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코인송금 1000만원 넘으면 '의심거래'…주요국보다 센 규제 추진
당국 "1000만원 넘으면 '위험도 관계없이' 의심거래 보고 대상"
해외 유사 사례 없어…국내 사업자 경쟁력 저하 우려
-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으로 1000만원 이상 가상자산을 보낼 경우 이를 일률적으로 '의심거래'로 간주해 당국에 보고하도록 하는 규정이 오는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주요국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수준의 규제가 잇달아 추진되고 있다며 우려를 제기한다. 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등 해외 사례를 찾기 힘든 규제들이 이미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까지 시행될 경우 국내 가상자산 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가 소속된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DAXA, 닥사)는 1000만원 이상 가상자산 송금을 일률적으로 의심거래로 간주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당국에 전달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말 이러한 내용을 담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으로 1000만원 이상 가상자산을 이전할 경우, 위험도와 관계없이 이를 의심거래(STR)로 보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외 거래소 및 개인 지갑이 자금세탁 위험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개정안은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오는 7월 중 개정이 완료될 예정이다. 닥사는 의견 수렴 기간에 맞춰 재검토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닥사는 특히 고액현금거래보고(CTR)과 의심거래보고(STR)은 목적과 준수 방식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CTR은 은행업권에서도 이뤄지는 단순 행정보고이지만 STR은 분석과정을 거쳐 보고해야 하는데다, 위반 시 형사책임도 부여된다. 이 때문에 해외 거래소로의 1000만원 이상 거래를 'STR 대상'으로 간주하면 거래소들이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된다는 주장이다.
실무상 부담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STR은 단순 거래 건만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통상 3개월치 거래 내역과 분석 내용을 함께 제출해야 한다. 단순히 1000만원 이상 해외 이전 거래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에 비해 과도한 정보 수집과 행정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규제가 과도하다는 점이다. 이미 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등 해외에 비해 과도한 규제가 다수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사업자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규제가 더 생기게 된 셈이다.
미국의 경우 미등록 해외 거래소나 실소유주 확인이 어려운 개인 지갑과의 거래를 고위험 거래로 분류하고 있다. 다만 해당 거래라는 이유만으로 자동으로 의심거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제재국과 연관돼 있거나 믹서(코인을 쪼개고 재분배하는 서비스)로 송금되는 경우, 다크넷 연계 가능성이 포착되는 경우 등 의심거래로 분류할 만한 신호가 있을 때만 STR 대상이 된다.
일본도 해외 거래소로 송금 시 송·수신자 정보를 수집하는 트래블룰은 존재하지만 해외 거래소 및 개인 지갑으로의 거래 자체를 의심 거래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거래 패턴과 자금세탁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의심거래 보고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캐나다는 가상자산 거래 규모가 1만 캐나다달러(CAD)를 넘을 경우 고액 가상자산 거래보고 대상에 포함한다. 다만 이는 의심거래보고(STR)가 아닌 별도의 고액거래보고 체계에 따른 것이다. 10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 거래를 위험도와 관계없이 의심거래로 간주해 보고하도록 하는 국내 방안과는 차이가 있다.
닥사도 "미국 역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및 개인 지갑 거래에 대한 추가적인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 않다"면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는 경우에 대해서만 의심거래보고 의무를 부여하고, 거래 금액만을 가지고 보고 여부를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의심거래 보고가 아닌, 캐나다와 비슷한 '고액 가상자산 이전 보고' 시스템을 신설하는 방안이다.
닥사는 "객관적인 금액 기준을 바탕으로 자금 흐름을 파악하려면 현행 특금법상의 고액현금거래보고와 유사한 고액 가상자산 이전 보고 시스템을 별도로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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