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금융·가상자산 '슈퍼앱' 경쟁 본격화…"한국은 발도 못 들여"

은행은 토큰화, 거래소는 주식 거래…경계 허무는 글로벌 금융
금융·가상자산 분리 규제에 한국만 경쟁 대열 밖

스탠다드차타드 로고.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글로벌 금융사와 가상자산 기업이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슈퍼 금융 애플리케이션(앱)' 패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은 규제로 여전히 두 산업의 벽을 넘지 못해 글로벌 흐름에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외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는 블록체인 기반 '예금토큰'을 출시했다. 이용자는 홍콩달러(HKD)와 역외 위안화(CNH), 미국 달러(USD) 등을 토큰화한 예금을 통해 실시간으로 자금을 이체할 수 있다.

이번 예금토큰은 글로벌 핀테크 기업 앤트 인터내셔널과 함께 개발했다. 양사는 향후 금융기관 간 24시간 결제 인프라도 구축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송금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가상자산에 보수적인 기조를 보여온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도 전략을 본격적으로 바꿨다. 초기 자금 1억 달러를 투입해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 'MONY'를 출시했다. '글로벌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G-SIB)' 가운데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토큰화 MMF를 선보인 첫 사례다.

해당 상품은 JP모건의 자체 토큰화 플랫폼 '키네시스 디지털'을 통해 발행했다. 투자자들은 펀드에 가입해 달러 기반 수익을 토큰으로 받는다.

존 도노휴 JP모건 자산운용 글로벌 유동성 부문 책임자는 "토큰화는 거래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고 기존 금융 상품에 새 기능을 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가상자산 기업이 전통 금융 영역으로 확장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수수료 무료 주식 거래 서비스를 출시했다. 금융사와 가상자산 기업 모두 '슈퍼 금융 앱'을 겨냥한 기반 구축에 속도를 내는 셈이다.

세계 시장에선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을 함께 품어야 차세대 슈퍼 앱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지만,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지난 2017년 정부 행정지도 이후 적용된 금가분리 원칙으로 두 산업의 융합이 사실상 차단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주식 거래나 금융사의 가상자산 취급이 불가능하다. 금융사들이 스테이블코인 결제 등을 준비하거나,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이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는 등 일부 시도는 나오고 있지만 글로벌 흐름을 따라가기엔 제약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간 상호 포섭은 이미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실제 수요가 검증된 만큼 슈퍼 앱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경쟁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긍정적 신호를 보이는 만큼 금가분리 완화 논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hsn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