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아이박, 제작자로 변신 '음악의, 음악을 위한, 음악에 의한' (인터뷰)
- 이경남 기자
(서울=뉴스1스포츠) 이경남 기자 = 265곡. 2004년 MC몽 1집 '너에게 쓰는 편지' 편곡으로 데뷔해 씨스타의 '나 혼자', 다비치의 '헤어졌다 만났다' 등 히트곡을 만들어낸 인기 작곡가 똘아이박(본명 박현중)의 이름으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작품 수다.
작곡가로 데뷔한지 어느덧 10년이 흘러 대세 작곡가로 군림하고 있는 똘아이박이 2014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크레이지사운드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제작자로 변신한 것. 맞춤형 작곡이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제작자로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진 작곡가 똘아이박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크레용팝-딸기우유, 헬로우 비너스, 틴탑, 유키스, 손담비, 대국남아, 케이윌, 씨스타 등 최근 발매되는 웬만한 댄스가수의 앨범 크레딧에는 똘아이박 이름이 빠짐없이 실려있다. 몰아치듯 쏟아지는 곡 의뢰를 감당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판을 벌린 이유는 간단했다.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가수들에게 곡을 줄 때는 아무래도 제작자가 원하는 스타일에 맞추는 주문형 곡을 쓰게 되거든요. 결국 제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제작을 해야 한다는 판단이 선거죠. 그렇지만 소속 가수들에게 제가 원하는 음악만 강요하지는 않아요. 저희 소속가수인 벨로체, 숙희 등 가수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 서로 의견도 나눠요. 제작자, 프로듀서, 가수가 함께 만들어가는 시스템이 가장 좋은 곡을 만든다고 믿어요."
똘아이박. 예명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포스가 느껴진다. 하지만 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는 예명처럼 반항적인 느낌도, 음악처럼 통통 튀는 활발한 스타일도 아니었다. 시종일관 수줍은 미소를 띠고 차근차근 이야기하는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학창시절에도 부모님의 뜻을 거역해본 적이 없는 모범생이었다. 원래 꿈이었던 가수가 아닌 작곡가의 길을 걷게 된 것도 이 같은 성격이 크게 작용했다.
"학창시절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음악이 유일한 취미였는데, 정말 장르를 안 가리고 다 들었어요. 듣는 걸로 시작해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겼고 그래서 독학으로 작곡을 공부했죠. 자작곡으로 댄스가수 오디션도 봤어요. 사실 작곡가보다는 가수 꿈을 먼저 꿨어요. 고등학교 2학년 방학 틈을 이용해 서울에서 오디션을 봤는데 한번에 딱 붙었어요. 그런데 집에서 반대해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어요. 원래 반항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부모님 뜻에 순순히 따랐어요."
경상남도 합천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다시 학생의 신분으로 수능을 준비했지만, 음악에 대한 꿈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교를 서울로 오면서 다시 작곡가의 꿈을 펼치기 위한 날갯짓을 시작했다. 유영진의 음악을 좋아했던 그는 SM엔터테인먼트 작곡가 오디션에 응시했다. 하지만 합격 소식과 군대 입대 영장 받은 시기가 맞물리면서 SM이 아닌 군대에 입대했다.
"제대 후 미디 프로그램을 가르쳐 주러 간 작업실에서 김건우 작곡가를 만나면서 정식으로 가요계에 입문하게 됐어요. 2004년 MC몽 1집 '너에게 쓰는 편지' 편곡을 시작으로 정말 많은 작업을 했어요. 이후 용감한 형제와 2008년 본격적으로 같이 작업을 하면서 쓴 씨스타 '나 혼자'가 가장 대박난 곡이죠. 용감한형제는 2003년 우연히 중고 악기 거래를 통해서 인연을 맺었는데 제 예명도 형이 지어준 거예요. 처음에 '너 그냥 똘아이박해라'했을 때 잠깐 '뭐지?'라고 했지만 딱히 거부감은 없었어요."
그에게 작곡은 즐거운 퍼즐놀이였다. 밀린 숙제나 업무를 처리한다는 생각으로 곡을 만들지 않았다. 여러 가지 소리가 모여 하나의 곡으로 만들어졌을 때, 또 그 곡에 가수의 목소리가 입혀지고, 퍼포먼스까지 더해져 무대에 오를 때마다 그는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저는 정말 곡 만드는 게 정말 재밌어요. 여자친구랑 있을 때도 빨리 곡을 쓰고 싶어서 작업실에 가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곡 쓰는 게 즐거워요. 어디에 있든 항상 곡을 생각하는 것 같아요. 특히 여행 가서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이에요. 멀리 가는 것도 좋지만 기차 타면 곡이 많이 떠올라요. 드라이빙할 때도 그렇고, 여느 작곡가들도 그렇겠지만, 갑자기 떠오를 때마다 녹음기가 담아두고 작업실로 돌아와서 작업을 진행하죠."
순탄한 작곡가의 길을 걸어온 것처럼 보이는 똘아이박에게도 자신이 만든 음악을 세상에 내놓지 못하고 혼자 듣고 만족해야 하는 공백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 공백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물론 힘든 일도 많았죠. 일 해주고 못 받은 돈도 많았지만 다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그때 포기했으면 아무것도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또 공백기도 저에게는 오히려 기회였던 것 같아요. 그냥 무작정 '이 가수에게 주면 어울릴 것 같아' 그런 생각으로 써둔 100곡의 노래가 정말 다 팔렸어요. 그 공백기에 써둔 곡이 없었다면 밀려드는 일을 다 처리하지 못해서 오히려 쫓기는 작업하느라 슬럼프가 왔을지도 몰라요."
똘아이박이 이끄는 크레이지사운드에는 가수 숙희, 성수진, 보컬그룹 벨로체 등이 소속돼 있다. 앞으로도 그는 더 많은 가수들을 영입해 몸집을 키워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명예와 돈에 대한 욕심이 아닌 어디까지나 음악의, 음악을 위한, 음악에 의한 소속사를 만들겠다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다.
"가수들에게 든든한 받침대가 돼주고 싶어요. 좋은 노래로 활동하고 뒷배경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한국 음악시장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작곡가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도 더 많은 곡들을 만들어서 한국 가요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작곡가, 제작자로 남고 싶어요."
lee122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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