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게임같은 은행'…KB국민은행 메타버스 가상영업점 가보니
KB국민은행 메타버스 플랫폼 'KB금융타운' 체험기…가상 공간에서 대출 상담
"메타버스 차세대플랫폼 자리할 것…금융을 어떻게 녹여내느냐가 숙제"
- 서상혁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일이 생긴 직장인 서모씨. 점심시간을 이용해 은행 상담을 받으려 한다. 시간이 되자 노트북을 들고 빈 회의실을 찾은 서씨. 프로그램 하나를 실행하더니 게임 캐릭터를 이리저리 조종한다. 게임에서 만난 캐릭터와 20분간 대화하더니 대출 상담이 끝났다며 노트북을 닫는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은행의 메타버스(확장가상세계) 가상영업점에선 이런 방식으로 대출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1>은 지난달 28일 KB국민은행의 메타버스 플랫폼 'KB금융타운(금융타운)' 관련 서비스를 체험해봤다. 금융타운은 KB국민은행이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 개설한 '비대면 금융채널 테스트베드'다. 국민은행은 KB금융타운에서 메타버스 기반의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실험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강력한 미래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메타버스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게임과 비슷한 조작법 덕분에 미래의 큰손인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의 합성어)'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게임같이 쉬운 조작법…의사소통도 쉽게 화상채팅
금융타운에 들어가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메타버스에서 활동할 자신의 아바타를 생성하는 것이다. 아바타의 이름, 외모, 복장, 머리색 등 본인이 원하는대로 꾸밀 수 있다.
아바타를 생성하면 금융타운 내 '만남의 광장'으로 이동한다. 기다리고 있던 KB국민은행 기술혁신플랫폼부 관계자의 아바타와 인사를 나눴다.
조작법은 간단했다. 키보드 방향키로 아바타를 조종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춤을 추거나 이모티콘을 보내는 기능도 있다. 어렸을 적 즐겼던 롤플레잉게임(RPG)과 크게 다르지 않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금융타운 내에서의 기본적인 의사소통 방식은 '화상 대화'다. 아바타간 거리가 일정 수준 이상 떨어지면 서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다만 '스포트라이트' 기능을 통해 공간 전체 접속자에게 목소리가 전달되게 할 수 있다. 특정 접속자와 채팅하는 기능도 있다.
◇대출~보험상담 한번에…스타트업 전용 창구도
첫번째 방문지는 '메인 홀'에 있는 '영업점'이었다. 구조는 실제 은행 영업점과 흡사했다. 창구 맞은 편에는 고객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다. 보험과 증권 창구도 은행 창구 옆에 있다.
은행 창구에 들어서자 아바타가 들어서있는 부분을 제외하고 어둡게 변했다. 게더타운의 '프라이빗 룸' 기능이 작동했다. 프라이빗 룸에서의 대화는 외부에선 들리지 않아 고객은 편하게 상담할 수 있다.
가상창구에선 직원과 고객이 화상 대화를 통해 상담을 진행한다. 가입을 원하는 상품이 있다면 KB국민은행의 모바일 상품 플랫폼 'KB모바일브랜치'에서 계약을 진행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어놨다.
메타버스 창구라고 해도 실제로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물리적인 대기 시간이 존재한다. 이럴 경우엔 테트리스 등 다양한 웹 기반 게임이 준비돼있어 지루하지 않게 대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은행 창구에서 나와 메인홀 아래쪽으로 이동하다보면 '홍보‧채용상담관'이 나온다. KB국민은행에 관심이 있는 취업준비자가 본부 직원과 만나 채용 정보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다.
홍보‧채용상담관 왼쪽엔 '테크데스크'가 위치해있다. 테크데스크란 혁신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나 IT기업이 은행의 실무자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다. 기술 전문 영업점인 'KB인사이트'에서 운영하고 있다.
금융타운에서 만난 방기석 KB인사이트 지점장은 "실제 지점에도 관련 창구가 있지만 메타버스에서도 업체와 협업을 진행하기 위해 창구를 만들었다"며 "앞으로 외부 기업과의 협업을 활발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타운엔 '금융'만 있는 건 아니다. KB국민은행은 '소셜클럽'이라는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해 고객과 직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들어서자마자 재즈 음악이 흘러나와 한결 편안하게 느껴졌다. 금융타운엔 소셜클럽 같이 공간의 취지에 맞게 각기 다른 배경음악이 적용된다. 미로찾기와 OX퀴즈로 조성된 '게임존'도 있다.
◇"부장님 보고할 게 있어요"…재택근무도 금융타운에서
KB국민은행은 금융타운을 통해 다양한 근무 환경도 실험하고 있다.
금융타운엔 KB국민은행 직원들을 위한 '재택센터'가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현재 KB국민은행 본점 직원 일부는 재택 근무를 하고 있다. 방문 당시에도 다수의 직원들이 재택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재택센터도 실제 사무실과 비슷하게 구현됐다. 1인 1실 구조라 원하는 자리에 아바타를 이동시키면 된다. 말을 걸고 싶다면 해당 직원이 있는 방에 들어가면 된다. 은행 창구처럼 저절로 '프라이빗 룸'이 조성돼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다.
가상대강당에선 대규모 간담회나 발표 등을 진행하는 곳이다. 발표자, 사회자, 청중 등으로 구분된다. 발표자가 발표할 내용을 '화면 공유'를 통해 청중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 지난달 8일 KB국민은행 테크그룹은 가상대강당에서 경영진 회의를 진행한 바 있다.
◇금융권, 메타버스 '열공 모드'…MZ세대 잡아라
KB국민은행을 포함해 메타버스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은 최근들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메타버스를 활용해 직원 간담회를 개최했다. 하나은행은 신입행원 연수를 메타버스로 진행했다. SC제일은행은 투자 세미나를 메타버스 공간에서 라이브 스트리밍 방식으로 열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은 금융타운 외에도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나 가상 현실기기를 활용한 가상금융 체험관을 실험할 예정이다. 실험 결과 '실현 가능성'이 확인된다면 'KB메타버스 지점(가칭)'이라는 가상 영업점을 만들어 가상현실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금융타운에서 만난 최영배 KB국민은행 기술혁신플랫폼부 부장은 "지금은 메타버스가 영업채널로서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지 실험하는 단계"라며 "모바일 뱅킹이 현재 주력 채널이 된 것처럼 언젠가 메타버스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메타버스에 금융을 녹일지가 숙제"라고 했다. 이어 "많은 은행들이 메타버스로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지만 다들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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