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팍스' 품은 글로벌 1위 바이낸스…'업빗썸' 양강 구도에 제동 거나

FIU,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승인…오더북 통합은 따로 허가 받아야
바이낸스 파생상품 거래도 국내선 불가능…대관 역량 주목

글로벌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최재헌 기자 =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약 3년 만에 국내 금융당국으로부터 고팍스 인수를 최종 승인받으며 한국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이에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가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어떤 파급 효과를 일으킬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만약 당국이 바이낸스와의 오더북(호가창) 공유를 허용할 경우, 바이낸스의 유동성이 유입되면서 현재의 '업비트-빗썸' 양강 구도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오더북 공유'가 변수…허용돼야 업비트·빗썸 양강 구도에 '제동'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금융위원회 산하 FIU는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건을 최종 승인했다. 고팍스 인수 협상을 시작한 지는 3년 만, 최대주주 및 대표이사 변경에 따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첫 변경신고를 한 지는 2년 7개월만이다.

하지만 바이낸스의 풍부한 유동성과 다양한 거래 상품이 국내에 바로 안착하는 것은 아니다. 현행법상 해외 거래소와의 시스템 연동, 즉 오더북 공유는 금융당국의 별도 허가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최근 빗썸이 호주 거래소 '스텔라'와 오더북을 공유하겠다고 공지해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들도 오더북 공유 허용 여부를 바이낸스 진입의 최대 변수로 꼽고 있다. 오더북 공유가 허용돼야 바이낸스의 풍부한 유동성이 고팍스로 들어올 수 있어서다. 이 경우 현재 업비트와 빗썸, 두 거래소가 점유율 95%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국내 한 원화마켓 거래소 관계자는 "바이낸스의 시장 진입이 긴장된다. 우리도 새로운 상품을 내놔야 할 것 같다"면서도 "아직 오더북 공유 여부가 어떻게 될지 정해진 게 없으니, 당장 거래소 업계 판도가 급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원화마켓 거래소 관계자도 "고팍스와 바이낸스의 조합이 기대되는 이유는 바이낸스의 풍부한 유동성을 끌어들일 수 있는지가 궁금하기 때문"이라며 "해외 거래소와의 오더북 공유는 풀어야 할 과제다. 이는 한 거래소(고팍스)만의 문제가 아닌 업계 차원의 어젠다다"라고 말했다.

파생상품·BNB 활용 서비스도 금지…대관 역량으로 승부 봐야

바이낸스의 무기한 선물, 옵션 같은 파생상품도 국내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바이낸스가 세계 최대 거래소로 올라선 이유는 이 같은 파생상품 덕분인데, 국내에서는 선물을 비롯한 이 같은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가 불가능하다.

또 바이낸스는 거래소 토큰인 BNB로 수수료를 낼 경우 수수료를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바이낸스의 신규 토큰 판매 플랫폼 '런치패드'도 BNB를 보유해야만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거래소가 자사나 특수관계인이 발행한 이른바 '자기 발행 코인(거래소 토큰)'을 직접 상장할 수 없다. BNB를 이용한 차별화된 서비스도 현재는 한국에서 할 수 없다는 의미다.

단, 업계는 △최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 가상자산 관련 금융상품에 대한 논의가 국내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점 △가상자산 파생상품 금지로 국부 유출이 심한 점 △바이낸스의 대관 역량이 강한 점 등을 근거로 파생상품 거래가 일부 허용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위 원화마켓 거래소 관계자는 "바이낸스의 대관력으로 파생상품 시장을 일부라도 열 수 있을지 기대도 된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도 "한국의 규제를 다 지키려면 쉽지 않아 업비트를 위협할 정도가 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차별화된 마케팅이나 이벤트를 한다면 단기적으로 점유율 10%까지는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