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홍수 속 '스타' 되기 위한 가혹한 조건
악의적 편집에 말려들고 돈 한 푼 못 받아 …'스타탄생' 대가인가
현재 방송 중인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는 SBS 'K팝스타', Mnet '보이스코리아'(보코) 등이 있다.
MBC '위대한 탄생2'(위탄)은 지난달 30일 종영했다.
또 KBS에서 준비 중인 '탑밴드2'와 Mnet '슈퍼스타K4'(슈스케4)도 방송을 앞두고 있다.
이밖에 종편과 케이블에서 기획·방송 중인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합치면 손가락으로 꼽기에도 벅찰 정도로 넘쳐나고 있다.
리모컨만 잘 조절하면 온종일 '남이 시험 보는 방송'만 시청할 수도 있는 셈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생방송 진출자들, 방송 이후?
지난 2009년 방영된 Mnet '슈퍼스타K1'은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의 효시로 꼽힌다.
이 프로그램 우승자였던 서인국은 그해 디지털 싱글을 내고 가수로 데뷔했다.
그러나 서씨는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자였지만 KBS '남자의 자격' 합창단 방송 오디션에 다시 참가하면서까지 얼굴을 알려야 했을 정도로 '신인', '오디션 출신' 등이라는 꼬리표를 떼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끝은 신인가수의 등장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MBC '위탄'의 준우승자였던 가수 이태권씨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반짝 인기를 얻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꾸준하고 천천히 오랫동안 노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오디션을 통해 큰 인기를 얻어 데뷔하게 됐다고 해도 진짜 가수로서 성공은 참가자의 꾸준한 노력에 달렸다는 의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생방송에 진출한 상위권 참가자들은 우승자가 정해진 뒤 해당 방송 시스템에 맞춰 사후관리 프로그램에 참가하거나 소속사로부터 연락을 받게 된다.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 경험자들은 뉴스1과 인터뷰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까지는 않더라도 방송에 노출된 후 소속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고 답했다.
Mnet '슈스케'의 제작사인 CJ E&M은 3편부터 훈련과정인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도입해 생방송 진출자들의 가수 데뷔를 돕고 있다.
이에 반해 MBC '위탄'은 사후관리 시스템을 따로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탄' 제작진 관계자는 "탈락자들을 데뷔 전까지는 도와주는 편이다"라고 밝혔다.
가수 이태권씨도 프로그램 종료 이후 소속사와 계약한 사례다.
이씨는 방송 시스템인 멘토제를 통해 만났던 가수 김태원씨의 소속사 '부활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데뷔하고 이달 7일 첫 앨범을 발매했다.
이씨는 소속사 계약과정에 대해 "방송 이후 소속사 몇 군데서 연락이 온 걸로 알지만 처음부터 김태원 선생님께서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김태원 선생님께서 방송 이후에 제안해 주셔서 망설임 없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필수요소, '악역'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로 데뷔하는 사례도 있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의 흥행을 위해 개인이 이용되기도 한다.
KBS '탑밴드' 우승팀 톡식(TOXIC) 멤버 김정우씨는 "방송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자극적인 요소가 불가피하겠지만 출연자들은 방송 경험이 없고 어떻게 자신을 제어해야 할 지 잘 모른다"라고 말했다.
잠깐의 예민함을 참지 못하거나 말실수라도 해서 카메라의 눈에 띈다면 '악역' 캐릭터로 굳어질 확률이 높다.
악역들은 해당 프로그램에서 이슈메이커를 담당하며 대부분 생방송까지 진출한다.
며칠에 걸쳐 실시간 검색어 1,2위를 차지하며 방송의 흥행에 많은 도움을 준다.
Mnet '슈스케2'의 김그림씨, '슈스케3'의 신지수씨 등이나 '슈퍼위크'까지 진출했던 예리밴드 등 예가 그렇다.
MBC '위탄2'에서는 김태극씨가 심사위원에게 말실수했다가 '따귀 맞은 기분'이라는 표현까지 들었다.
이 모습이 방송된 뒤 해당 프로그램에 관한 커뮤니티에서 김태극씨는 집중적인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후 김씨는 방송을 통해 "대인기피증까지 생길 정도였다"고 밝혔다.
예리밴드 리더 한승오씨는 Mnet '슈스케2'에서 다른 밴드와 협연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마찰을 빚는 모습이 방송되면서 많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한승오씨는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였다"며 "많이 울었다. 밖을 나가도 모든 사람이 내게 욕하는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또 "방송에서 자극적인 요소가 필요한 것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한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오디션 참가자의 개인사, '드라마틱' 위해 무조건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이슈를 만들기 위해 참가자 개인의 이야기를 지나치게 많이 공개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Mnet '슈스케3' 우승팀 울랄라세션의 멤버 임윤택씨는 암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됐다.
방송 이후 임씨의 건강상태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제작진은 다급히 '그렇게까지 걱정할 수준은 아니며 지나친 확대 해석을 자제해달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자극적인 방송으로 드라마를 만들고자 했던 주체가 바로 제작진이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다.
MBC '위탄2'에 참가한 전은진씨도 어릴 적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했던 사연을 설명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 모습은 여과없이 방송됐다.
이후 해당 방송은 네티즌들로부터 '지나친 인권침해다', '2차 정신적 피해를 안겼다' 등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는 계약조건 때문에 인권침해나 지나친 사생활 논란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다.
꿈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다시피 해야 하는 계약조건이 바로 그 이유다.
MBC의 아나운서 오디션 프로그램 '신입사원'은 '노예계약 종결자'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은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의 계약사항에는 "나는 MBC와 본 프로그램에 관련된 관계자와 모든 제작진이 나의 프로그램 지원 및 참가, 프로그램 방영 취소,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신체적·정신적 손상 등에 대해 금전적으로 보상해야 하는 의무가 없음에 동의합니다"라고 적혀 있어 논란이 됐다.
SBS 'K팝스타' 경우도 이러한 노예계약 사항을 담은 지원자 동의서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연예매체 '오마이스타'는 지난 1월15일자 보도를 통해 'K팝스타'의 계약사항에 인권침해적 요소가 다수 포함됐다고 밝혔다.
공개된 지원자 동의서의 제4항을 살펴보면 "'SBS' 또는 'SBS'와 제휴한 사업자가 프로그램이나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과 관련해 귀하는 귀하의 실연·초상·이름·이력 정보 및 기타 정보, 귀하가 본 오디션과 관련해 제출한 지원서 상의 제반 정보 및 녹음 녹화물의 이용에 동의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정당한 금전적 보상도 바랄 수 없어
대부분 오디션 프로그램은 출연자에게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슈스케2 존박의 수입은 0원'이라는 기사가 나가면서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가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제작진 측은 "생방송 출연료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후 프로그램 출연료는 개별적으로 정산하고 있고 CF 계약금 등도 넣어줬다"고 해명했다.
한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진 관계자는 "대부분 오디션 프로그램이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금과 그 만큼의 혜택을 걸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KBS '탑밴드'의 경우 차비 명목으로 매주 약간의 출연료가 지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료를 받지 못했던 출연자들은 '무대에 설 기회를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권경우 문화평론가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상 소위 '스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스타만 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방송사의 제작 시스템,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 출연자들의 성공 욕망 등이 어우러져 그러한 잘못된 관행이나 현상을 만들어낸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방송과 출연자가 '갑'과 '을'로 만나 '꿈'을 담보로 한 계약이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피라미드 꼭대기에 깃발을 꽂으려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다.
그들은 날카로운 모서리에 베이고 헤져서 피를 흘리더라도 아프다는 말을 하지 못하게 됐다.
꼭대기로 향하는 길 위에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출연자에게 너무 많은 포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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