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수탁도 공짜" 너도나도 법인 고객 모시는데…가이드라인은 '깜깜'
DSRV, 보관료 '0원' 선언…법인 모시기 경쟁, 거래소 넘어 커스터디까지
상장사 투자 허용 2달 남았지만 아직도 가이드라인 없어…"반쪽짜리 시장 우려"
- 최재헌 기자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블록체인 기술기업 DSRV가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이용료를 전면 무료화했다. 하반기 일부 상장사의 법인 투자 허용 기대 속에 가상자산 거래소에 이어 커스터디 업계까지 고객 유치 경쟁이 확산하고 있다.
다만 올해를 두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가이드라인 마련이 늦어지며, 관련 사업을 준비하는 업계에선 '반쪽짜리 시장'이 되지 않기 위해 조속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DSRV는 지난 11일 가상자산 커스터디 이용료를 전면 무료화한다고 밝혔다. 초기 지갑 생성 비용과 월 자산 보관료를 모두 없앤 것이다. DSRV는 "커스터디 사업의 경우 수수료(보관료)가 주요 수익원인데 이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DSRV는 고객 자산을 블록체인 검증에 활용해 스테이킹(가상자산 예치) 보상을 고객과 공유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이를테면 고객이 맡긴 이더리움(ETH)을 DSRV의 노드(밸리데이터)를 통해 네트워크 운영에 참여시키면, 여기서 발생한 보상을 나눠 갖는 구조다.
커스터디는 전통 금융의 은행과 같은 역할을 한다. 고객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 핵심인 만큼, 기관 고객의 신뢰 확보가 경쟁력이다. 이에 따라 보관료 면제와 보상 공유 정책은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DSRV 관계자는 "그동안 고객이 고정적으로 보관료만 냈는데, 이젠 비용은 줄이고 추가 보상도 받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사업이던 밸리데이터 운영에서 발생한 일부 수익을 고객과 공유해 더 많은 기관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법인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서면서, 커스터디 업계도 '보관료 무료' 전략 등으로 경쟁 대열에 합류하는 분위기다.
1위 거래소 업비트는 이미 지난 8월 기준 업계 최초로 법인 고객 100개 사를 확보한 바 있다. 법인 전용 고객센터와 전담 부서 등을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기관 전용 수탁 서비스 '업비트 커스터디'를 내놨다.
빗썸은 법인 담당자가 직접 회사를 방문해 계정 개설부터 고객 확인(KYC)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법인계좌 개설 기준을 충족한 법인이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를 빌려 테더 마켓을 이용하는 서비스도 내놨다. 지난달에는 법인 전용 콘퍼런스를 열고 화계 처리 지침과 스테이블코인 활용 전략을 공유했다.
다른 거래소들도 법인 계좌 개설 페이지를 열거나 관련 인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코빗의 경우 법인 전용 서비스 '코빗비즈'를 출시하고 공동인증서로 간편하게 로그인할 수 있도록 했다.
가상자산 업계가 법인 고객 유치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하반기 일부 상장사의 법인 투자 허용 기대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로드맵'을 내놓고, 하반기부터 상장사 및 전문투자자 등록법인 약 3500곳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매매를 시범 허용할 계획이다.
상반기에는 이미 법집행기관과 비영리법인, 대학교, 가상자산거래소의 매도 거래가 허용된 바 있다. 실제 코인원은 지난 9월 거래소 최초로 약 43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매도했다. 일부 대학과 단체들은 기부나 동문회비 납부에도 가상자산을 활용하고 있다.
다만 하반기 법인 투자 시행을 위한 세부 가이드라인이 늦어지면서 이미 관련 사업을 논의 중인 업계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금융위는 △자금세탁방지 강화
△가상자산 보관·관리기관 활용 권고 △공시 확대 등을 담은 '법인 매매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올해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개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연내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시장이 너무 조용해 올해 안에 가능할지 회의적인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이미 업계가 로드맵에 맞춰 비용을 들여 법인 유치에 나선 만큼, '반쪽짜리 시장'이 되지 않으려면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사 진입이 본격화해야 법인 시장의 파급효과가 현실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강력한 규제로 업계에 남은 사업체가 많지 않다"며 "정부가 산업 육성 의지를 보이는 만큼 상장사들이 서둘러 진입해야 산업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장사가 들어온다는 건 본격적인 제도권 편입을 의미하며, 산업 불확실성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chsn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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