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체인 올라타는 美 월가…'국내용' 韓 토큰증권 뒤처지나
SEC, '기관이 독점하지 않는 블록체인'까지 공식 원장 활용 검토
나스닥은 디파이 연결…韓 원장 이전·외부지갑 연계는 '장기 검토'
- 최재헌 기자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퍼블릭 블록체인을 증권의 공식 소유권 원장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국내 토큰증권은 한국예탁결제원과 인가 금융회사가 참여하는 분산원장 안에서만 발행·유통돼 글로벌 온체인 금융과의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EC는 지난 1일 명의개서대행기관 관련 규칙 개정안을 제안했다. 1970년대 말 도입한 규칙을 블록체인 환경에 맞게 개편하는 내용이다.
명의개서대행기관은 증권 소유자를 기록하고 명의 변경과 배당, 상속 등을 처리한다. 이들이 관리하는 원장은 증권 소유권을 판단하는 법적 기준이 된다.
현재 대부분의 토큰증권은 '블록체인상 보유 내역'과 '법적으로 인정되는 증권 보유자 명부'를 별도로 관리한다. 온체인에서 토큰이 이전돼도 공식 명부에 반영되지 않으면 법적으로 소유권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개정안은 블록체인 원장을 공식 증권 보유 기록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블록체인이 금융 인프라를 보조하는 수단을 넘어 법적 소유권을 기록하는 원장 자체가 되는 것이다.
특히 SEC는 명의개서대행기관이 '독점적으로 통제하지 않는 블록체인'에 증권 기록이 존재할 경우 무결성과 접근성, 불변성을 어떻게 확보할지를 공개 질의에 포함했다. 특정 기관이 운영 권한을 독점하지 않는 퍼블릭 블록체인까지 공식 원장으로 활용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SEC는 지난해 5월에도 명의개서대행기관이 분산원장을 공식 증권 보유자 원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요건을 충족하면 같은 기록을 오프라인 장부에 중복으로 보관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해석을 정식 규칙에 반영하는 성격이다.
월가 금융사들도 퍼블릭체인 활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나스닥은 지난 10일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의 모회사 페이워드에 1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양사는 내년 2분기 출시를 목표로 '나스닥 주식토큰(NETs)'의 거래·결제·유통 인프라를 개발한다.
나스닥과 페이워드는 제도권 증권시장과 퍼블릭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주식토큰 게이트웨이'도 구축한다. 서비스가 허용된 국가에서 주식토큰을 규제시장과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생태계에서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개인 지갑 보관이나 온체인 대출 등 다른 금융서비스와 연결할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한국도 블록체인을 법적 증권 원장으로 인정한다. 지난 2월 개정된 전자증권법은 토큰증권을 '분산원장등록주식등'으로 제도화했다. 개정법은 내년 2월 4일 시행된다.
다만 증권사 등은 토큰증권 발행을 위한 메인넷을 구축한 뒤 예탁결제원의 시스템과 연결해야 한다. 증권의 발행·유통 정보도 분산원장에 참여하는 예탁결제원과 증권사 등이 공동으로 기재·관리한다.
토큰증권 한 종목은 하나의 분산원장에서만 발행할 수 있으며 다른 원장으로 이전하는 것도 제한된다. 원장 간 이전이 비정상적으로 처리되면 실제 발행량과 다른 수량이 유통될 수 있고 상호운용 기술도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개인 지갑이나 디파이 등 외부 서비스와의 연결 시점도 정해지지 않았다. 예탁결제원은 뉴스1 질의에 "제도 시행 이후 중장기적으로 기술 발전과 충분한 시장 검증을 통한 안정성 확인이 전제된다면 검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미국 역시 등록기관과 신원확인 절차를 유지한다는 점에서는 한국과 다르지 않다. 다만 미국은 퍼블릭체인에 법적 증권 기록을 남기는 상황까지 열어두었지만, 한국은 인가된 원장 내부의 안정성 검증에 우선순위를 뒀다.
토큰증권이 '국내용'에 머물지 않으려면 원장 간 이동과 외부 금융서비스 연계에 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토큰증권의 핵심은 외부 지갑·금융서비스와 연결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초기 안정성을 검증한 이후의 확장 로드맵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hsn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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