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대 과태료 이어 가상자산 규제 강화 나선 FIU…"금융사 수준 관리"
거래소 과태료 처분에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까지…AML 규제 전방위 강화
"입법예고 기간 짧아…금융사 수준 규제 전환점 될 것"
- 최재헌 기자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가상자산사업자(VASP)에 대한 자금세탁방지(AML) 규제를 강화한다.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잇단 제재 사례를 계기로 금융회사 수준의 관리 체계를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FIU는 지난달 30일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을 마련하고 5월 1일까지 입법예고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부분은 자금세탁방지 규제 강화다. 현재 100만 원 이상 거래에만 적용되던 트래블룰은 금액과 관계없이 적용되며, 수신 가상자산사업자에도 정보 확보 의무가 부과된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사업자 간 자금 이동 시 송·수신인 정보를 공유하도록 한 제도다.
또 가상자산사업자가 해외 사업자나 개인 지갑과 거래할 경우 일정 조건에서만 허용되며, 1000만 원 이상 거래는 위험도와 관계없이 의심 거래로 보고 FIU에 보고해야 한다. 고객 확인(KYC) 의무도 단순 신원 확인을 넘어 정보의 정확성 검증까지 포함하도록 명확히 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 수준을 금융회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가상자산거래소가 금융회사 수준으로 규제돼야 한다는 것에 개인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은 최근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제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마련됐다. 지난해 말부터 주요 거래소들은 자금세탁방지 의무 위반으로 잇따라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FIU는 지난해 11월 업비트에 352억 원의 과태료를, 같은 해 12월에는 코빗에 27억 3000만 원을 부과했다. 이어 이달 초 빗썸이 역대 최고 수준인 368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자금세탁방지 현장 검사 과정에서 해외 미신고 사업자와의 가상자산 이전, 고객 확인 의무 위반 등 특금법 위반 사항이 다수 적발된 데 따른 조치다. 현재 코인원과 고팍스도 FIU의 제재를 앞둔 상황이다. 여기에 빗썸은 지난 2월 약 62조 원 규모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로 내부통제 미비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기존 규제 체계만으로는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며 당국이 사전 규율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도 약 40일로, 통상 2~3개월보다 짧게 설정된 점도 제도 정비의 시급성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이번 개정안을 계기로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규제 수준이 금융회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올라서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최근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와 잇따른 제재로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외부 시각이 커진 상황"이라며 "제도권에 편입되는 상황에서 관리·감독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법예고 기간을 통상보다 짧게 설정한 점 등을 고려하면 내부통제 규제 강도를 서둘러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사업자들에게 자금세탁방지의 중요성을 환기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은행에서 유사하게 사고가 발생했다면 훨씬 강한 제재가 나왔을 것"이라며 "가상자산사업자는 내부통제 관련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제재 수준을 두고 당국도 고민해 온 만큼, 향후 법적 공백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제도 정비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금융회사와 마찬가지로 내부통제 관련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율이 정비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chsn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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