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서클 방한에 떠들썩하지만…제도 공백에 사업 성과는 '빈수레'

작년엔 사장, 올해는 창업자 방한…'릴레이 회동'으로 韓 관심 재확인
제도 공백에 협업 논의·MOU 단계에 그쳐…"할 수 있는 역할 제한적"

서클 로고.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서클의 제레미 알레어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하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를 비롯해 금융권, 핀테크 업계가 총출동했지만 관련 제도 공백으로 업무협약(MOU)을 넘어선 실질적인 사업 공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하루짜리 서클 CEO의 방한에 가상자산 분야는 물론 금융업계까지 떠들썩하지만 정작 성과는 '빈수레'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알레어 CEO는 전날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오경석 두나무 대표와 직접 만나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 전반에 걸친 교육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2위 거래소 빗썸과도 디지털자산 인프라 및 스테이블코인 기술 협력을 위한 MOU를 맺고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지원 방안 등을 공동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알레어 CEO는 같은 날 금융, 핀테크 기업들과 오찬 회동도 진행했다. 오찬에는 최혁재 신한은행 AX 담당 그룹장과 박형주 KB국민은행 AI·DT 추진본부장, 최종원 헥토파이낸셜 대표, 백현숙 다날 대표, 신동훈 갤럭시아머니트리 대표 등이 참석했다.

전날 오후에는 자체 기자간담회도 진행했다. 알레어 CEO가 디지털 달러와 인터넷 기반 금융이 실제 활용 단계로 어떻게 확장하고, 한국 시장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발표했다.

하루 동안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와 금융권, 핀테크 기업을 두루 만나고 별도 행사까지 진행하는 '강행군'을 소화한 셈이다. 업계는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서클의 한국 시장 공략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클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는 2인자인 히스 타버트 총괄 사장이 방한해 가상자산 거래소들과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을 연이어 만나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총괄 사장에 이어 이번에는 창업자인 CEO가 직접 방한하며 접촉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모습이다.

서클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다. 그동안 테더의 USDT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를 유지해 왔으나, 미국 스테이블코인 법안인 '지니어스법' 통과 이후 규제 투명성을 강점으로 부각하며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앞서 미국 투자은행 미즈호는 올해 USDC의 '조정 거래량'이 USDT를 앞질렀다고 분석했다. 조정 거래량은 중앙화 거래소(CEX)와 탈중앙화 거래소(DEX) 등에서 실제 이용자와 기관 활동을 중심으로 산출한 지표로, 단순 자동 거래를 제외한 실사용 흐름을 반영한다.

이처럼 영향력이 커진 서클이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배경엔 가상자산에 대한 높은 관심과 견고한 금융 인프라가 있다는 분석이다. 알레어 CEO는 "한국은 디지털자산 혁신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강력한 규제 준수를 기반으로 교육과 책임 있는 혁신을 확대하기 위해 두나무와 협력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사업 추진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2단계 법안(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지연되며 관련 제도가 여전히 공백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로선 구속력 없는 MOU 체결과 협력 논의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타버트 총괄 사장 방한 당시에도 국내 시장 진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제기됐지만, 이후 제도 논의의 실질적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창업자가 직접 한국을 찾아 협력 의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제도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 가시적인 사업 성과를 적극 내기에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기업들이 잇따라 한국을 찾고 있지만, 제도 공백 속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라며 "결국 논의와 협력 의향을 확인하는 수준으로, 당분간 시장 진출을 위한 탐색 단계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chsn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