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시계 빨라졌지만…글로벌 트렌드엔 '언제쯤'[李대통령 100일]

취임 후 '핫 키워드' 된 원화 스테이블코인…100일 새 관련 법안만 5개
또 다른 국정과제 '비트코인 현물 ETF'…글로벌 정합성 맞게 추진돼야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9차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블록체인전문기자 =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가상자산(디지털자산) 시장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단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선 공약에 포함되면서 업계 주요 키워드로 급부상했다. 취임 이후 해당 공약이 실제 제도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면서 가상자산 기업들뿐 아니라 기존 핀테크, 정보기술(IT) 기업에 이르기까지 '너도 나도'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관련 법안도 취임 100일 동안 5개나 발의됐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 외 다른 가상자산 관련 정책은 더디게 추진되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이 대표적인 예다. 이에 국내 가상자산 정책들이 해외 시장의 속도를 따라가려면 좀 더 빠르게 추진돼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테이블코인 정책 추진 '속도'…법안 5개 발의 고무적

정부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는 현물 ETF를 비롯한 가상자산 관련 상품 제도화와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을 위한 규율 체계 도입이 포함됐다.

이 중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속도가 유독 빠른 것은 스테이블코인이다. 특히 취임 100일 만에 관련 법안이 5개나 발의됐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규제 마련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민주당에선 민병덕, 안도걸, 김현정, 이강일 의원이, 국민의힘에선 김은혜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금융위원회도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빠르게 관련 법안을 마련해왔다.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가 포함된 금융위 안은 이르면 다음달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지니어스 법'이 통과된 점도 국내 제도화 속도를 앞당겼다. 테더(USDT), USDC 등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점 또한 정부 및 국회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단, 미국과 유럽(EU)은 이미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시행 중인 만큼 해외 속도에 맞추려면 발의된 법안들을 병합하는 작업도 빠르게 추진해야 할 전망이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의 '크립토 드라이브'로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어 우리도 빠른 방향 설정과 실행이 필요하다"며 "새 정부 들어 스테이블코인 입법 움직임이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정과제 '비트코인 현물 ETF'…글로벌 정합성 맞게 추진돼야
비트코인 ⓒAFP=뉴스1

반면 비트코인 현물 ETF를 비롯한 다른 가상자산 정책들은 국정계획안에 포함됐음에도 상대적으로 더디게 추진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금융당국이 올해 하반기 안으로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으나 금융위 조직 개편 등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 현물 ETF의 경우 법안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ETF의 기초자산은 금융투자상품·통화·일반상품으로 한정돼 있어 가상자산이 이 기초자산에 포함되도록 자본시장법이 개정돼야 한다.

이에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이지만 빠르게 논의될 가능성은 낮다. 그 사이 다른 국가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이용해 비트코인 보유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비트코인의 희소성이 더 커질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다.

김 센터장은 "비트코인은 2024년 초 미국 현물 ETF 상장 이후 금융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금융기관이나 기업뿐 아니라 각국 국부펀드나 연기금도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런 시장 흐름을 볼 때 글로벌 정합성 측면에서 우리나라도 비트코인 현물 ETF를 빠르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