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인도 코인·선물 거래…텔레그램 '월렛' 미신고 영업 논란

단순 지갑 넘어 코인·주식토큰 거래…플랫폼 내 한국어 서비스 시작
"국내 영업 땐 특금법상 신고해야…미신고 사업자 분류 시 접속 차단"

텔레그램 내 가상자산 지갑 '월렛' 플랫폼의 모습.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텔레그램 내 가상자산 지갑 '월렛(Wallet)'이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미신고 영업'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가상자산의 단순 보관뿐 아니라 구매·교환·이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월렛에서는 가상자산뿐만 아니라 무기한선물과 주식 토큰까지 거래할 수 있다. 최대 50달러 상당의 거래 보상과 연 25% 수익률을 내건 스테이킹(가상자산 예치) 상품도 국내 이용자에게 노출되고 있어, 단순 보관을 넘어 가상자산 거래·중개 등에 따른 신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월렛은 지난 24일부터 한국어 서비스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이용자도 월렛의 주요 기능을 한국어로 확인할 수 있다.

월렛은 텔레그램 봇 형태로 처음 출시된 뒤 지난 2023년 텔레그램 애플리케이션(앱)에 공식 통합됐다. 텔레그램 블록체인 인프라인 톤(TON) 생태계 개발사 더오픈플랫폼(TOP)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용자는 별도의 앱을 설치하지 않고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월렛에 접속할 수 있다. 텔레그램 계정에 연동된 휴대전화 번호로 가입할 수 있으며 가상자산의 교환·이전·보관 기능을 제공한다.

월렛은 무기한선물과 주식 토큰 거래도 지원한다. 가상자산을 예치하고 보상을 받는 스테이킹 상품도 제공하며 일부 상품은 연 최대 25%의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다.

텔레그램 채팅방에 올라온 '월렛' 공지사항.

문제는 월렛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특금법상 사업자가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매매·교환·이전·보관·중개 등의 영업을 하려면 FIU에 신고해야 한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FIU는 원화를 취급하거나 한국인을 대상으로 마케팅·판촉 활동을 하거나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면 국내에서 영업하는 것으로 본다"며 "월렛은 한국어 서비스 제공 기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월렛은 일정 금액 이상을 거래한 이용자에게 최대 50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지급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이용자가 한국어로 이벤트 내용을 확인하고 실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인 대상 마케팅으로 판단될 여지도 있다.

서비스 명칭이 '월렛'이라는 이유만으로 신고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도 아니다. 이용자가 개인 키를 직접 관리하는 '비 수탁형 지갑'은 단순 지갑 기능만 제공할 경우 일반적으로 신고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월렛처럼 가상자산의 구매·교환·중개 기능까지 제공하면 신고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 변호사는 "이는 단순히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커스터디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름은 월렛이지만 안에서 가상자산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가상자산 중개에 대한 신고 의무가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국내 영업을 하는 미신고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차단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빙엑스는 지난 1월 미신고 사업자로 분류돼 국내 거래소와의 가상자산 입출금이 제한됐다. 반면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 등 일부 해외 거래소는 한국어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다만 월렛은 일반적인 중앙화 거래소와 달리 텔레그램 내부에 통합된 미니 앱 형태로 제공돼 차단 조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현수 디센트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원칙적으로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가상자산사업을 하려면 신고해야 한다"며 "다만 월렛은 텔레그램 내부의 미니앱 형태로 들어가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hsn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