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보다 변동이 싸네?"…국민은행 주담대 금리, 2년 5개월 만에 '역전'

은행채 급등에 고정형 금리도 '고공행진'…"변동형 수요 늘어날듯"
고정형 팔던 은행권도 진땀… "금리 조정은 아직, 추이 모니터링"

/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해지면서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에서 고정형이 변동형보다 더 높아지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10일 기준 KB국민은행의 주담대 5년 고정형 금리는 4.02~5.42%로 책정됐다. 반면 변동형은 3.88~5.28%로 고정형이 하단 기준 0.14%포인트(p) 더 높다.

은행권은 그간 정부의 '고정금리 대출 확대' 정책에 맞춰 고정형 금리를 더 낮게 정하고 소비자 선택을 유도해 왔다. 이 때문에 고정·변동 금리 역전은 이례적인 상황으로 평가된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번 금리 역전은 2023년 5월 29일 이후 약 2년 5개월 만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11월 3일 비대면 상품에서 먼저 역전이 발생했고, 10일 기준 영업점 상품에서도 동일하게 역전됐다"고 설명했다.

금리 역전 현상은 다른 시중은행에서도 확인됐다. 신한은행의 5년 고정형은 3.88~5.28%, 6개월 변동형은 3.74~5.14%로 0.14%p 고정형이 더 높았다.

우리은행도 고정형 3.89~5.09%, 변동형 3.77~4.97%로 0.12%p 차이가 났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역시 고정형 금리가 변동형 대비 각각 0.06%p, 0.16%p 높게 형성돼 있다.

은행채 급등 계속…시장금리 '3.3%' 찍었다

'고정-변동형 금리 역전'이 나타난 것은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을 결정하는 시장금리가 최근 급격히 뛰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AAA) 금리는 7일 기준 3.3%로, 올 9~10월 2.8~2.9%대에서 머물던 수준에서 약 한 달 만에 급등했다. 은행채 5년물 금리가 3.3%까지 오른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약 1년 만이다.

은행채 급등은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 환율 상승 등 대외 변수가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실상 낮아졌다는 전망이 확산한 영향으로 보고 있다.

시장금리는 향후 기준금리 방향을 선반영해 움직인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 시장금리는 낮아지고, 기대가 약해지면 다시 상승 압력을 받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정금리는 은행채 금리를 기반으로 정해진다"며 "최근 은행채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당장 조정은 없어…기준금리 추이 모니터링"

금융권은 올해 연말 변동형 금리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담대는 대출 규모가 큰 만큼 금리 0.1%p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장 영업점 창구에서 금리를 제시할 때 변동형을 선택하겠다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역전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변동형 대출 쏠림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 다시 금리 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은행권은 당장 금리를 손보지는 않고, 향후 대출 신청 추이 및 금리 흐름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대출은 보통 1~2달 전에 신청한 후 실행 시점의 금리로 책정된다"며 "기준금리의 변동성 모니터링 강화 후 신청 심사량 데이터를 확인해 (금리 조정을) 결정할 예정이다"고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금융채 급등 이슈로 고정금리가 상승했다"며 "금리 조정이 논의되고 있는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도 "금리 조정은 추이를 지켜볼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