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집밥', 세로형 숏폼까지…이준익의 끝없는 도전 [시네마 프리뷰]
9일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 영화 '아버지의 집밥' 리뷰
- 정유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준익 감독의 신작 '아버지의 집밥'은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숏드라마다. 레진엔터테인먼트의 숏드라마 플랫폼인 레진스낵에서 한 회당 약 2~3분, 총 61회 분량으로 공개될 이 작품은, 플랫폼 공개에 앞서 2시간 26분짜리 극 영화로 편집돼 극장 상영을 결정했다. 애초 숏폼 드라마로 제작된 만큼, 영화는 일반적인 화면 비율과 달리 모바일 플랫폼에 걸맞은 세로형 콘텐츠로 제작됐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아버지의 집밥'은 2시간 40분이라는 긴 상영 시간 안에 진행되는 에피소드의 나열이 다소 단조롭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준익 감독 특유의, 보편적 이야기를 시대적 화두와 연결해 다룰 줄 아는 세련된 스토리텔링 능력과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했다. 극 중 부부를 연기한 정진영, 이정은부터 변요한, 박지연, 박세준 등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력과 앙상블도 작품의 완성도와 주목도를 높였다.
영화는 아내에게 꼬박꼬박 삼시세끼 집밥을 대접받던 입맛 까다로운 가부장 남편이 갑작스럽게 앞치마를 메고 주방에 들어가야 할 위기에 처하며 시작한다. 젊은 시절, 툭하면 까다로운 맛 평가에 밥상을 뒤집기를 시전했던 남편 하응(정진영 분)은 아내 순애(이정은 분)가 요리백지증이라는 증상으로 인해 더 이상 요리를 할 수 없게 되자, 하는 수 없이 아내에게 삼시세끼 밥을 차려주게 된다.
남편이 만든 형편 없는 첫 된장찌개를 맛본 순애는 마치 그간의 세월에 대해 복수라도 하듯 "된장 맛 음식물 쓰레기"라고 냉정한 평가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 하응이 만든 음식이 맛있으면 칭찬하고 맛이 없으면 벌점을 매길 것이며, 벌점 10점을 넘기게 되면 이혼하겠다 엄포를 놓는다.
하응은 처음에는 큰소리를 치지만, 벌점이 쌓이자 초조해진다. 게다가 아내는 배달 음식에 대한 거부감까지 있어 매끼 정성이 가득한 집밥을 차릴 수밖에 없다. 하응의 고군분투와 함께 하응과 순애의 첫 만남부터 결혼, 부모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과거의 장면들이 현재와 교차한다. 젊은 시절 하응은 건물 빌딩에서 구두닦이를 하며 돈을 버는 젊은이였고, 순애는 엘리베이터 안내원이었다. 애틋한 연애 끝에 결혼했지만, 누구나 그렇듯 세월을 거치며 남편과 아내라는 역할만 남았다. 가부장적인 시대상 탓에 남편은 큰소리치는 권위자로 군림했고, 아내는 그런 남편을 군소리 없이 따르며 밥을 차리고 아이들을 키워왔다.
영화는 오래된 부부의 관계를 그릴 뿐 아니라, 하응과 순애의 아들 명복(변요한 분)과 며느리 자영(박지연 분) 부부를 통해 변화한 시대의 부부상을 그려내기도 한다. 명복과 자영은 하응, 순애와는 다른 형태의 부부이면서도 이전 세대와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 사이에 끼어있는 것처럼 그려진다. 예컨대 '워킹맘'인 자영은 요리를 전혀 하지 못하는데, 그것에 대해 "엄마 자격이 없다"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명복은 요리를 할 줄 모르는 아내에 대해서 전혀 불만이 없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부모님의 문제 앞에서는 K-장남에 걸맞은 과도한 책임감을 표출하기도 한다.
'아버지의 집밥'은 '집밥'을 둘러싼 남편과 아내의 권력관계와 변화한 시대상을 보여주며, 이 과정을 통해 남편과 아내가 애증의 세월을 뚫고 서로에 대한 진심을 확인하게 되는 결말로 끝을 맺는다. '요리를 해준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의 중요성'이라는, 영화의 표면적 주제가 순애의 입을 통해, 어린 손녀의 입을 통해 여러 번 설명되는데, 숏폼드라마라는 형식을 감안할 때는 수용될 만하나 영화로서는 사족에 가까운 장면이다.
'아버지의 집밥'을 일반적인 영화의 문법에 맞춰 생각하기는 어렵다. 일단 이야기에 기승전결이 있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61회차로 잘게 쪼개진 개별 에피소드를 편집해 하나로 붙인, 느슨한 형식의 콘텐츠에 가깝다. 어쩌면 숏폼 보다는 일반적인 영화에 더 어울리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있어 보여 아쉽다. 그럼에도 공감할 만한 '이야기의 매력'을 부인할 수 없고, 다양한 플랫폼의 문을 두드리는, 지치지 않는 이야기꾼의 도전에 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극장 스크린에 걸린 세로형 콘텐츠가 주는 시각적인 위화감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상영 시간 146분. 오는 9일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개봉한다. 레진스낵에서는 17일 오후 5시 1부, 24일 오후 5시 2부가 공개된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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