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는 팔고 기업은 못 산다…멈춘 가상자산 법인시장 개방

거래소·비영리법인 매도만 허용…기관투자자 시장 개방은 '안갯속'

금융위원회 전경

(서울=뉴스1) 황지현 기자 = 정부가 법인의 가상자산(디지털자산) 시장 참여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핵심 과제로 꼽혔던 상장법인과 전문투자 법인의 투자 허용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거래소와 비영리법인의 가상자산 매도는 허용됐지만 정작 시장이 기대했던 기관투자자 중심의 법인시장 개방은 차일피일 미뤄지는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코빗은 지난달 30일 운영 경비 충당을 위해 비트코인 15개와 이더리움 60개를 매도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공시는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의 가상자산사업자 매도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가 자체 보유한 가상자산을 매도할 경우 목적과 규모, 기간, 거래소 등을 사전에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8월에는 코인원이 보유 가상자산 매도 계획을 공시했고 코빗도 올해 2월과 3월, 6월 등 세 차례에 걸쳐 보유 가상자산 매도를 공시했다.

이 같은 매도는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2월 발표한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에 따른 1단계 조치다. 금융위는 일정 요건을 갖춘 비영리법인과 가상자산 거래소에 한해 현금화 목적의 가상자산 매도를 허용했고 이에 따라 거래소들은 보유 가상자산을 처분할 수 있게 됐다.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도 업비트를 통해 기부받은 가상자산을 매도한 바 있다.

반면 로드맵의 핵심으로 꼽혔던 2단계는 여전히 제자리다.

금융위는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 가운데 금융회사를 제외한 상장법인과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법인 약 3500개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거래를 시범 허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당초 지난해 하반기 중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법인 투자 허용 절차를 본격화할 방침이었지만 현재까지도 세부 운영 기준이나 시행 일정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법인 시장 개방의 핵심은 거래소나 비영리법인의 '매도 허용'이 아니라 기업과 기관의 실제 투자 참여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허용된 것은 기존 보유 자산의 현금화에 그칠 뿐 신규 투자나 시장 활성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와 비영리법인의 매도 허용은 로드맵의 출발점일 뿐"이라며 "시장이 기대하는 것은 상장법인과 기관투자자가 실제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인데 핵심인 2단계가 계속 미뤄지면서 정책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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