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초점]② 온라인 탑골공원 열풍 지속…'뉴트로'에 왜 푹 빠졌나
-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복고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SBS와 KBS 등에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주로 1990년대 및 2000년데 초반까지 방송됐던 자사 가요 순위 프로그램을 24시간 스트리밍 중인 것. 이 콘텐츠는 현재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며 지속적으로 화제를 이끌어 내고 있다. 그저 '과거 방송'으로 묵혀진 콘텐츠들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대중의 마음에 꽂혔다. 전혀 새롭지 않을 이 '옛날 방송'의 인기 비결은 뭘까.
'옛 추억에 대한 향수'와 '역설적 신선함'이 이 실시간 스트리밍의 인기를 폭발시킨 가장 큰 이유다. 스트리밍에 등장하는 노래들은 대부분 1990년대 및 2000년대 초반에 공개된 것이다. 3040은 과거 듣던 음악으로 옛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실제로 시청자들은 실시간 댓글을 통해 서로 소통하며 과거를 추억한다. 이 방송을 '온라인 탑골공원'이라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비슷한 세대들이 낮 시간에 스트리밍 하는 곳에 모여 이야기 나누는 걸 노인들이 모여 추억을 곱씹는 장소로 알려진 탑골공원에 비유한 것이다. 여기에 90년대에 어린이들었던 현재의 20대에겐 온라인 탑골공원을 통해 들려지는 음악들은 새롭기까지 하다.
현재와 과거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 포맷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립싱크를 할 경우 따로 표기를 한다던가, 연령별 인기 순위를 알려주고, PC통신 천리안으로 투표를 받는 등 요즘과는 사뭇 다른 투박한 느낌의 콘텐츠를 예스러워 더 '힙'하게 다가온다. '온라인 탑골공원'은 그야말로 '응답하라' 시리즈의 가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연예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스타들의 과거 모습 역시 재미를 주는 요소다. 현재 배우로 활발히 활동 중인 정려원이 아이돌 샤크라의 멤버로 등장해 깜찍한 노래를 부른다거나 연기파 이정현이 '테크노 전사'로 등장하는 모습은 20대들에겐 신선한 충격으로, 30~40대들엔 즐거운 추억으로 다가간다. 차분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 김민희의 신인 시절 '하이 텐션'을 볼 수 있는 것도 '온라인 탑골공원'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스타들의 '반전 매력'을 찾아볼 수 있어 이 콘텐츠는 많은 이들에게 각광받는다.
또한 단순한 시청을 넘어, '채팅창'을 통해 시청자들 사이에 재기발랄한 대화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온라인 탑골공원'의 인기 배경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온라인 탑골공원'의 인기에 대해 "단순히 복고에 열광하는 것과는 다르다. 추억을 곱씹기도 하지만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과거를 경험하지 않았던 젊은 세대들도 콘텐츠에 열광한다. 1990년대는 다양한 음악이 시도된 시기인데 그런 아날로그적인 부분을 '힙하다' 여기는 문화가 생겼다. 또 이를 보고 댓글을 통해 소통한다. 과거 콘텐츠를 현대적으로 소비하는 '뉴트로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온라인 탑골공원'으로 대표되는 '뉴트로 콘텐츠'는 점점 확장되는 추세다. MBC는 이미 과거 가수들의 무대를 고화질로 전환해 유튜브에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고, 인기 있던 예전 드라마를 새롭게 편집해 짧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내놓는 중이다. KBS와 SBS 역시 드라마로 장르를 확장, 레전드 작품을 다시 보는 콘텐츠를 적극 생산하고 있다. 요즘과는 다른 결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과거 콘텐츠에 대한 열광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breeze5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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