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0조원 굴리는 프랭클린 템플턴, 가상자산 투자사 인수한 이유

[월가 뒤흔든 토큰혁명]② 프랭클린 템플턴, 자체 토큰화 MMF '벤지' 사업 확대
'프랭클린 크립토' 본격 출범…토큰화 사업 집중

편집자주 ...블록체인 기술의 상징인 '비트코인'은 한때 투기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금 뉴욕에서는 전혀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프랭클린템플턴은 국채와 펀드를 블록체인 위로 옮기고 있다. 로빈후드는 주식을 토큰화해 24시간 거래하는 시장을 열었다.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산업이 경쟁을 넘어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함께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실물증권이 전자증권으로 바뀌었듯, 금융은 다시 한 번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1은 뉴욕 현지 취재를 통해 월가가 주목하는 '토큰화 혁명'의 현장을 살펴보고, 한국 금융 시장에 던지는 의미를 짚어본다.

프랭클린템플턴 로고.

(뉴욕=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한때 가상자산 업계의 실험으로 여겨졌던 자산 토큰화가 월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주식과 채권, 펀드 등 전통 금융자산의 다음 형태는 '토큰'이 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 시장 주도권 경쟁도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자산운용사가 있다. 총 운용자산 규모(AUM)가 1조 7400억 달러(약 2600조원)에 달하는 대형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이다.

프랭클린 템플턴은 지난달 가상자산 투자사 '250 디지털' 인수를 발표하며 토큰화 및 디지털자산 사업 확대에 나섰다. 250 디지털은 웹3 벤처캐피탈(VC) 코인펀드에서 분사한 기관용 가상자산 운용사로 프랭클린템플턴 산하 '프랭클린 크립토'로 재출범한다.

월가 최초 토큰화 사업 진출…최근 2년 간 140% 성장한 '벤지'

프랭클린템플턴은 월가의 주요 자산운용사들 중 가장 먼저 토큰화 사업에 진출한 기업이다. 지난 2021년 머니마켓펀드(MMF)를 토큰화한 '벤지(BENJI)' 브랜드를 출시했다.

벤지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24년부터다. 같은 시기 블랙록도 토큰화된 MMF '비들(BUIDL)'을 출시하며 전체 시장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

프랭클린 템플턴 발표에 따르면 벤지 투자자 수는 2024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2년 동안 14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5월 개인투자자 간 거래(P2P) 전송 기능이 도입된 이후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지난해 6월 벤지 운용자산 규모는 8억 달러(약 1조 2200억 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6월 초 기준 25억 달러(약 3조 82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처럼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프랭클린 템플턴 전체 AUM에 비하면 토큰화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0.12%로 미미하다. 이에 프랭클린템플턴은 전담 사업부인 프랭클린 크립토를 통해 벤지를 더욱 성장시킨다는 방침이다.

특히 기관투자자를 겨냥한 토큰화 상품 운용을 확대한다. 250 디지털의 기관투자자 대상 운용 전략과 전담 인력을 그대로 흡수해 '온체인 자산 운용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250 디지털을 이끌던 크리스토퍼 퍼킨스(Christopher Perkins)를 프랭클린 크립토 대표로 영입하기도 했다.

'프랭클린 크립토' 본격 출범…토큰화 사업 집중
크리스토퍼 퍼킨스(Christopher Perkins) 프랭클린 크립토 대표.

크리스토퍼 퍼킨스 프랭클린 크립토 대표는 뉴욕에서 뉴스1과 만나 △프랭클린 템플턴 최고경영자(CEO)인 제니 존슨이 토큰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점 △기관 고객의 크립토(가상자산) 수요를 충족시켜야 하는 점 등이 프랭클린 크립토가 출범하는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벤지 출시는 2021년이지만 프랭클린 템플턴이 토큰화 사업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2018년부터다. 제니 존슨이 일찍부터 자산 토큰화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최근에 들어서는 크립토에 대한 기관 고객의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에, 토큰화 상품을 중심으로 기관 고객들의 '크립토 진입'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프랭클린 템플턴에서 디지털자산 사업을 담당해온 샌디 카울(Sandy Caul)이 퍼킨스 대표와 함께 시티그룹에서 근무했던 점도 이번 인수에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자산 토큰화의 장점으로는 △24시간 일주일 내내 거래가 가능한 점 △글로벌 접근성이 큰 점 △유동성 확대가 용이한 점 △결제 및 수익 귀속 속도가 빠른 점 등을 들었다. 프랭클린 크립토가 앞으로 토큰화 사업에 집중하고자 하는 이유다.

퍼킨스 대표는 "주식이나 국채를 토큰화하면 24시간, 주말에도 거래가 가능하다"며 "가격이 같다면 당연히 '토큰화된 버전'이 더 나은 자산의 형태"라고 했다.

24시간 거래는 리스크(위험) 관리에도 용이하다. 퍼킨스 대표는 "시장은 원래 24시간 움직이는데 그동안은 거래소가 24시간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라며 "24시간, 일주일 내내 거래가 가능하면 시도 때도 없이 움직이는 시장에 언제든 대응이 가능해 리스크 관리가 쉬워진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자에 접근이 가능하고, 수익 정산 속도도 빠르다. 퍼킨스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사가 준비금을 국채에 투자하고 그 이자를 가져가지만, 토큰화된 MMF에 투자하면 투자자가 즉시 이자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면서 "이런 장점 때문에 토큰화는 금융의 '차세대 버전'이 될 것이고, 프랭클린템플턴도 이 분야에 집중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