신고서가 승인되면 8월부터는 기관수요예측 및 일반 공모청약에 돌입할 수 있다. 업계 관행적으로 여름 휴가철인 7~8월에 기관 수요예측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9월 정도로 일정이 조정될 수도 있다. 거래소의 상장예심 승인 유효기간은 6개월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2차전지(이차전지) 양극재의 핵심소재로 알려진 하이니켈 전구체를 제조하고 있어 '에코프로 광풍'을 놓친 투자자들이 공모주 투자에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6652억원의 매출과 3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94%, 140% 증가한 수치다. 이차전지 업종의 높은 성장성과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자체 경쟁력 등을 고려할 때 높은 성장성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이 회사의 매출이 대부분 핵심계열사 에코프로비엠에 원료로 납품하는 내부매출이라는 점은 발목을 잡는다. 특히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주요 실적이 이미 지주사 에코프로와 계열사 에코프로비엠에 상당부분 반영돼 있기 때문에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 자체가 계열사 내 '중복상장'으로 인식될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 및 모자회사 동시상장과 관련해 주식시장 신뢰도 하락 및 모기업 주주의 심각한 손실 등 막대한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판단, 계열사 간 중복상장과 관련해 상장심사 기준을 크게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까다로워진 상장심사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국제가전전시회 'CES 2020'(Consumer Electronics Show) 개막 이틀째인 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두산 전시장에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왼쪽)과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이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의 사인 스피닝(Sign Spinning) 퍼포먼스를 지켜보고 있다. 두산그룹이 CES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0.1.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지난 5월30일 상장예심을 신청한 두산로보틱스(454910)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보다 좀 더 매끄럽게 심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450억원, 영업적자 114억원을 기록했지만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 및 자기자본 1500억원 이상에 해당하는 '유니콘 상장특례'로 상장예비심사가 진행된다. 증권가는 두산로보틱스가 올해 매출 690억원을 달성하는 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2015년에 DRA라는 사명으로 설립됐다. 이후 두산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로 편입됐으며 2018년부터 국내 협동로봇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협동로봇이란 인간과 같은 작업 공간에서 일하도록 설계된 로봇으로, 인간을 대체하기보다 같은 공간에서 일한다는 것이 큰 차이로 꼽히고 있다. 특히 인구 고령화, 노동인력 부족, 저성장, 물가상승 등의 이슈가 발생하면서 협동 로봇이 주목을 받는 중이다.

박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향후 노동인구 부족, 기업의 비용절감 등과 같은 경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산업용 협동 로봇과 서비스용 로봇 시장이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두산로보틱스는 이에 기반한 높은 성장 세와 함께 IPO를 통한 공모자금을 활용해 로봇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유 플랫폼까지 아우를 것으로 기대된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박 연구원은 현재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가치를 5040억원 정도로 평가했으며, 추후 상장 과정에서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인공지능(AI) 및 로봇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면서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상장에 성공한다면 '로봇 대장주' 자리를 꿰찰 것으로 보인다. 현재 로봇대장주는 코스닥 상장사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이며 전날 종가 기준 2조1000억원대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케이뱅크 본사 전경(케이뱅크 제공)

대어급 IPO가 재개되면서 지난해 악화된 시장상황으로 인해 울며 겨자먹기로 상장계획을 철회해야 했던 케이뱅크(279570)도 상장 재추진에 시동을 걸 전망이다.

케이뱅크의 경우 상장 추진 초기 몸값이 8조원까지 언급됐다가 얼어붙은 시장 상황에서 4조원 이하로 평가되며 지난 2월 상장계획을 일단 철회한 바 있다.

다만 케이뱅크는 상장절차를 조속히 재개해야 할 분명한 유인이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21년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상장을 조건으로 자기자본을 인정받았던 '꼬리표'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2024년까진 상장을 완료해야 하는 만큼 올 하반기엔 상장을 재추진하리라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esth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