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갸루' 리센느부터 '양의지 소환' 아이오아이…밈 타고 나는 K팝 [N초점]

사진=두산 베어스 인스타그램, 유튜브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영상 갈무리
사진=두산 베어스 인스타그램, 유튜브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영상 갈무리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거제 야호'를 외치면서 대세로 떠오른 걸그룹 리센느, 그리고 '자려고 누웠는데 양의지'로 알고리즘을 장악한 아이오아이까지. 최근 K팝에서는 '챌린지' 보다 '밈 활용'이 새로운 마케팅 포인트로 떠오르며 판도를 바꾸고 있다.

지난 4월 30일 발매된 아일릿의 미니 4집 '마밀라피나타파이'(MAMIHLAPINATAPAI)의 타이틀곡 '잇츠 미'의 인기 열기가 6월 초가 되어서도 뜨겁다. 지난 4일 멜론 일간 차트에서는 3위를 차지했고, 지니 뮤직 일간 차트에서는 2위의 자리에 올랐다. 발매 후 한달이 넘게 흥행을 이어오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함께 톱5에 오른 곡들 중에서는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아이오아이의 '갑자기'와 상위권에 자리한 코르티스의 '레드레드'(REDRED)가 있다. 이 곡들은 국내외 K팝 차트 상위권에서 존재감을 발산하면서 리스너들의 귀를 제대로 중독적으로 사로잡고 있다.

동 시기에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는 이 세 곡들은 각기 다른 그룹이 발표한 곡에다가 장르도 다르다. 하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온라인에서 수많은 '밈'을 생산하면서 흥행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잇츠 미'의 흥행 시작은 5월 2일 발매된 tvN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부터였다. 당시 방송에서 '잇츠 미'의 테크노 비트에 맞춰 진행자인 붐이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쿵짜작쿵짝"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면서 화제를 모았고, 이는 수많은 숏폼 영상으로 재생산되면서 리스너들의 알고리즘을 지배했다.

여기에 '잇츠 미'는 유튜브 채널 '일했다정기석'이 매시업(서로 다른 곡을 조합하여 새로운 곡을 만드는 작업)한 '잇츠 미'와 이정현의 '와'(WA) 리믹스를 밈으로 적극 활용해 마케팅에 나서면서 흥행력을 높였다.

아이오아이의 '갑자기'는 야구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이유는 이 곡의 후렴구 중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의 멜로디가 두산 베어스 소속 양의지의 응원가 중 '두산의 안방마님 양의지'의 멜로디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착안해 팬들이 '자려고 누웠는데 양의지'라는 밈을 만든 것.

이 밈이 야구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으면서 아이오아이는 양의지와 함께 챌린지 영상을 찍는가 하면, 두산 베어스 홈경기 시구자로도 출격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음원에 대한 인기도 나날이 높아지면서 결국 음원 차트를 휩쓰는 저력을 보이게 됐다.

그룹 코르티스/ 사진제공=빅히트 뮤직

코르티스도 온라인 '밈'의 정중앙에 서 있다. 미니 2집 '그린그린'(GREENGREEN)의 타이틀 곡 '레드레드'의 '팔랑귀 팔랑귀' '도가니 사리기' 등의 가사가 숏폼 영상을 중심으로 강한 중독성을 발휘하면서 하나의 밈으로 성장한 것.

여기에 수록곡 '영크리에이터크루'의 줄임말인 '영크크'는 아예 젊고 트렌디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통용되는 유행어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이 대척점으로는 젊은 층의 코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을 대상화해 '늙크크'와 '올크크'라고 부르는 유행까지 타고 있다.

이외에도 밈을 적극 활용해 역주행 흥행을 시작한 그룹도 있다. 주인공은 바로 그룹 리센느다. 리센느 멤버 원이의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의 영상에서 멤버 미나미가 '갸루' 캐릭터로 분해 등장한 영상에서 외친 '거제 야호'라는 구호가 신호탄이 됐다.

이후 미나미가 파라파라 댄스를 추는 영상도 유명해지면서 리센느가 지난 2024년 8월 발매한 미니 1집의 타이틀 곡 '러브 어택'(LOVE ATTACK)이 주요 국내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 흐름을 타고 있다. 이미 이 곡은 멜론 일간 차트에서 20위를 돌파했고, 지니 뮤직 차트에서도 50위권을 뚫고 흥행 중이다.

이러한 흐름은 기존 가요계의 음원 홍보 마케팅과는 확실하게 다르다. 기존 K팝 음원들은 발매 후 예능 출연, 음악방송 출연, 챌린지 등을 중심으로 홍보 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밈은 소속사의 마케팅 활동 보다는 오히려 누리꾼들이 먼저 유머 소재로 쓰거나, 재생산의 과정을 거치면서 확대된다. 그리고 이 밈을 아티스트와 소속사들이 적극 활용해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내세우면서 흥행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이러한 흐름에 대해서 "K팝에서의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팬들의 음원 소비보다 대중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챌린지도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노출을 늘리기 위해 활발했던 수단인데, 이제는 하나라도 밈이 돼서 알고리즘을 타기 시작해야 눈에 띄게 되는 구조가 된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수의 중소 기획사들 입장에서는 마케팅이 큰돈이 드는 만큼 부담이 컸는데, 이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라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밈을 타고 새로운 날개를 달게 된 K팝 그룹들.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누리꾼이 직접 만드는 밈의 힘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과연 K팝이 이러한 흐름에서 또 어떤 변화 지점을 맞게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taeh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