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가분리 벽 넘은 3·4위 코인 거래소…한투·미래에셋 업고 판 흔들까

한투·OKX, 코인원 지분 20%-1주 확보…미래에셋은 코빗 97% 인수
증권사 고객 기반·거래소 기술력 결합…원화 거래소 판도 변화 주목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미래에셋그룹과 한국투자증권(030490)이 '금가분리(금융·가상자산 분리)' 규제의 벽을 넘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과 코인원을 품었다. 증권사의 고객 기반과 거래소의 기술력이 결합할 경우 새로운 금융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3·4위 가상자산 거래소가 현재 굳어진 5대 원화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경쟁 구도를 흔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최근 한국투자증권과 오케이엑스(OKX)의 코인원 지분 매입과 관련한 대주주 변경 신고를 수리했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과 오케이엑스벤처스는 각각 코인원 지분 20%-1주를 확보하게 됐다. 금융사가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을 10% 이상 직접 보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도 코빗 지분(97.15%) 취득을 마무리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지난 21일 코빗 주식 취득 규모를 기존 92.06%에서 97.15%로 확대한다고 공시했다. 앞서 FIU는 지난 3월 미래에셋컨설팅 측 인사가 코빗 이사회에 합류하는 내용의 이사회 구성 변경 신고를 수리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9일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이로써 코인원과 코빗 모두 금융당국의 '금가분리' 기조를 깨고 대형 증권사를 새 주주로 맞았다.

금가분리는 2017년 말 정부의 가상자산 긴급대책 이후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보유와 매입, 담보 취득, 거래소 지분 투자 등을 제한해 온 규제다. 법률이 아닌 행정지도 성격이었지만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원칙처럼 적용돼 왔다.

코빗은 비금융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인수가 이뤄졌지만,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를 중심으로 거래소를 편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한국투자증권이 코인원 지분을 직접 취득하며 증권사의 가상자산 시장 진출이 한층 속도를 내게 됐다.

증권사가 거래소와 손을 잡은 배경엔 전 세계에서 금융과 가상자산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는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해외에선 거래소가 코인 거래를 넘어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토큰증권 등을 함께 거래하는 종합 투자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 등 해외 대형 거래소는 주식과 ETF 등 전통 금융 상품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미국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는 주식을 블록체인 기술로 토큰화한 '주식 토큰'을 통해 24시간 소액 거래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도 향후 제도 변화에 대비해 거래소를 선점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이 코인원과 코빗을 선택한 것도 상대적으로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23일 코인게코 기준 국내 5대 원화 거래소 점유율은 △업비트(72.1%) △빗썸( 22.3%) △코인원(4.3%) △코빗(1.0%) △고팍스(0.3%) 순이다.

업비트는 이미 네이버파이낸셜과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고팍스는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지난해 인수를 마쳤다. 증권사와의 협업을 추진할 수 있는 거래소 가운데 코인원과 코빗이 전략적 선택지였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과 한국투자증권을 업은 코빗과 코인원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도 관심사다. 증권사의 고객 기반과 거래소의 기술력이 결합할 경우 시장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대규모 이용자 기반과 오랜 영업 노하우, 거래소의 기술력이 결합하면 새로운 형태의 금융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다"며 "만약 각사의 거래 플랫폼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되면 이용자 수와 시장점유율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코인원은 글로벌 거래소 오케이엑스와도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며 "제도 변화나 해외 사업 확대가 이뤄지면 다양한 협업으로 이어질 수 "고 평가했다.

코인원 관계자는 "이번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신고 수리를 계기로 한국투자증권과 협력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라며 "증권사와 가상자산 거래소의 고객층이 맞닿아 있는 만큼 크로스 마케팅을 시작으로 다양한 협업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chsn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