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친코인' 내세웠지만…취임 후 비트코인 41% '뚝'
친가상자산 정책에도 BTC·ETH 약세…금 65%·은 123% 상승
AI·반도체로 자금 이동…규제 불확실성·유동성 부족도 가상자산 발목
- 황지현 기자
(서울=뉴스1) 황지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이 금·은과 미국 증시 대비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친가상자산 정책에 대한 기대가 실제 시장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자산별 수익률이 엇갈렸다.
20일 가상자산 트레이딩 및 투자 업체 랜드그룹(Rand Grou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취임 이후 비트코인은 41%, 이더리움은 45% 하락했으며 다른 알트코인은 80%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은은 123%, 금은 65% 상승했다. 나스닥과 러셀2000, S&P500도 각각 42%, 35%, 30% 올랐다.
특히 제한된 공급량을 바탕으로 '디지털 금'으로 불려온 비트코인이 하락한 사이 실제 금과 은 가격은 큰 폭으로 오르며 대조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증시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상대적 부진이 부각됐다.
이 같은 흐름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이후 가상자산 산업에 우호적인 정책을 잇달아 추진해왔다는 점과는 엇갈린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월 취임 직후 미국의 디지털 금융 기술 분야 리더십 강화를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디지털자산과 블록체인 기술의 합법적인 이용과 성장을 지원하고 개인의 가상자산 자체 보관 권리를 보호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같은 해 3월에는 미국 정부 차원의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Strategic Bitcoin Reserve)과 미국 디지털자산 비축(U.S. Digital Asset Stockpile)을 설립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정부가 형사·민사상 자산 몰수 등을 통해 확보한 비트코인을 국가 차원의 준비자산으로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은 시장에서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직접 매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부가 이미 보유한 물량을 중심으로 출범했다. 추가 확보 역시 납세자에게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는 '예산 중립적' 방식을 전제로 하면서 시장의 즉각적인 신규 매수 수요로 이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어 2025년 7월에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담은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법제화되면서 미국 내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에도 속도가 붙었다.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은 이 같은 정책적 호재에도 약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가상자산 정책에 대한 기대가 취임 이전부터 가격에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실제 비트코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일인 2025년 1월 20일 한때 10만 9000달러를 돌파하며 당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세계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비트코인 전략 비축 구상을 내놓으면서 규제 완화와 기관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가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취임 이후에는 정책 발표 자체보다 실제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과 유동성이 가격을 좌우하는 국면으로 전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가상자산 정책이 규제 환경을 개선하고 산업의 제도권 편입을 촉진하더라도 이를 곧바로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의 신규 매수 수요로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10월 급락 이후 가상자산 투자심리가 약세를 이어온 데에는 반도체·AI 테마주로의 자금 이동과 전쟁, 고금리 등 거시경제 요인, 비트코인 4년 주기에 대한 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알트코인 약세에 대해서는 "백악관이 규제 개혁을 천명했지만 증권성 판단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고 클래리티법도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며 "여기에 가상자산 시장 자체의 혁신 부재 문제까지 겹치면서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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