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올해 상폐 코인 10개 중 6개, 공시·투명성 문제…스캠 프로젝트 여전

5대 가상자산 거래소 올해 상폐 코인 수 44개…27개는 공시·투명성 미흡
공시 체계 마련되지 않은 탓…"공시 사항 구체화·창구 일원화 필요"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올해 5대 원화마켓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에서 상장 폐지된 가상자산 중 60% 이상이 부실한 공시와 불투명한 재단 운영으로 인해 상폐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자산 시장의 공시 체계가 여전히 잡혀 있지 않은데다, 상장 심사 과정에서 발행사의 운영 방식 및 투명성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된 가상자산 개수는 중복을 제외하면 총 44개다. 중복은 2개 이상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공동으로 상폐된 코인이다.

상폐된 총 가상자산 수(닥사 공동 상폐 포함)는 빗썸이 19개로 가장 많았고, 코빗이 1개로 가장 적었다. 빗썸은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닥사, DAXA) 회원사들이 공동으로 상장 폐지한 코인 외에도 9개의 코인을 단독으로 상폐시켰다. 반면 코빗은 닥사 회원사들이 공동으로 상폐를 결정한 위믹스(WEMIX)만 상장 폐지했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는 총 11개의 코인을 상폐시켰으나, 대부분 닥사 회원사들이 공동으로 상장 폐지한 코인이었다. 업비트 단독으로 상폐를 결정한 코인은 3개였다. 코인원은 총 14개(닥사 공동 상폐 7개 포함) 코인의 상폐를 결정했다.

단독으로 상폐시킨 코인이 가장 많은 거래소는 고팍스다. 고팍스는 총 17개 코인을 상폐했는데, 그 중 닥사 공동으로 상폐를 결정한 코인은 3개에 불과했다. 특히 고팍스는 '시가총액이 30억원 미만으로 30일간 지속된 경우'에 해당해 상장 폐지된 코인도 있었다. 5개 거래소 중 거래량이 가장 적은 탓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상장 폐지 사유다.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사항을 공시하지 않거나, 발행 재단의 운영 구조가 투명하지 않아 상폐된 코인이 27개로, 총 44개 상폐 코인 중 61.4%에 해당했다.

그 외에는 해킹, 즉 보안 사고로 인한 경우나 유통량 계획을 거래소에 알리지 않고 임의로 변경해 상폐된 경우가 많았다. 특히 닥사에서 공동으로 상폐를 결정한 코인 11개 중 4개가 해킹 등 보안 사고로 인한 경우였다.

해킹당한 가상자산을 상장하지 않는 것은 닥사의 상장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내용이다. 닥사는 당국과 함께 지난해 7월 '거래지원(상장) 모범사례(가이드라인)'을 마련했는데,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해킹 등 보안 사고가 발생한 경우' 상장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일례로 해킹 사고가 발생한 위믹스(WEMIX)는 업계 최초로 올해 재상폐를 당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폐 사유를 종합하면 공시 규제를 빠르게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요 사항을 공시하지 않아 상장 폐지되는 경우가 많지만, 어떤 사항을 어떻게 공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체계는 아직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해킹이나 유통량 계획 변경에 대한 상폐 가이드라인이 비교적 명확한 것과 대조된다. 또 공시 체계가 마련돼야 재단 운영의 투명성도 확인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안은 발의된 상태다. 지난 6월 발의된 디지털자산 기본법에도 발행 공시와 유통 공시를 나눠 공시 규제에 관한 내용을 포함했다. 그간 발행 공시는 가상자산 발행인이 명확한 기준 없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백서를 게시하는 데 그쳤고, 해당 내용을 임의로 수정하는 사례가 많아 재단 운영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기본법에서는 발행신고서를 금융위에 공시하도록 창구를 일원화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상장 및 상장 폐지에 관한 부분이 자율 규제로만 이뤄지고 있어 명확한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공시 규제는 물론이고, 사실상 가상자산만 발행하고 재단 운영은 제대로 하지 않는 '스캠성' 프로젝트를 최대한 상장하지 않게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