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문 활짝 연다지만…'허가형 블록체인'에 막힌 글로벌 확장

예탁원 연계·심사 거치는 분산원장…글로벌 퍼블릭체인 연결성 과제
"허가형 원장이면 기존 전자증권과 큰 차이 없어…효율성·접근성 개선 제한"

비트코인 ⓒAFP=뉴스1

(서울=뉴스1) 황지현 기자 = 금융당국이 조각투자를 넘어 주식·채권·펀드 등 사실상 '모든 증권'으로 토큰화 범위를 넓히고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온체인 결제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토큰증권의 권리를 기록·관리하는 분산원장은 예탁결제원과 증권사 등 제도권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허가형 구조를 전제로 하고 있어 퍼블릭체인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토큰화 생태계와의 연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토큰증권 정책 방향에 따르면 당국은 내년 2월 제도 시행을 시작으로 주식·채권·펀드 등 기존 정형증권까지 단계적으로 토큰화할 방침이다.

우선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 채권·펀드와 비상장주식 등을 토큰화하고 이후 공모 증권으로 범위를 확대한다. 장기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 등을 결제수단으로 연계해 블록체인상에서 증권과 대금이 동시에 오가는 온체인 결제까지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주식·채권까지 토큰화 문 열었지만…인프라는 '허가형'

상품 측면에서는 토큰증권의 문을 대폭 열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는 제도권 금융기관 중심으로 설계됐다.

금융위는 토큰증권 시스템에서 증권의 발행 및 권리 정보를 분산원장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기재·관리하도록 했다. 증권사 등이 토큰증권 발행을 위한 분산원장 인프라를 구축하면 전자등록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의 토큰증권 시스템과 연계하는 방식이다.

증권사 등이 분산원장 연계를 신청하면 예탁원은 참여자 구성과 합의 알고리즘, 전자등록정보 보존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심사와 기능 테스트를 진행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거래 기록을 검증할 수 있는 퍼블릭체인의 개방성을 그대로 활용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토큰증권의 법적 권리관계가 예탁원의 전자등록 체계와 연결되고 분산원장 참여자와 운영 방식 등에 일정한 요건이 적용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국내 토큰증권의 글로벌 확장성을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큰화할 수 있는 상품은 주식·채권·펀드 등 글로벌 시장 수준으로 확대하면서도 이를 기록·관리하는 인프라가 국내 제도권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한 허가형 네트워크에 머물 경우 퍼블릭체인을 기반으로 형성되고 있는 글로벌 온체인 유동성과 연결하는 데 한계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퍼블릭체인은 특정 기관의 허가 없이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고 국경을 넘어 투자자와 자산, 금융 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해외에서는 퍼블릭체인을 기반으로 실물연계자산(RWA)이나 토큰화된 금융상품을 발행하고 이를 스테이블코인이나 탈중앙화금융(DeFi) 등 다른 온체인 금융 서비스와 연결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국내 토큰증권이 제한된 참여자가 공동 관리하는 분산원장에 머물 경우 기존 전자증권의 장부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바꾸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DB 대신 분산원장 쓰는 수준"…토큰화 효과 제한 우려

특히 국내에서는 이미 2019년 전자증권제도가 시행돼 증권의 발행과 권리관계가 전자적으로 등록·관리되고 있다. 결국 토큰증권이 기존 전자증권과 차별화하려면 단순히 장부 기술을 데이터베이스(DB)에서 분산원장으로 바꾸는 것을 넘어 결제 효율화와 자산 간 결합, 글로벌 유동성과의 연결 등 블록체인의 장점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복진솔 포필러스 리서치 총괄은 "금융위가 발표한 방식은 기존 증권 시스템의 거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기존 데이터베이스 대신 분산원장을 장부로 활용하는 구조"라며 "2019년 전자증권법 시행 이후 이미 모든 증권이 전자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상황에서 분산원장 역시 허가형으로 운영된다면 기존 시스템과 비교해 큰 차이를 만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24시간 거래 기반이나 증권과 대금의 동시결제(DvP), 스마트컨트랙트 활용 등에서는 진전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효율성과 접근성 향상 등 토큰화가 가져올 수 있는 본질적인 효과와는 거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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