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없으면 '금융사고' 없어지나?…빗썸發 지분제한 우려에 업계 '허탈'

민주당, 빗썸 사태 명분으로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제한' 논의 공식화
업계 "대주주 지분과 상관 없어…지배구조 분산돼도 일어날 수 있는 사고"

10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삼성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와 관련,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현장 점검에서 검사로 전격 전환했다. 이날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빗썸에 대해 사고 발생 다음 날인 지난 7일부터 현장 점검을 진행해 오다 이날부터 검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2026.2.10 ⓒ 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가 최근 디지털자산 2단계 법안 입법 과정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던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의 근거가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빗썸 사태는 빗썸의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인한 것으로, 지배구조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에도 이번 일이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 강행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민주당, 빗썸 사태 명분으로 '대주주 지분율 제한' 공식화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민주당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지분을 분산해야 한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자본시장 대체거래소(ATS) 수준인 15~20%로 제한해야 한다는 뜻을 민주당에 전달해왔다. 하지만 디지털자산 기본법 발의를 준비 중인 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내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자, 당국은 민주당 정책위원회에도 이 같은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빗썸 사태를 언급하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배구조의 분산을 통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가상자산 거래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차원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을 추진할 것임을 공식화한 셈이다.

빗썸 사태란 빗썸이 지난 6일 이벤트 보상으로 비트코인 62만 개를 잘못 지급한 사건을 말한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자산을 지갑에서 출금하기 전 내부 데이터베이스상에 수량을 기록하는 '장부 거래'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이 과정에서 빗썸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없는 코인' 62만 개가 찍히고 일부는 거래됐다.

업계 "대주주 지분과 인과관계 없어…지배구조 분산돼도 일어날 수 있는 사고"

가상자산 업계 신뢰도를 떨어뜨린 초유의 사고는 맞지만, 업계는 이번 일이 대주주 지분 제한의 명분으로 둔갑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빗썸 사태는 안전 장치와 대비책의 부재로 인한 것이지, 대주주 지분과는 인과관계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오너'가 없으면 '사고'가 사라지냐는 지적이다.

이미 지분구조가 분산돼 있는 '주인없는' 은행이나 증권사에서도 금융 사고는 잇따르고 있다.

이번 빗썸 사태와 함께 언급되는 2018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의 경우 당시 삼성생명이 삼성증권 지분 약 29.4%를, 국민연금이 약 12.4%를 보유 중이었다. 빗썸홀딩스가 지분 73%를 보유 중인 빗썸보다 지배구조가 분산돼 있었으나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이번 빗썸 사태를 대주주 지분 제한의 명분으로 삼는 것은, 자동차 급발진으로 사고가 났는데 자동차 회사의 대주주를 바꾸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주주를 바꾼다고 해서 이런 사고가 다시는 안 일어날 것이란 보장도 없고, 만약 지분이 분산돼 있었어도 내부통제 시스템이 부실하면 이런 사고는 분명 일어났을 것"이라며 "내부통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이런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주주의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확실한 대주주가 있어야 사고 발생 시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고를 예방하려면 더욱 대주주 지분을 제한해선 안 된다는 논리다.

업비트 측도 빗썸 사태를 두고 "최근 한 거래소가 오입금 사고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책임있는 경영진의 빠른 판단과, 이를 뒷받침하는 의사결정 구조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오입금 사고는 법과 제도가 미비한 현실에 기인하지, 대주주 지분과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사고를 예방하려면 디지털자산 기본법에 대주주 지분 제한이 아니라 내부통제 시스템에 관한 정확한 기준을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은 내부통제 기준보다는 불공정거래 감시와 이용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가상자산 법 미카(MICA)의 경우 가상자산사업자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평가할 수 있는 '거버넌스 요건'을 조항으로 두고 있다.

미카 법에 따르면 유럽 내 가상자산사업자는 업무 연속성, 리스크 평가, 주문·거래 기록 보관 등 거버넌스 요건을 준수해야 한다. 또 디지털운영복원력(DORA) 관련 규정을 준수함으로써 전산 장애나 사고가 나더라도 금융 서비스가 멈추지 않도록 내부 시스템을 관리·통제해야 한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