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판 베이스'라더니…코빗, 신사업 '실리콘' 접는다

실리콘, 1년 반 만에 블록체인 가동 중단키로
합작법인 '하이드로우'도 세웠는데…하이드로우는 코빗 지분 미래에셋에 매각

신사업 '실리콘'을 위해 협업했던 오세진 코빗 대표(왼쪽부터), 최진한 오지스 대표, 박규원 하이드로우 대표. 사진은 2024년 뉴스1과 진행한 인터뷰 당시 모습. 2024.11.21 ⓒ 뉴스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황지현 기자 =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이 블록체인 기술기업 오지스와 함께 개발한 레이어2 블록체인 플랫폼 '실리콘'이 출시 1년 반 만에 운영을 종료한다.

미국 코인베이스의 레이어2 블록체인 '베이스'를 벤치마킹해 '한국판 베이스'를 표방하고 합작법인까지 설립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결국 단기간에 사업을 접게 됐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실리콘 네트워크(이하 실리콘)는 전날 개발자 공지를 통해 이날부터 실리콘 블록체인의 테스트넷 운영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실리콘으로의 자산 입금도 이날부터 중단됐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가동을 완전히 멈추는 시점은 오는 12월 31일이다. 이에 따라 이용자들은 연말까지 실리콘 블록체인 상 자산을 모두 출금해야 한다.

실리콘의 사업 종료는 앞서 코빗이 자체 지갑 서비스 철수를 결정하면서 예고됐다.

코빗은 지난달 31일 자체 지갑 인프라인 '코빗 웹3 월렛'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해당 월렛(지갑)은 실리콘을 기반으로 구축된 인프라이자, 실리콘 블록체인만 지원해왔다. 이에 실리콘 프로젝트 자체도 운영을 종료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결국 월렛 종료 공지 이틀 만인 지난 2일 실리콘도 운영 종료 사실을 밝혔다.

실리콘은 코빗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고자 지난 2024년 야심차게 도전한 신사업이었다. 거래 수수료가 유일한 수익원인 상황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저조해 적자를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개발 과정에서는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베이스'를 벤치마킹했다. 이더리움 레이어2 블록체인인 베이스는 쉬운 개발 환경과 코인베이스 이용자 풀을 무기로 시장에 안착했다. 코빗도 '한국판 베이스'를 목표로 하며 국내외 파트너사를 확보하고자 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코빗이 협업한 블록체인 기술기업 오지스는 지난 2024년 1월 자체 서비스 '오르빗 브리지' 해킹 사건으로 1000억원대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이에 실리콘을 통해 발생한 수익은 오르빗 브리지 해킹 피해 복구에 투입됐다. 코빗의 신사업 취지와 멀어지게 된 배경이다. 코빗이 적자 환경임에도 투입했던 자금이 결국 오지스를 돕는 데만 쓰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거래 건수, 수수료 수익 등 실리콘 자체의 성과도 저조했던 탓에 결국 사업은 일찌감치 종료 수순을 밟게 됐다.

한편 실리콘 개발 주체인 합작법인 하이드로우는 사업 종료를 결정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코빗 지분을 미래에셋에 넘겼다.

지난 7월 말 미래에셋컨설팅이 기존 92%에 더해 코빗 지분 5.42%를 추가 인수할 당시 코빗 지분을 넘긴 주체는 사모펀드 알파디지털에셋과 하이드로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드로우는 합작법인이면서 동시에 코빗 지분 2.06%를 보유하고 있는 주주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와 맞물려 과거 추진했던 비핵심 신사업을 정리하고 거래소 본업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사업 재편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