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조각투자 따로 거래?…STO 유통 '쪼개진 인가'[토큰증권 대해부]⑥

"하나의 디지털 시장이라더니"…유통 인가 단위 줄줄이 '따로 신설'
복수 인가 받을 수 있나…겸영 제한 땐 유동성 확보 난항 우려

편집자주 ..."혁신은 시장이 이끌고, 신뢰는 정부가 뒷받침하겠다." 금융당국이 최근 '토큰증권'을 조각투자에서 주식·채권·펀드 등 모든 증권으로 넓히며 내건 청사진이다. 하지만 내년 2월부터 열리는 시장은 기관용 사모상품과 비상장주식, 조각투자가 중심이다. 상장주식 등은 언제 토큰화할지 정해지지 않았고, 원장과 유통시장도 기존 자본시장 체계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 선언대로라면 토큰증권은 새로운 '디지털 자본시장'의 시작이다. 과연 그만큼의 시장이 열리는가. <뉴스1>은 10회에 걸쳐 화려한 청사진 뒤 한국형 토큰증권의 실체와 가능성, 한계를 집중 조명한다.

금융위원회 전경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금융위원회가 조각투자를 넘어 주식·채권·펀드 등 모든 증권의 토큰화를 추진하지만 이를 거래하는 시장에는 기존의 자산별 인가체계를 그대로 적용하기로 했다.

토큰화된 주식과 채권, 조각투자를 모두 취급하려는 사업자는 각각의 증권에 해당하는 인가를 따로 받아야 한다. 하나의 사업자가 복수 인가를 받아 여러 자산을 한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겸영이 제한돼 유통시장이 자산별로 나뉘면 투자자와 거래량도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가 제시한 ‘하나의 디지털 자본시장’이 실현되려면 복수 인가를 폭넓게 허용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나의 디지털 시장이라더니…토큰증권 유통 '따로 인가'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4일 발표한 ‘토큰증권 정책 방향’에서 토큰증권만을 위한 별도의 금융투자업 인가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 기존 자본시장법상 투자매매·중개업 인가를 받은 사업자가 해당 인가 범위 안에서 토큰증권도 취급하도록 할 방침이다.

토큰증권은 새로운 금융상품이 아니라 주식이나 채권, 수익증권 등을 분산원장에 기록해 발행·유통하는 방식이라는 판단에서다.

권오훈 차앤권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토큰증권은 분산원장을 이용하도록 증권의 형태를 바꾼 것일 뿐 본질은 증권”이라며 “토큰증권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존 증권과 다른 인가체계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기존 금융사는 받은 인가의 범위 안에서 금융감독원과 협의를 거쳐 토큰증권을 추가로 취급할 수 있다. 당국도 익숙한 기존 체계를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인가 분류에 주식·채권·수익증권 등 자산별 구분을 그대로 적용했다는 점이다. '수익증권' 장외거래소 인가를 받은 사업자는 '토큰화된 수익증권'을 거래할 수 있지만 토큰화된 비상장주식이나 채권까지 취급하려면 각각 인가를 갖춰야 한다.

현재 장외거래소 인가는 △비상장주식을 다루는 지분증권 △부동산·음원 조각투자에 활용되는 비금전 신탁수익증권 △전문투자자의 채권 거래를 중개하는 채무증권 등으로 구분된다.

금융위는 토큰화에 따른 채권 유통시장 확대 가능성을 고려해 일반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는 채무증권 장외거래소 인가 단위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반면 미술품·한우 등에 활용되는 투자계약증권은 유통 방안에 대한 연구를 마친 뒤 별도의 장외거래소 인가 단위를 신설할지 검토할 계획이다.

토큰증권으로 발행되는 상품이 늘어날수록 기존 금융투자업의 자산별 인가체계도 함께 확장되는 구조다.

권 변호사는 "금융투자업의 경우 어떤 업무를 할지 정하면 취급 상품이 따라오는 방식"이라며 "토큰증권은 취급하려는 자산에 따라 인가가 갈리는 등 순서가 뒤바뀐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복수 인가 받을 수 있나…겸영 제한 땐 유동성 확보 난항

향후 시장 구조를 가를 핵심은 한 장외거래소 사업자가 여러 종류의 인가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느냐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겸영 범위, 최대 개수 등 구체적인 인가 정책은 시장 수요 등을 보고 정례회의에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겸영이 허용된다면 자산별 인가의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겸영이 불가능해 거래 시장이 나뉘면 투자자와 유동성도 흩어진다. 가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필요할 때 팔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비상장주식과 조각투자처럼 거래량이 적은 시장에 불리할 수 있다.

기존 인가 체계를 활용하는 방식도 결과적으로 금융사에 유리하다. 새로운 토큰증권 시장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금융사의 사업 영역을 블록체인까지 넓혀준 것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권 변호사는 "금융사가 취급하던 자산의 상품이 더욱 늘어나는 것"이라며 "토큰증권을 하나의 새로운 통합 산업으로 보기보다 기존 금융업 체계대로 가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진현수 디센트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한국은 시장 자율보다 투자자 보호를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며 "가상자산 거래를 한 거래소에 모두 맡기지 않는 것처럼, 토큰증권도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눠 관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금융위가 목표로 강조한 '하나의 시장'과 대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자본시장 전체 가치사슬을 '하나의 디지털 자본시장'이라는 관점에서 연결하겠다"고 주장했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은 자산과 금융서비스를 연결해 활용 범위를 넓히는 기술"이라며 "시장이 자산별로 따로 움직이면 기존 금융 구조에 블록체인만 입힌 형태로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선 하나의 거래시설이 여러 종류의 토큰화 자산을 취급한다"며 "국내도 시장 형성 과정을 지켜보며 겸영 허용 등 제도적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hsn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