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 송치형이 꽂혔다?…코인베이스 'x402' 뭐길래[박현영의 코인사이트]

두나무·네이버 합동 기자회견서 AI와 블록체인간 결합 사례로 'x402' 언급
AI 에이전트가 인간 대신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미래 결제 표준 될 것"

편집자주 ...가상자산(암호화폐)·블록체인 산업은 정보 비대칭성이 심한 분야이자, 주요 용어가 대부분 외국어로 되어 있어 이해가 어려운 신생 산업입니다.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블록체인 기술 관련 소식도, 가상자산 투자와 직결된 소식도 독자에게 제대로 닿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영통신사 <뉴스1>은 이해가 어려운 가상자산·블록체인 소식을 쉽게 풀고, 나아가 향후 전망이나 분석까지 담은 ‘코인사이트(Co;insight)’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코인사이트’는 가상자산을 뜻하는 ‘코인’과 ‘인사이트’의 합성어로, 가상자산·블록체인 분야의 주요 소식을 인사이트 있게 분석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코인사이트 로고.

(서울=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벤치마킹이라고 하기엔 좀 가슴이 아픈 게, 글로벌 시장에서 벤치마킹 대상이라면 코인베이스가 될텐데 작년까지만 해도 거래량은 업비트가 (코인베이스보다) 더 많았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코인 거래를 제외한 나머지 웹3 사업은 저희가 (코인베이스를) 좀 더 따라잡아야 합니다.""AI(인공지능)는 생성형 AI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 단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에이전틱 AI는 사용자 대신 결제하는 게 핵심 기능인데요. 코인베이스의 'x402'가 이런 프로토콜을 만들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는 낮은 비용, 빠른 정산, 높은 확장성이라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AI와 결합하기에 최적화돼있기 때문입니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지난 27일 열린 두나무·네이버 합동 기자회견에서 '코인베이스'와 관련해 언급한 말입니다.

그는 이날 여러 차례 코인베이스를 언급했습니다. 작년만 해도 업비트가 거래량은 더 많았다며 규제 등 기반 환경 때문에 신사업 면에서 코인베이스에 뒤처진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고요. AI와 블록체인 기술이 향후 결합할 것임을 강조하며 코인베이스를 벤치마킹하겠다는 뜻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정보기술(IT) 업계, 블록체인 업계, 핀테크 업계까지 모두 주목하는 공룡들의 '빅 딜'이 본격화됐습니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국내 1위 간편결제 사업자 네이버페이를 운영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이 포괄적 주식교환을 약속했습니다.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가 되면서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주주는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되는 안에 양사가 합의했는데요.

이런 '빅 딜'의 배경에 이목이 쏠린 것은 당연합니다. 송 회장의 미래 엑시트(Exit)를 위한 것 아닌지, 나스닥 상장을 위한 것 아닌지 다양한 설들이 제기됐고요.

그런데 기자회견 현장에서 느낀 것은 생각보다 양사가 'AI와 웹3의 결합'에 관심도가 높다는 점입니다. 네이버는 AI에 크게 무게를 싣고 있는 반면 다가올 웹3 시대에 대비할 수 있는 역량이 없었고요. 두나무는 블록체인 기반의 웹3 산업과 AI가 결합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분야 신사업을 위한 우군이 딱히 없었습니다. 이 시기야말로 두 기업이 손을 맞잡을 적기였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AI와 블록체인의 결합으로 송 회장이 직접 예시까지 들어준 코인베이스의 'x402'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죠. 도대체 어떤 아이디어길래, 이 '빅 딜'의 배경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사례로 활용됐을까요?

x402, AI 에이전트 시대의 결제 표준
코인베이스 블로그 갈무리.

코인베이스는 지난 5월 공식 블로그에 'x402를 소개합니다: 인터넷 네이티브 시대의 새로운 결제 표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코인베이스의 문제 의식은 이러합니다. 인터넷상 결제 시스템이 여전히 복잡하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같이 미국에서도 다양한 간편결제 서비스들이 있기는 하지만 국경에 제한이 있고, 인간이 수동으로 해야 하는 절차도 여전히 많다는 것이죠. 우리도 최근 들어 간편결제 서비스를 통해 비교적 편하게 온라인 결제를 하고 있지만, 해외 직구를 하려면 그만큼 시간과 비용을 더 들이게 됩니다.

코인베이스는 더 현대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AI 에이전트의 보편화, 그리고 스테이블코인의 성장. 이 두 가지 축에 맞는 '인터넷 네이티브' 결제 방식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AI 에이전트란 인간 대신 결정을 내리고 작업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를 의미합니다. 앞으로 인터넷 세상은 AI 에이전트와 스테이블코인 결제로 돌아갈 것이고, 그 시대를 대비한 결제 시스템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코인베이스는 x402를 제시했습니다. 402는 HTTP의 상태 코드인 '402 Payment Required'에서 따온 것인데요. 이 코드는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위해 개발됐지만, 표준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아 실제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코인베이스는 이미 존재하는 402 코드를 활용해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상용화하기로 했습니다. 수 년 전 이 코드가 탄생했을 때는 가상자산 결제 수수료가 지나치게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수수료가 적은 블록체인 플랫폼들이 많이 나와서 가상자산으로 결제를 해도 수수료가 1센트 미만인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따라서 402 코드를 활용한 스테이블코인 상용화가 가능해졌죠.

x402를 사용하면 AI 에이전트가 HTTP를 통해 각종 서비스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직접 결제가 가능합니다. 몇 줄의 코드만으로 '자동 정산'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가상자산 결제는 더욱 보편화되고, 인터넷상 자금 전송은 더 쉬워지는 것이죠.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사용자가 AI 비서에게 특정 주제와 관련한 기사 10개를 요약해달라고 요청합니다. AI 비서는 '요약 API'를 제공하는 업체에 HTTP 요청을 보내고, 0.05 USDC를 지불해달라는 '402 Payment Required' 요청을 받게 됩니다. 그러면 AI는 자동으로 0.05 USDC를 전송합니다. 사용자는 가상자산 지갑을 연결하거나, 버튼을 클릭해 결제하는 과정 없이도 기사 요약본만을 받을 수 있게 되죠. 즉 x402 결제 프로토콜을 활용하면 AI가 사람 대신 자동으로 필요한 만큼의 비용을 지불하고, 작업을 처리하게 되는 겁니다.

타이거리서치는 'x402: 코인베이스가 여는 AI 에이전트 시대'라는 보고서를 내고 "지금의 결제 시스템은 모두 사람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게 문제다"라며 "x402는 AI 에이전트 시대에 대비해 결제 인프라 초석을 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게임은 이미 시작…두나무·네이버 시장 선점 가능할까

게임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코인베이스는 x402의 확장을 위해 세계적인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 클라우드플레어와 x402 재단을 설립했습니다. 전 세계 웹사이트의 20% 이상이 클라우드플레어를 거치기 때문에, x402는 결제 시스템으로서 앞으로 더 보편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이퍼볼릭, 오픈마인드 등 자율 인프라 기업들과 니어AI 같은 블록체인·AI 기업들도 x402의 파트너로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향후 더 많은 기업들이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요. AI 에이전트가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는 시대가 곧 도래할 예정인데, 그 시대를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선점 중인 겁니다.

그런데 우리도 기술력이 부족하진 않습니다. 그동안 제반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았던 것뿐이죠. AI 시장은 미국에 선점당했지만, AI 시대 결제 시장은 우리나라가 선점할 수 있는 여력이 아직 있습니다. 두나무가 결제 사업자 1위인 네이버파이낸셜과 손을 잡은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습니다.

송치형 회장도 기자회견에서 "코인베이스 시가총액이 100조원 규모다. 저희(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이 합쳐졌을 때 (경쟁을) 걸어볼 만한 사이즈는 된다"고 언급했는데요. 두나무와 네이버가 함께 만들어갈 'AI 웹3 금융'의 시너지가 기대됩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