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반 기다린 투자계약증권 유통…결론은 또 '연구용역'[토큰증권 대해부]⑤

내년 2월 토큰 발행해도 거래는 불가…공유 지분 이전이 걸림돌
미국은 우회적 방법으로 미술품에 조각투자…한국은 투자자 보호에 방점

편집자주 ..."혁신은 시장이 이끌고, 신뢰는 정부가 뒷받침하겠다." 금융당국이 최근 '토큰증권'을 조각투자에서 주식·채권·펀드 등 모든 증권으로 넓히며 내건 청사진이다. 하지만 내년 2월부터 열리는 시장은 기관용 사모상품과 비상장주식, 조각투자가 중심이다. 상장주식 등은 언제 토큰화할지 정해지지 않았고, 원장과 유통시장도 기존 자본시장 체계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 선언대로라면 토큰증권은 새로운 '디지털 자본시장'의 시작이다. 과연 그만큼의 시장이 열리는가. <뉴스1>은 10회에 걸쳐 화려한 청사진 뒤 한국형 토큰증권의 실체와 가능성, 한계를 집중 조명한다.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이미지.

(서울=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정부가 토큰증권발행(STO)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조각투자 시대'를 선언한 지 3년 7개월이 지났지만, 미술품·한우 등에 투자하는 투자계약증권의 유통 방안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았다.

내년 2월부터 투자계약증권을 토큰 형태로 발행할 수는 있지만 이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은 당분간 열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블록체인에서 토큰의 주인이 바뀌더라도 토큰과 결합된 미술품·한우의 공유지분까지 자동으로 이전되지 않는 법적 문제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술품·한우 투자하는 투자계약증권 유통은 '아직'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발표한 ‘토큰증권 정책 방향’에서 공유지분형 투자계약증권의 유통 방안을 연구용역을 통해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공동 소유권을 설정하지 않고 사업 수익만 배분하는 사업형 투자계약증권의 발행 기준도 별도의 연구용역 대상으로 남겨뒀다.

금융당국이 그동안 투자계약증권의 유통 방식을 검토해 왔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다시 연구 단계로 넘긴 것이다.

조각투자는 비금전신탁 수익증권과 투자계약증권으로 구분된다. 기초자산 및 사업에 다수가 나눠 '조각으로' 투자한다는 측면에서는 두 개념이 유사하나, 전자는 부동산이나 음원 같은 신탁이 가능한 기초자산에 투자한다.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은 토큰증권 형태로 발행해 오는 2027년 2월부터 장외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다.

반면 후자는 신탁 없이 직접 공동사업의 손익을 배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투자계약증권의 대표적인 기초자산은 미술품, 한우 등이다.

국내에서 발행된 투자계약증권은 미술품이나 한우 같은 자산에 투자자들이 공동 소유권을 설정하는 '공유지분형'이다. 투자자는 증권만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미술품이나 한우에 대한 공유 지분도 함께 갖는다.

문제는 유통이다. 투자자가 토큰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더라도 기초자산의 공유 지분까지 자동으로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민법상 지명채권 양도 등의 절차를 거쳐 공유 지분 소유권자를 변경해야 한다. 블록체인 상에서는 토큰 보유자가 바뀌더라도, 법률상 공동 소유 관계는 그대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투자계약증권을 블록체인 상에서 실시간으로 거래하려면 증권 계좌의 변경과 기초자산 공유 지분의 이전을 함께 처리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금융위는 두 절차를 기술적·제도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지를 연구용역을 통해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미국은 이미 미술품 조각투자 중…투자자 보호 이유로 미뤄둔 한국

금융당국이 3년 동안 아무 연구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투자계약증권 유통 제도화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데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해외에서는 미술품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투자계약증권이 우회적인 구조로 이미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에서는 미술품 조각투자를 유통 가능한 '법인 지분'으로 설계한 사례가 있다.

미국 조각투자 업체 마스터웍스는 작품별로 유한책임회사(LLC)를 세워 해당 LLC가 미술품을 보유하게 하고, 투자자에게 LLC의 지분을 판매한다. 이후 투자자끼리 지분을 거래해도 미술품 소유자는 LLC로 유지되기 때문에 작품의 소유권을 매번 변경할 필요가 없다.

마스터웍스의 지분은 공모 종료 후 90일이 지나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된 대체거래시스템(ATS)인 'PPEX ATS'에서 거래할 수 있다. 국내가 투자계약증권과 공유 지분의 이전을 연계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은 기초자산을 법인에 고정하고 그 법인의 증권을 유통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낸 셈이다.

다만 국내 규제 기조는 투자자 보호에 방점을 두고 있어 이 같은 구조는 활용하기 어려울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국내에 마스터웍스 같은 구조를 도입할 경우, 투자자가 보유하는 증권이 미술품이나 한우의 공동 소유권을 결합한 투자계약증권이 아니라 SPV 지분 증권 또는 펀드 지분에 가까워질 수 있어 사업 구조와 적용될 규제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공동소유권 없이 사업 수익만 배분하는 '사업형 투자계약증권'도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도산절연 문제가 남는다. 발행 업체가 파산했을 때 공동 사업 자산을 발행 업체의 다른 재산이나 채권자로부터 어떻게 분리해 보호할지에 대한 기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투자자들이 공동 소유권을 설정하는 공유 지분형은 증권 이동만으로 양도가 끝나지 않고, 공유 지분 변경이 필요해 유통에 제한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 "공동 소유권 설정이 적합하지 않는 사업형 투자계약증권은 발행인과 공동 사업 자산과의 도산절연 문제 등 투자자 보호 리스크가 크다"고 발혔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