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영화는 테마파크" 마틴 스콜세지, 왜…"위험 감수하지 않아"

마틴 스콜세지 감독 ⓒ AFP=뉴스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택시 드라이버' '성난 황소' '비열한 거리' 등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77)이 "마블 영화는 영화가 아니다"라는 발언을 했던 것에 대한 입장을 미국 뉴욕타임스를 통해 밝혔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섹션을 통해 '마틴 스콜세지: 나는 마블 영화가 영화가 아니라고 말했다. 왜 그랬는지 설명해주겠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앞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자신이 지난 10월 영국 엠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마블 영화에 대해 "영화라기 보다는 테마파크에 가깝다" "마블 영화는 영화(cinema)가 아니다"라고 밝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스콜세지 감독은 이 기고문에서 "어떤 사람들은 내가 마지막에 했던 발언(마블 영화는 영화가 아니다)을 모욕 혹은 마블 영화들에 대한 증오를 보여주는 증거 정도로 보는 것 같다. 누군가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나도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 영화들에게 관심이 가지 않았던 것은 내 취향이나 기질의 문제다. 내가 만약 좀 더 어렸거나, 늦게 태어났다면 그런 영화들을 즐거워하고, 스스로도 한편쯤 만들었을 수 있다"며 "하지만 나는 내가 살아왔던 시대를 통해 자라왔고, 그 시대 영화를 통해 영화에 대한 감각을 키웠다. 그리고 그런 영화들은 마블 유니버스 영화들과 알파 센타우리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만큼이나 거리가 있다"고 생각을 밝혔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과거 자신의 세대에서 만들었던 거장의 영화들을 언급하며 "그 때의 영화들이란 관객들로 하여금 스크린에서 예상하지 못하는 것들에 부딪치게 만드는 것이었고, 삶 속에서 각색되고 해석되는 것이었으며, 예술이라는 형태로 얼마만큼 확장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누군가는 히치콕의 영화들이 비슷하다고 말한다. 히치콕 자신도 정말 그러한지에 대해 궁금해 했다. 하지만 요즘 프랜차이즈 영화들이 보여주는 유사성은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며 "많은 마블 영화에 내가 영화라고 정의할 만한 요소들이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폭로와 미스터리, 순수한 정서적 위험이 없다.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포스터ⓒ 뉴스1

또 "그 영화들(마블 영화)은 특별한 요구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졌고, 한정된 주제들만 변주하도록 디자인됐다"며 "시퀄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리메이크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제한적이다. 다른 길로는 갈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대 프랜차이즈 영화의 근본은 상품으로 소비될 때까지 마켓 리서치와, 관객 테스트, 점검, 수정, 또 다른 점검의 과정을 거쳐 준비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콜세지 감독은 "마블 영화는 폴 토마스 앤더슨이나 클레어 드니, 스파이크 리, 아리 에스터, 캐서린 비글로우, 웨스 앤더슨 등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이 담겼다. 언급한 감독들의 영화를 볼 때 나는 나는 분명 새롭고 예상하지 못한 것, 심지어 이름을 붙일수조차 없는 어떤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지난 20년간 영화 산업이 많은 변화를 겪었다면서, 이런 변화 중 가장 불길한 변화가 '위험 요소의 제거'라고 주장했다. 완벽한 프로덕션 과정과 재능 있는 스태프들이 팀을 이뤄 참여하지만 동시에 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가 한 사람의 통일된 비전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예술가야 말로 가장 위험한 요소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위험 요소가 없어지고 있는 현대 영화 예술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마틸 스콜세지 감독은 "영화를 꿈꾸는 사람이나 이제 막 시작한 이들에게 지금은 예술을 하기에 무척 잔인하고 어려운 시절일 것"이라며 "그리고 이렇게 글을 써야하는 것이 무척 슬프다"라고 적으며 글을 마무리 했다.

앞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엠파이어와 인터뷰에서 "나는 마블 영화를 안 본다. 지겹다. 마블 영화는 영화(cinema)가 아니다. 솔직히 그 영화들을 드러내는 가장 가까운 표현은, 배우들이 주어진 상황 속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는, 가장 잘 만든 '테마 파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디스'는 많은 마블 매니아와 팬들 사이에서 논쟁을 낳았다. 그뿐 아니라 이후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영국 켄 로치, 브라질 거장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등 거장들이 그의 발언에 동의하면서 영화 팬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게 오갔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